올 가을도 풍요로웠다
모든 학생이 `텃밭’ 일구는 어룡초등
2년째 `텃밭활용 교육’ …교육부총리상 수상
학생들이 찾고 사진 찍어《어룡 식물도감》출간도
여름에 씨앗을 뿌린 배추는 무럭무럭 자랐다. 흙 일구고, 풀 뽑고, 물 주고…. 가을내 보살핀 고사리손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음이다.
광산구 소촌동에 위치한 개교 3년째 어룡초등학교는 올해도 풍성한 결실을 거뒀다. 학교서 맛보는 가을의 풍요, 2년째다.
이 학교는 교내 자투리 공간을 학생들에게 텃밭으로 분양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각 학년 각 반마다 두 평 남짓한 공간이 배정됐다.
3학년 이상 30여 학급은 각각의 텃밭을, 1·2학년 저학년들은 공동텃밭을 돌본다.
이름하여 `텃밭활용 교육’. 도시 아이들이 경작의 기쁨을 맛보고, 관찰 탐구학습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텃밭교육은 식물과 자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올해는 《어룡 식물도감》출간에 이르렀다.
우선 교내에 살고 있는 식물들을 조사했다. 교내 `텃밭 동아리’활동을 하고 있는 20여 명의 학생들이 앞장섰다. 놀랍게도 150여 종의 생명들이 자라고 있었다.
“예전엔 운동장 한켠 이름모를 잡초였을 뿐인데… 이젠 본래의 이름으로 다가온다.” 식물도감 제작을 지도한 정승화 교사는 “기존의 어렵고 딱딱한 도감들을 아이들 수준에 맞춘 쉬운 언어로 옮겨 썼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식물을 직접 찾아내고, 사진 찍고, 전문 도감을 참고해 이름을 알아냈다. 부족한 부분은 전남대 생물학과 임형탁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환경노랫말짓기대회와 야생화그림그리기대회에서 아이들이 표현한 작품도 《어룡 식물도감》에 함께 묶었다.
<널 처음 봤을 때 네가 마치 요정같이 보였어. 다른 꽃들과 생긴 게 다른 것 같아. 혹시 방울꽃네와 친척이니? 너무 닮은 것 같다. 너를 살짝만 눌러도 방울처럼 톡 소리내며 터질 것 같아… (중략)> 5학년 정지혜양이 `둥굴레에게’라는 제목으로 식물도감에 실은 글이다. 식물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텃밭활용 교육의 성과”라는 것이 학교측의 자평이다.
텃밭에 `무엇을 심을 것인지, 수확한 결과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모두 학생들과 교사가 결정한다.
올해 이 학교 텃밭엔 가지와 고추가 주렁주렁, 배추와 갓·상추가 파릇파릇, 고구마와 감자가 튼실했다.
“벌레먹은 배추가 많았어요. 벌레가 미워요.” “집에 가져가서 쌈 싸먹었어요.” “엄마가 김장에 보탠다고 했어요.”
이주성·고경훈군과 송예주양 등 3학년1반 학생들이 올해 배추밭을 가꿔 수확하고 난 후일담이다. 고구마를 키웠던 한 반은 급식실의 도움으로 삶아서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내년에도 배추를 심을 거예요. 올해보다 더 잘 키울 자신 있어요.” 3학년 박정화양은 벌써 새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풀 한 포기에도 애정을 담은 텃밭학습을 일상화한 어룡초등학교는 올해 `전국 100대 교육과정 최우수학교’로 선정돼 교육부총리상을 수상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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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생이 텃밭 일구는 어룔초등학교-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