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방학숙제 `부모는 괴로워’
체험학습·가족신문 등 `엄마몫’
숙제 대행 업체·사이트 의존도
여름방학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아이들 숙제 때문에 학부모들이 고심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체험학습 보고서나 가족신문 만들기, 시사 학습 등 아이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아 아이들의 숙제가 고스란히 엄마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들 수준에 맞는 현실적인 방학숙제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 자녀를 둔 박선형(38·진월동) 씨는 요즘 아이들 숙제 거들기로 정신이 없다. 아이들 체험학습을 위해 자연사박물관과 미술관에 다녀왔고, 그 자료들을 이용해 학교에 제출할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또 작은 아이의 방학숙제가 시사 학습인데 주요 이슈인 시사문제 하나를 주제로 잡고 신문기사 15개 이상을 스크랩하는 것으로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문제풀이나 그림, 독후감 등은 아이들 스스로 하도록 유도했지만 학부모의 손을 거쳐야만 되는 방학숙제가 너무 많다.
그는 “주변의 학부모들을 봐도 그렇고 숙제는 아이가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부모가 돕지 않으면 안 되는 내용들이 너무 많다”며 “개학이 코앞이라 두 아이의 숙제를 해결하느라 집안일 할 시간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방학숙제에 따른 고통이 더욱 크다. 낮에는 업무에 시달리고, 퇴근 후에는 아이들 숙제에 매달려야 할 형편이다. 특히 대다수 초등학교들이 빼놓지 않고 숙제로 부여하는 가족신문 만들기가 골치다. 가족의 이야기 거리를 만들기 위해 방학 내내 준비해야 하는 데다 사진에 원고까지 첨부해 신문을 만드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정희정(37) 씨는 “가족신문 만들기가 의미 있는 숙제이긴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 투자를 요구한다”며 “아이는 엄마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안 도울 수도 없고, 아이 숙제가 결국 학부모들 몫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방학숙제에 고통 받는 가족이 늘어나면서 인터넷에서는 대행 사이트들이 성행하고 있다. 단순 숙제는 1만원이면 해결되고, 체험학습 보고서처럼 기획을 해야 하는 숙제도 3만원 정도면 대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이트를 이용해 숙제를 해결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들 대행업체들은 많은 회원을 확보해 완성된 숙제를 싸게 구입해 비싸게 되파는 형태로 돈을 벌며 최근에는 수요가 많아 기업화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중학생들의 경우 대행업체를 많이 이용한다. 방학숙제가 수행평가에 그대로 반영돼 안 할 수는 없고, 방학 내내 학원을 전전하기 때문에 숙제할 시간이 많지 않아 대행업체를 이용해 손쉽게 해결하는 것이다.
전교조 광주지부 김대준 정책실장은 “결국 돈 있는 가정의 아이들은 방학숙제도 돈으로 사 수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며 “10년 전에 나왔던 방학숙제가 그대로 나오는 등 형식적인 것도 많고, 아이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내용도 많아 현실적인 숙제로의 개선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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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방학숙제 부모는 괴로워-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