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렬로 세워놓고 뺨때려”
송원여상 학생들, 체벌 반발 수업 거부
시교육청 진상조사 나서
광주 송원여상 전교생 820여 명이 16일 “상습적인 체벌을 당했다”며 전면 수업 거부에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과도한 학생지도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있다가 현장체험을 통해 폭발한 것이어서 학생들의 분노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학생들은 또 일부교사의 상습적인 언어폭력과 성희롱도 주장하고 있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수업거부에 따른 파장이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송원여상 1∼3학년 820여 명은 16일 수업을 전면 거부한 채 시위를 벌였다. 오전 7시부터 3학년 일부 학생들을 중심으로 운동장에 모였고, 오전 9시 무렵 전교생이 모여 과도한 학생지도에 반발하며 수업을 전면 거부했다. 이 사태로 오전 내내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후 들어 일단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했지만 학교측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추가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학생대표로 나선 송원여상 3학년 A(18) 양은 “두발이나 교복 치마길이, 소지품 단속에서 문제가 있으면 매로 체벌을 해야 하는데 일부 교사들이 상습적으로 뺨을 때리고 발로 구타를 했다”며 “언어폭력도 한계에 달해 어떤 교사는‘술 따르러 학교 왔냐?’는 말을 예사로 했다. 전체 학생들의 불만이 쌓이고 쌓여 폭발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 1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다녀온 2∼3학년 현장학습에서 비롯됐다.
2학년은 구례에서 야영 수련회를 진행했고, 3학년은 경남 거제도, 한려수도 및 외도관광, 거제포로수용소로 졸업여행을 다녀왔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13일 3학년들이 숙박을 위해 구례의 모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한 교사가 일부 학생들이 교복 대신 상의를 면티로 입었다는 이유로 각목을 들고 `엎드려뻗쳐’를 시켰다. 체벌은 10여 분 동안 지속됐으며 구타는 없었다. 학생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 때 거의 모든 교사들은 술을 마신 상태였다. 이날 저녁에는 일부 학생들이 술을 사오다 적발돼 지도교사에게 뺨을 맞았다.
송원여상 B(18) 양은 “1년에 한 번씩은 학생들이 과도한 학생지도를 견디지 못하고 집단적으로 학교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졸업여행은 하나의 발단일 뿐이며 과도한 생활규정의 문제점을 학교 게시판에 올려도 학교측에서 곧바로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학교측은 교장, 교감, 학생부장이 직접 나서 학생 대표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학교측에 △학생주임을 포함한 일부 교사들 교체 △보충수업 폐지 △학생들 인권 존중 △불합리한 교칙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요구사항을 서면 제출했다.
학교관계자는 “학생들의 탈선을 막기 위한 학생지도가 지난해보다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상습적인 체벌은 없었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 향후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 교육청은 전교생 수업거부라는 이례적 사태에 대해 장학사 등을 파견, 정확한 진상조사에 나섰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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