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인색한 학교
▲ 이석호<교육인권부 기자>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광주지역 초등학교 교감 140여 명이 제주도 연수를 다녀왔다. 공식적으로는 `연수’이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관광’이나 다름없다. 일선학교 교사나 교장·교감들의 연수는 필요할 수도 있다. 문제는 프로그램 대부분이 본래의 목적과는 거리가 먼 관광성이라는 데 있다. 여기에 소요되는 경비가 교육청 예산으로 충당됐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이번 교감들의 동계 연수에 들어간 돈은 동부교육청의 경우 1인당 36만원으로 모두 1800만원, 서부교육청은 1인당 25만원씩 총 2250만원이다. 4000만원이 넘는 이 돈은 해당 교육청이 예산에서 부담했다.
이처럼 교감들의 연수에는 `펑펑’ 쓰는 것에 비해 정작 학생들을 위해 쓰는 돈은 인색하기 짝이 없다. 시교육청은 도화지, 색종이, 찰흙, 먹, 붓, 골판지, 풍선 등 학습준비물을 구입하기 위해 학생 1명당 2만원을 학교예산으로 지원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시내 136개 초등학교 중 학생 1인당 2만원 이상 학습준비물 예산을 편성한 학교는 33개교에 불과했다. 한 초등학교는 고작 9900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학교 측은 “예산부족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하지만 1만원도 채 안 되는 지원금으로 8000원짜리 하모니카를 구입한 학교도 있다 하니 말문이 막힌다. 하모니카 1개가 초등학생들이 1년 동안 쓸 학습 준비물이다. 예산낭비는 이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 학교에서는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적성검사를 실시하고 있고,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5억2000만원을 들여 `통일’ 잡지를 구입하고 있다. 모두 학생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쓰고 있다지만 정작 학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
교장·교감 연수를 위해, 적성검사나 통일교재 구입을 위해 쓸 예산은 있지만 학생들을 위한 학습준비물 예산이 없다는 학교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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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인색한 학교-광주드림 기자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