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교생을 한 줄로 세우려는가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2005~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자료를 공개한 것. 예상했던 대로 공개한 지 하루가 지나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 “입시경쟁과 사교육을 더욱 부추겨 공교육을 붕괴시키고 말 것”이란 극단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공개된 수능성적을 보면 지역간, 특히 도·농간 격차와 학교간 격차가 확연했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광주를 비롯한 도시 지역의 성적이 높게 나타났고 상대적으로 농촌 지역이 낮았다. 전국 232개 시·군·구 가운데 5년 연속 상위 20위권에 포함된 곳도 도시 지역이 대부분이었다. 상위권으로 분석된 전남 장성이나 경남 거창의 경우도 해당 지역의 특정학교 성적일 뿐 전체의 평균 성적이라 할 수는 없다. 점수 차이는 학교단위로 내려갈수록 크게 벌어졌다. 평준화 지역 내에서도 학교간 점수차가 최대 42점까지 났다. 학교 서열화의 단초가 제공된 셈이다.
당장 교원단체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정부의 교육정책에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한국교총마저 비판하고 나선 것을 보면 이 번 수능성적 공개가 얼마나 무모한 결정이었는지 알 수 있다. 한국교총은 “지역별 성적을 비교 분석해 공개한 것은 교육격차만을 부각시키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서열화와 무한경쟁, 평준화 해체 등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당국은 수능성적 공개 이유로 `정보공개를 통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를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은 반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성적이 좋은 지역·학교, 즉 도시 지역으로의 우수학생 쏠림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 선호현상도 가속화할 것이다. 사교육 시장은 더욱 번창할 것이고 그에 따른 공교육 붕괴는 불을 보듯 훤하다.
여기에 이달말부터는 수능성적의 원자료가 국회의원들에게 열람될 예정이라니 더 걱정이다. 원자료에는 이번에 공개된 내용보다 훨씬 상세한 개인·학교별 성적자료가 들어 있어 전국의 학교와 학생들이 성적 순으로 `줄’을 설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결국 `고교등급제’가 도입되고 고교평준화도 무너지고 말 것이다. 힘센 자 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교실을 지배하게 되고…. 이래저래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우리 아이들 만 불쌍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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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고교생을 한 줄로 세우려는가-광주드림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