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해체 수순 밟나
수능성적 전격 공개 파장
고교 평준화 해체와 공교육 붕괴라는 재앙을 가져올 `판도라 상자’가 결국 열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2005~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자료를 공개한 것. 이로 인해 고교 서열화와 고교 등급제가 가속화하고 평준화 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국 시·군·구별 성적 순위 등 수능 원자료가 공개됨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는 입시경쟁이 더 치열해져 지역·학교간 `서열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93년 수능시험이 도입된 이후 수능시험을 본 학생 전원(일반계 고교 재학생)의 수능성적을 분석, 이 가운데 2005~2009학년도의 5년간 자료를 15일 공개했다.
이날 발표한 수능성적 자료는 전국(16개 시·도, 232개 시·군) 일반계 고등학교 재학생의 언어·수리·외국어영역 성적을 분석한 것이다. 지역별 수능성적분포는 1~4등급, 5~6등급, 7~9등급으로 나눠 3개 그룹의 비율분포를 분석했고 시·도간 시·군·구간, 학교별 수능성적 차이도 공개했다.
교과부는 그동안 수능 원자료를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공개할 경우 고교·지역별 학력차가 드러나 고교평준화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날 평가원이 수능 원자료를 전격 공개하면서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원단체인 한국교총과 전교조는 이 날 성명을 내고 수능성적 공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총은 “수능성적 공개에 따른 소모적인 논란과 학생, 학부모, 학교의 혼란에 대해 교과부와 평가원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발표한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며 “수능성적을 3단계로 나누고, 성적이 높은 시·군·구와 낮은 지역을 공개하는 것은 교육격차만을 부각시키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또 “수능출제기관인 평가원이 나서 수능성적 자료를 공개함으로써 사회적 논란만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결국 수능성적이 좋은 지역으로 학생, 학부모의 이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비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미 지난해 10월 실시된 학업성취도 결과 공개로 전국 시·군·구가 1등에서 232등까지 서열화됐었다”며 “그 결과 학교교육이 문제풀이를 통한 1점 올리기 교육으로, 학생들의 특성을 기른다는 방과후 학교는 국·영·수 중심의 관제 사교육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교육당국이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을 빌려 평준화와 고교등급제를 시도하고 있다”며 “시·군·구별, 학교별 서열화가 이뤄지는 순간 기존 공교육체계가 유지해온 평준화는 허물어진다”고 밝혔다.
광주지역 교육계도 이번 수능성적 공개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는 고교 서열이 매겨지고 이렇게 되면 학교운영이 성적 지상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어 인성교육은 아예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입시 경쟁이 더 치열해져 사교육비도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위원회 장휘국 위원은 “정부가 고교평준화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 수능성적을 공개하는 것은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다”며 “이렇게 되면 입시경쟁이 더 치열해져 교육과정 파행이 불을 보듯 뻔하다. 당연히 성적이 좋은 특목고와 외고에 학생들이 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광주지부 정석 사무처장은 “우려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중학교 교육과정까지 고등학교 입시를 위한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며 “사교육이 확대돼 교육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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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 해체 수순 밟나-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