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뽑기 자모회’
초등학교 학부모 동원 “해도 너무해”
광주시내 초등학교들이 갖가지 일로 학부모들을 동원, 말썽을 빚고 있다. 교통지도, 환경미화에 이어 이번엔 학교 화단 풀 뽑기에까지 학부모가 동원됐다.
14일 광주 A초등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에 따르면 이 학교는 최근 `풀 뽑기 자모회’를 구성했다. 1개 반에서 3~4명 씩 50여 명을 모집, 돌아가면서 학교 화단 등 풀 뽑기에 나서고 있다. 학부모들은 지난 6~7일 이틀간 풀 뽑기 자원봉사를 했다. 월요일(6일)에 안 나온 일부 학부모들이 화요일(7일) 풀을 뽑은 것이다.
이 학교는 지난해 여름에도 `풀 뽑기’ 동원을 한 바 있다.
일부 교사들은 학부모 동원 풀 뽑기는 문제가 있다며 안내문을 발송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형식적으로는 자율이지만 안 나오면 안 되는 분위기 때문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 자체가 반강제적이고, 학부모들에게는 부담이라는 것이다.
한 교사는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불이익이 돌아갈까봐 학교 요구에 안 따를 수 없다”며 “학교나 교직원 행사에 학부모를 동원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교장은 “풀 뽑기 자원봉사에 나오는 것은 학부모의 자율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해 부임했는데 잡초가 우거져 손수 뽑았다. 교통봉사반이나 주변에서 도와주기도 했다”며 “그런데 올해는 학교운영위원장이 언제 풀을 뽑을 것인지 연락이 왔고 지난 6일 학부모 20여 명이 와서 1시간30분 동안 풀을 뽑았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들의 참여는 강제적인 것이 아니다. 급식검수, 녹색교통반 등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참여했다. 학교 주변이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학교도 재배치 대상이어서 학교라도 깨끗하게 하기 위해 한 것”이라며 “방향(풀 뽑기 학부모 동원)이 좋지 않다면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학무모 동원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실청소, 등교시간 교통정리, 학교행사 등 학부모 동원 관행은 여전하다. 심지어 교사 체육활동에 음식준비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구 ㅇ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주변 통학로 5곳에 학부모를 배치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녹색교통 봉사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반장 엄마들이 교통지도를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광주 서구 한 초등학교가 교사 친목행사에 음식준비를 학부모들에게 맡겨 물의를 빚었고, 남구 한 초등학교도 인근학교 친목 배구행사에 일부 학부모를 동원했다.
4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지난해 반장 엄마라는 이유로 1주일 내내 교통봉사를 했다”며 “엄마들이 교통봉사에 동원되고 있는데도 교사나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연구학교 발표 때도 학부모들이 한복 입고 외부 참석자들 차대접 하는데 꼴불견이다. 학교의 상식 밖 행동에 대다수가 동조하는지 모르겠다”며 “학교가 교사행사를 학부모들에게 공지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
|
|
자유게시판
132
7
2
풀뽑기 자모회-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