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등학교도 0교시 만들길 바라는가?
[일제고사 생각하기]
밤늦은 시간에 엘리베이터에서 학원을 다녀오는 지친 얼굴의 초등학교 아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초등학교 고학년은 보통 학원을 서너 개씩 다닌다. 이제는 초등학생들까지 무한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 되었다. 그저 안타깝다.
아이들은 경쟁에 짓눌려 생기를 잃어가고, 사교육시장은 갈수록 확대되어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은 늘어만 가는데 정부의 대책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교과부는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문제를 학력증진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국가수준의 공신력 있는 평가도구를 통한 기초학력 미달학생의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학력을 끌어올려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생각이다.
일제고사는 그렇게 등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시험을 보고 아이들을 선발하면 무엇하겠는가? 다양한 지원을 이야기하지만 저학력 저소득층에 투자되는 교육복지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학교에 남아서 지도 받는 아이들은 또 어떠한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을 부진아로 낙인찍는 상황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학교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긍정적인 평가가 되려면 학생 중심의 평가관을 확립해야 한다. IQ검사처럼 지능지수가 낮은 아이를 걸러내는 시험이 돼서는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의 일제고사는 ‘학생대상’의 평가일 뿐 ‘학생중심’의 평가는 아니다. 다시 말해 지금 일제고사는 다른 학생과의 능력구별을 하는 평가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교과부는 전국에서 특정학교의 순위가 어는 정도인지 파악하고 싶어 한다. 이를 통해 교육청과 학교장 그리고 교사들을 통제하고 순위를 매기려는 불순한 의도가 일제고사에 담겨있다. 일제고사의 결과 학력이 낮게 나온 학교장과 교사는 과중한 부담감에 학교와 학급 평균을 높이기 위해 각종 문제집을 풀고 외우게 하는 일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도 0교시와 7교시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시험을 보지 않으면 무단처리 하겠다고 협박을 하면서도 운동부 학생이나 특수학급 학생들은 시험에서 배제시킬 것이다. 평균을 깎아먹을 테니까.
사실 학교는 평가를 기본으로 하는 곳이다. 학생들의 발전과 수업의 질 개선을 목적으로 진단평가, 형성평가, 총괄평가 등의 다양한 평가들이 이루어진다. 진단평가는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아이들이 얼마나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지, 수업을 이해할 만한 수준인지를 보고 수업을 결정할 때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3월초에 이런 의미의 진단평가를 학교 자체의 계획과 일정을 통해 실시해 왔다. 교과학습 부진아들에 대해서는 보충학습 지도 계획을 세워 꾸준히 시행해 왔던 일이다. 이제 와서 세련되고 새로운 평가방법을 도입한 것처럼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교과부와 교육청이 진정으로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공교육을 정상화를 원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교육환경과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각종 학교폭력과 왕따에 노출돼 있는 아이들에게, 선수학습을 위해 다니는 학원말고는 갈 데가 없는 아이들에게 학교에 다양한 쉼터와 놀이 공간을 확대하고 각종 상담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면 안될까?
정석 <전교조광주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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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도 0교시 만들길 바라는가?-광주드림 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