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미안하다!
[일제고사 생각하기] 학부모 기고
한때 ‘교육’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없는 부모일수록 더욱 그랬다. 자식만큼은 제대로 공부시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희망은 그들을 지탱하게 하는 힘이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교육 현실은 가난한 부모는 자식 앞에서 끝까지 죄인이 되게 만든다. 그 사람 삶의 과정이 어떠하든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부모는 무능한 부모로 전락되고 있다.
더욱 놀랍고 실망스러운 것은 이 땅의 대다수 부모들을 무능한 부모로 만드는 일에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일제고사 성적이 공개됐다. 한쪽에선 성적공개를 학부모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거라고 했다. 자기 필요에 의해서 언제나 ‘학부모’라는 이름이 동원된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하겠다는 학부모의 선택권은 무시하면서 그들이 내세운 허울 좋은 학부모의 알권리가 얼마나 많은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하고 좌절시키는지 그들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평소 공교육만으로 버티어 오던 그나마 얼마 안남은 학부모마저 학원으로 내몰고 있는 일제고사의 위력을 그들은 과연 모를까? 지금은 교육청별로 공개되지만 머지않아 학교와 개인별로 성적이 만천하에 공개될 거라는 불안감은 아이들을 더욱 더 학원으로 내몰게 만들 것이다.
공교육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 가난을 되물림하지 않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교육 시장은 춤을 출 것이다. 그 춤바람에 점점 고개 숙이는 학부모들이 늘어날 뿐이다.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필요하다면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3% 이하로 표집해서 시험을 치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전체 아이들을 대상으로 치고, 그 결과가 공개되고, 그것이 교장의 승진에 반영될 때 이미 일제고사는 그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아이들의 시험점수가 곧 교사와 학교에 대한 평가가 될 때 그 수업은 문제풀이식의 파행교육을 낳고, 성적조작과 허위보고 등의 문제점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다.
결국 교육현장에는 반듯함을 키우는 사람 대신 시험점수에 목매다는 교사와 학생들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또 일제고사 결과가 고교등급제의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는 것을 간파한 학부모들은 좋은 학군을 찾아 이사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인정했다는 이유로 파면 당한 선생님들 이야기를 다룬 ‘피디수첩’을 나와 함께 본 아들이 고민 끝에 일제고사를 거부했다.
중3인 아들은 무서운 선생님이 담임이 되어 좀 부담이 되긴 하지만 31일 날 있을 일제고사 거부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체험학습을 가기로 했다. 아들이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플 뿐이다. 아들아, 미안하다.
이영선 <참교육학부모회광주지부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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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미안하다-광주드림 학부모 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