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호출
[새학기 바꾸자] <상> 학부모 동원
환경정리는 으레 학부모 몫 “잘못한 것 없이 죄인 된 기분”
“부르는데 자식이 눈에 밟혀 안 갈 수도 없고, 가자니 몸은 고생에 경제적 부담도 적지 않고….” 개학을 맞은 학부모들의 토로다.
3월이 되면 학부모 호출이 부쩍 많아진다. 아이가 저학년일수록 호출 빈도가 높다. 방학 내내 비워졌던 교실은 먼지가 수북하고, 저학년의 경우 환경정리는 오로지 담임교사들의 몫이다. 교사가 업무 폭주를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학부모 동원이다. 경제적 부담도 해결된다.
새학기 초등학교 교실에서 가장 큰 일은 환경정리다. 대개 학교에서 학급당 5만∼10만원 정도의 환경정리 비용이 지급된다.
제대로 진행하려면 한참 부족한 액수. 학교 자체적으로 환경정리 심사라도 하게 되면 경쟁이 가미된다.
한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학부모를 부르지 않아야 한다는 건 알지만 일은 바쁘고, 청소도 제대로 못하는 저학년 학생들과 환경정리를 하는 건 어렵다”며 “환경정리를 할 때 학부모 동원의 유혹을 받아보지 않은 저학년 교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역으로 해석하면 학부모 동원이 그만큼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반증.
학부모가 오면 모든 상황이 반전된다. 비용도 학부모들이 알아서 해결하고, 환경정리에 필요한 물건도 대형 문구점에 가서 착착 구입해 온다. 청소 걱정도 사라진다. 교사의 몸이 편해지는 대신 학부모가 고달파지는 것.
아이 생각에 내색은 안치만 학부모들의 속은 편치 않다.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학부모 ㄱ(38) 씨는 “어떤 교사들은 엄마들 불러 일 시키고, 자신은 동료 교사와 차 마시며 농담하다가 일 끝나면 그때서야 교실에 온다”며 “아이 때문에 괜히 잘 못한 거 없이 죄인이 된 거 같고, 학교에 가서 청소를 하고 올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아이가 반장이라도 뽑히면 학부모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광주지역 초등학교들은 요일 반장제를 운영해 한 학기에 6명이 반장이다. 반장 학부모들은 거의 의무적으로 학교에 불려가고, 맞벌이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면 인사치레로 돈을 내놓은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가 학급 임원이 되는 것을 꺼린다. 학교 임원 학부모는 더 고달프다. 아이가 학생회장 등 학교임원에 선출되면 학부모는 자동적으로 학부모 임원이 된다. 이 경우 운동회나 소풍, 교사 단합대회 등 학교의 모든 행사를 챙겨야 한다. 노골적으로 교무부장이 전화를 걸어와 필요한 학부모 인원과 물건을 지정해 주기도 한다.
지난해 한 초등학교의 학부모 임원이었던 ㅇ(42) 씨는 “아이가 전교부회장이었던 1년 동안 학교행사 때마다 불려 가 뒤치다꺼리 해주는 게 일이었다”며 “주변에 아이를 학교 임원 시키려는 학부모가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말리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광주·전남 교육연대 관계자는 “아이가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묘한 권력 관계가 형성된다”며 “건강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부모가 학교에 동원되는 일부터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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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동원-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