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시험의 날들’
고교 신입생 3월까지 시험 6번
숨 돌릴 여유 없는 반복에 `녹초’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지난 겨울은 끔찍했다. 형식적으로 중학교의 마지막 방학 기간이었지만 실제로는 입학조차 하지 않은 고등학교 시험의 연속이었다. 이 학생들에게 ‘봄날’은 없다. 개학과 동시에 줄줄이 시험이 계획돼 있다. 시험 끝나면 곧바로 다시 시험을 봐야 하는 ‘시험의 날들’이다.
광주지역의 한 사립 여고에 입학하는 ㄱ(17) 양는 최근 시험 소리만 들으면 자다가도 몸을 일으킨다. 지난달 6일 3년 동안 다닐 고등학교가 배정된 날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당일로 학교에서 신입생 전체를 소집했고, 국·영·수 세 과목에 대한 막대한 양의 과제물을 받았다. 국어의 경우 A4용지 80여 장 분량의 모의고사 문제풀이였고, 수학은 A4용지 20여 장 분량의 문제가 입학 전까지의 과제물로 제출됐다. 영어는 A4용지 30여 장 분량의 모의고사 문제풀이와 별도로 영어 구문 100문장, 영어 단어 1000개 외우기가 추가됐다.
“숨이 막힐 정도로 많은 양의 과제였는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에요. 입학하고 3월 첫주에 과제물 내용으로 시험을 본대요. 시험결과는 수행평가에 반영되고요. 방학 내내 과제물 공부만 했는데도 시간이 부족해요.”
사실 과제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입학식도 하기 전부터 시험의 날들은 이어졌다. 올해 광주시교육청은 그 동안의 관례를 깨고 인문계고 반배치고사를 주관해 2월9일 일제히 실시했다. 예년까지 반배치고사는 인근 학군끼리 자체 시험문제를 출제해 개별학교 별로 시험을 봤다.
하지만 대다수 고등학교들은 또 다시 학생들을 소집해 자체 반배치고사를 별도 실시했다. ㄱ양의 경우 2일18∼19일 이틀 동안 학교에 나가 시험을 치렀다. 같은 목적의 시험을 세 차례나 본 것이다.
“반 배치를 위한 같은 목적의 시험을 왜 세 번이나 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뭐 학생들이야 학교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죠. 시험 끝나자마자 곧바로 다시 시험공부를 시작해야 하니 시험 때문에 심리적 압박을 느껴요.”
입학식 이후에도 시험은 계속된다. 우선 이미 예고된 과제물에 대한 테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또 3월11일에는 연합 모의고사를 실시한다. 그러고 나면 3월 말에는 월말고사 일정도 잡혀 있다. 거의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시험을 봤거나 예정돼 있는 셈이다.
3월 이후에도 시험은 계속된다. 리베이트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해 한 동안 실시하지 않았던 사설 모의고사가 지난해부터 부활했다. 사설 모의고사 대체로 시행된 전국 시·도교육청 주관 연합학력평가도 봐야 한다. 또 월말고사와 중간·기말고사도 꼬박꼬박 봐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시험지 위에 놓여 있는 형국이다.
“숨 돌릴 여유도 없이 시험이 반복돼요. 공부하러 학교를 다니는 게 아니라 시험 보러 학교 가는 것 같아요. 입학도 하기 전부터 연일 시험인데, 도대체 몇 번이나 시험을 더 봐야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는건지, 벌써부터 숨이 막혀요.”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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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시험의 날들-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