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체육수업이나 제대로 하라
일선 학교의 체육시간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체육시간은 형식적으로 편성만 해놓고, 실제론 자율학습이나 타과목 보충수업 시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유독 초등학교가 심한데 이는 교단의 급속한 여성화와도 일정부분 관련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무래도 여교사들에게 체육시간은 부담스럽다. 체육 전담교사도 턱 없이 부족하다. 여름이나 겨울 철엔 야외 수업을 하기가 더 어렵다. 다목적 강당(체육관)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광주 시내 초·중·고 중에서 다목적 강당 시설을 갖추지 못한 학교가 아직 많다. 신흥택지지구 등의 신설학교 운동장은 말 그대로 ‘손바닥’만 하다. 100미터 달리기를 할 수 없을 정도다. 아이들이 체격은 과거에 비해 부쩍 커졌으나 체력은 예전만 못해 ‘비실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당국은 학교체육수업 내실화보다는 이벤트성 행사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물론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학생들의 체육활동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면 그 또한 나름 의미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말이 바뀐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문제다. 학교체육수업은 겉돌고 있는데 무슨 경연대회 준비한다면서 학생들을 동원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지난해 음악줄넘기 대회를 개최했던 광주시교육청이 오는 10월 ‘건강체조 경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란다. 관내 초등 3~6년, 중 1~2년을 대상으로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도 3억7000만원이 책정됐다. “굳이 거액의 예산을 따로 들여 이벤트성 행사를 개최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일선학교 교사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온다. 자율참가를 원칙으로 한다지만 학교별 평가자료로 활용하는 현실에서 참가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상 참가를 강요당하는 셈이어서 여기에도 ‘동원’이란 비판이 뒤따른다. 학생체력에마저 경쟁의 원리가 도입되는 데 대한 걱정도 크다.
단언컨대 일회성 행사로는 학생들 체력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정신적 피로감만 가져다 줄 뿐이다. 교육청은 지금이라도 ‘이벤트’를 중단하고, 학교체육수업을 내실화해주기 바란다. 예산이 있으면 부족한 체육전담교사와 체육시설을 확충하는 데 쓰고, 체육시간이 자율·보충학습으로 변칙운영되는 일이 없도록 장학지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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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체육수업이나 제대로 하라-광주드림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