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성적 줄세우기’ 현실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 파장
학업성취도 평가 공개에 따른 경쟁 심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역 간 격차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성적이 낮게 나온 지역 교육청들은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광주 지역의 경우 고등학교는 전국 주요 7대 도시 중 최고 학력을 보인 반면 초등학교는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결과가 발표됐다. 광주시교육청은 학업성취도 평가 공개 직후 “기초학력 미달학생 제로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16일 발표된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사상 유례 없는 공개 범위다. 고등학교 1학년은 16개 시·도 교육청,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은 16개 시·도 교육청 및 180개 지역 교육청 별로 세분화해 성적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지역간 학교간 격차가 구체적인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났으며 기초 미달자 비율이 지역에 따라 많게는 최대 30% 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문제는 학업성취도 평가 공개에 따른 역효과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것. 전교조 광주지부 김정섭 정책실장은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이 발표된 16일은 교사간의 신뢰와 학생간의 우정을 빼앗기고, 끝 모를 무한경쟁이 시작된 날이다”며 “성적이 공개된 직후 성적이 낮은 일부 시·도 교육청은 방과후 학교 강화와 선행학습 실시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주시교육청도 학업성취도 평가 공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광주지역의 경우 고등학교는 성적이 매우 높았고, 초등학교는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교과부가 발표한 ‘2008년도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및 기초학력 미달학생’자료에 따르면 광주지역 고등학교 1학년 학업성취수준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전국 7대 주요도시 가운데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전체 5과목 가운데 국어(80.6%)와 사회(49.6%), 수학(66.1%), 영어(73.5%) 등 4과목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과학 과목(64.1%)만 대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초등학교 6학년 학업성취도의 경우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국어(79.7%)와 사회(67.3%), 과학(82.4%)은 전국 최하위인 7위였다. 수학(81.9%)과 영어(81.0%)는 5위로 집계돼 전국 7대 주요도시 가운데 최하위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고등학교의 학업성취도는 매우 높은데 초등학교는 매우 낮은,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며 “초등학교의 기초학력 미달학생 제로화를 위해 모든 교육역량을 투입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은 180개 지역 교육청 별로 성적이 공개돼 학교간 서열화 조장 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역 교육단체들은 “고등학교의 입시경쟁교육이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광주·전남 교육연대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성적 낮은 학교를 기피해 학교간 교육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공교육이 붕괴될 것이다”며 “진단평가나 성취도 평가 등 비교육적인 성적 경쟁 정책을 계속 펼쳐 나가면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교육양극화의 부작용만 발생한다”고 말했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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