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비협조’ 논란
시교육감 “교사인권도 중요하다” 답변
안순일 광주시교육감의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발언이 논란이다.
시교육청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 교육위원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한 시교육감의 입장을 물었고, 안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협조할 수 없다”는 공식 답변을 했다. 이에 대해 지역교육단체들은 “광주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으로 부적절한 답변이다”는 반응이다.
특히 학생인권조례의 경우 지난해 8월에 열린 광주시교육위원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와 관련 교육위원들 간의 알력 다툼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그 때 당선된 전원범 의장이 핵심 공약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내걸고 당선됐기 때문.
9일 지역 교육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5일 시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제173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안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비협조 입장을 밝혔다. 또 “학생인권보다 교사인권이 중요하다”는 요지의 발언도 했다.
지역의 한 교육단체 관계자는 “현재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데 지역 교육계의 수장이 지역 정서를 외면하고 있다”며 “학생인권과 교사인권은 엄연히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문제인데, 학생인권이 존중되면 교사인권이 무너진다는 논리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에서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해 12월 지역 15개 단체가 ‘광주학생인권조례제정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꾸리고 본격적인 조례제정 활동에 돌입했다. 위원회는 학칙과 학생생활규정을 검토해 조례안의 초안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또 올해는 2009년 조례 제정을 목표로 공청회나 대시민홍보, 토론회, 서명 활동 등도 함께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시교육감의 발언과 관련 이날 본회의에서는 시교육위원회 교육위원들 간의 입장차이도 드러났다. 문동주 위원 등 3명의 보수성향 위원들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전원범 의장 등 4명의 개혁성향 위원들은 찬성했다. 이를 두고 교육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8월 열린 광주시교육위원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와 관련 교육위원들 간의 마찰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당시 의장선거는 전반기 의장이었던 이승연 위원과 부의장 전원범 위원이 자신들을 지지했던 두 위원에 표를 던질 것이 자명해 의장에 문동주, 부의장에 서재의 위원이 예상됐다. 그러나 1표의 내부 반란표가 나오면서 당락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결국 전원범 위원과 박기훈 위원이 각각 의장과 부의장에 당선됐는데 이들은 임기중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대표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역 교육계의 한 인사는 “선거에 따른 앙금이 교육위원들 사이에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현 의장단의 대표공약이었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이 현격하게 갈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순일 교육감실 관계자는 “2차 본회의에서 나온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발언은 교육감의 평소 소신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육감은 학생인권이 학교구성원들의 논의로 충분히 지켜질 수 있어 굳이 조례 제정이 필요치 않다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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