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기념해 지난 11일 광주YWCA 백제실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선 홍세화씨는 한국사회 제도 교육의 문제점을 신랄히 비판했다.
문)내 생각은 어떻게 해서 내 것이 되었나?
①폭넓은 독서 ②다양한 토론
③경험과 여행을 통해 ④도를 닦아서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이 한국사회 제도권 교육을 비판하면서 낸 문제다. 이에 대해 객관식과 사지선다형이라면 동물적으로 반응하는 고3수험생들 중 누구 하나 자신있게 답을 택하지 못했다.
지난 11일 오전 UN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기념하며 광주YMCA의 초청으로 광주를 찾은 홍씨는 수능 뒤끝에 강의를 들으러 온 고3 학생들에게 “모든 세계와 만나는 창(窓)인 책을 가까이하고 열린 자세로 세계와 소통하고, 직접 경험과 여행으로 동시대를 느껴보고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라”고 당부했다.
‘도를 닦아서’라는 예시에 대해서는 “어설프게 도 닦은 사람들이 뭍 무리를 이끌며 혹세무민하고 있다”고 특정세력을 꼬집었다.
홍씨는 “국가가 장악하고 있는 제도교육이 민주화되고 있지 않은 것이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며 “사회구성원 20%가 장악하고 있는 지배세력이 제도교육으로 지배계급 이념을 관철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어쩌다 선배 아니면 책 잘못 만나 불행해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은 불온이 교양인 사회가 되었는가”라며 세태를 한탄했다.
홍씨는 20여년 기간 동안 프랑스에서 체류했던 경험담을 들려주며 서구유럽사회와 한국사회 간 격차의 심각성을 전했다.
서구유럽의 계층별 유형이 ‘선 달걀형’에서 ‘누운 달걀형’(상류층보다 중산층이 두터워진다는 뜻)으로 나아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콜럼부스의 달걀형’(인간 존엄성을 지킬 수 없을 정도의 하층민들이 양산되고 있는 폭력적 구조)도 모자라 중산층을 위협하는 세제개편 등으로 ‘8자형’으로 퇴행하고 있다는 것.
이렇게 우리사회의 계층 격차가 점점 왜곡되고 있는 원인을 그는 국가가 관여하는 제도교육에서 연유한다고 보았다. 생각의 주체성을 길러주기보다 암기위주의 입시교육으로 서열화하는 데만 급급한 결과라는 것. 이러한 서열화는 곧 물질적 생존을 위한 경쟁상황으로 치닫고 오늘날과 같은 사회양극화 문제를 불러왔다는 게 홍씨의 진단이다.
2002년 한국으로 영구 귀국했을 때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라는 국내 대기업 아파트 광고 문구를 보고 이웃에 대한 상상력을 외면하는 가치관에 질겁했다는 홍씨는 “우리사회가 부익부빈익빈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20:80의 사회보다 사회안전망으로 약자를 보호하는 30:70, 35:65의 사회로 가는 방향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아실현을 죽을 때까지 포기하지 말라”며 “생존의 조건을 무시할 수 없지만 양보만 해야 할 때 기성세대들은 포기해버렸다”며 청소년들의 분발정진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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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되지 않은 제도교육이 문제-시민의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