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학생 도둑 만든 학교
학생 `형사처벌’ 두려워 거짓 자백
뉘늦게 사건 당일 `알리바이’ 증명
광주의 한 중학교가 학교에서 발생한 도난사건과 관련 한 학생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특히 사건 발생 며칠 후 이 학생의 결백이 밝혀졌음에도 학교측은 학부모의 공개 사과 요구를 두 달 가까이 거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이 정신적 충격에 의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10일 가량 병원에 입원했고, 현재도 통근 치료를 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10월7일, 오후 11시45분쯤 광주 S중학교 교무실에 도둑이 들어 현금 50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 경보가 울려 보안회사 직원이 출동했고 범인과 마주쳤지만 도주해 붙잡지 못했다.
사건을 조사하던 학교는 같은달 16일 이 학교 3학년 S(16) 군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S군에게 새 휴대폰이 생겼다는 몇몇 학생들의 진술이 그 근거였다. 이 학교 학생부장은 당일 여러 차례 상담실로 불러 범행을 추궁했고, 학생은 두려움을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으며 학생부장의 요구로 ‘사건경위서’도 작성했다. 몰론 전부 지어낸 이야기였다. 그러나 실제 범인과 마주쳤던 보안회사 직원이 S군과 대면한 뒤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거짓진술은 모두 사실로 둔갑했다.
S군은 “16일 학생부장 선생님과 4번 면담을 했는데 아무리 범인이 아니다고 말해도 믿지 않았다”며 “학생부장 선생님이 학교 CCTV에 범인 얼굴이 찍혔고, 지금 자백하지 않으면 형사가 수갑을 채워 데려갈 것이고 재판을 받게 될 것이며, 소년원에 가면 인생이 끝난다고 해 겁이 나서 거짓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생부장은 “학생의 당일 행적이 정확하지 않아 확인 작업을 거쳤을 뿐 자백을 강요하거나 겁을 준 적은 없다”며 “학생이 학교 열쇠를 얻게 된 경위까지 이야기하며 자백을 했고, 자기 손으로 생생한 사건경위서까지 써 범인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뒤늦게 S군이 사건 당일 알리바이를 증명해 냈다는 것. 사건이 발생한 10월7일 범행발생 시간에 S군은 집 근처 PC방에 있었고, PC방 CCTV 화면에는 S군의 모습이 생생히 찍혀 있었다. S군의 어머니는 CCTV 화면을 증거로 제출했고, 학교에 공문을 통한 공개사과로 아들의 억울한 누명을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학교의 반응은 “그냥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이었다. 학부모와 학교가 공방을 진행하는 동안 친구들 사이에 소문이 났고, 급기야 S군은 10월 말부터 10여 일 가량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S군의 부모는 “단지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전교생이 볼 수 있도록 공문을 통해 사건 경위를 알려 달라는 것 뿐인데 학교가 최소한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이미 두 달 가까이 시간을 줬고, 학교가 요구를 무시한 이상 학교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해 아들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중학교 교장은 “공고를 하려고 했지만 학부모가 공고문 안에 학생 이름을 반드시 넣어줄 것을 요구해 교육적으로 좋지 않을 것 같아 미뤄왔다”며 “또 나중에는 감정이 격해져 법적 대응에 대한 언급을 해 와 공고문이 학교의 잘못을 인정하는 법적 증거 자료가 될 가능성이 있어 학부모의 요구를 거절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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