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 힘을 바쳐 애쓰는 `봉사’의 핵심은 `희생’에 있다. 제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 해도 자신을 던지지 않으면 `봉사’라 부를 수 없다. 한데 요즘 우리 중·고생들이 하는 봉사활동엔 안타깝게도 `희생정신’이 결여돼 있는 듯하다. 정부가 입시위주의 교육을 바로잡기 위한 대한 대안의 하나로 지난 1996년부터 도입한 중·고생 봉사활동 평가제가 취지와는 달리 또 다른 점수따기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자원봉사 평가제는 학생들이 일정시간의 봉사활동을 하면 내신성적에 반영해주는 제도이다. 모든 중고생들은 학년당 20시간씩 총60시간의 봉사활동을 이수해야 내신성적 총 300점의 5%인 15점을 얻을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은 이미 `봉사’가 아니다.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는’ 활동이 아닌 `자신을 돌보기 위해 남을 돕는’ 활동일 뿐이다. 물론 모든 학생이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게 중에는 방학이나 휴일을 이용, 어려운 이웃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애쓰는 참 봉사활동을 실천하는 학생들도 많다.
대부분의 봉사활동이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부모나 친지를 통해 허위 봉사활동 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오죽하면 교육당국이 가짜 증명서 발급 기관이나 단체의 리스트까지 작성해 단속하고 있을까.
학생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반강제적으로 이뤄지는 봉사활동도 문제다. 행정기관이 진행하는 굵직한 행사에 단체로 동원된 뒤 확인증을 발급받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마디로 `무늬만 봉사’이다. `봉사’가 아닌 `활동’만 하고 점수를 얻는 것은 위선이다. 이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편법을 가르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궤도에서 한참 벗어나고 있는 학생 봉사활동은 이제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8년여 동안 제도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은 거의 다 드러난 만큼, 교육당국은 이제 적절한 개선책을 마련해 봉사활동의 본래 의미를 되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은 봉사활동을 평가해 내신성적 점수를 주는 제도부터 뜯어고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봉사를 `점수따기’의 수단으로 변질시킨 근본 원인이 바로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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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봉사활동 이대론 안된다-광주드림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