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제정 시급
송원여상 사태로 학생인권 명문화 목소리 높아
생활규정에 공식화 절차·참여주체 등 명시해야
노해경 기자neo@siminsori.com
지난 16일 체벌 등 과도한 생활지도에 반발하여 광주 송원여상 학생들이 수업거부 등 집단 시위를 벌인 것을 계기로 진상조사와는 별도로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 ‘학생인권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교조 광주지부를 비롯한 7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되어 있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전면 전환 촉구를 위한 광주전남 공대위’(이하 공대위)는 지난 19일 송원여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은 학생 의견 수렴하고, 광주시교육청은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더 나아가 이번 사태의 철저한 진상조사와는 별도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목소리가 높은데 그 단초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지난해 12월 신설되고, 올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가 바로 그 근거다.
‘학생의 인권보장’이라 명명된 이 조항은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로 규정되어 있다. 문제는 법이 제정되고, 시행도 3개월이나 지났지만 시행령 등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서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송원여상 사태를 계기로 교육조례로 학생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자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조례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어떤 것들이 담겨져야 할까. 학생인권보장 규정의 시행을 계기로 지난 4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교육과학기술부와 각 교육단체 등이 합동으로 주최한 ‘학생인권 내용과 증진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제시된 방안이 도움이 될 듯하다.
그중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대표가 제시한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15가지 권리 지침’이 특히 눈길을 끄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강제된 학습금지와 언어폭력 금지 등 ‘학생의 존엄과 의사존중’ △성적차별 금지 학년에 따른 차별 등 ‘차별금지’ △교육과정 수립 참여 등 ‘교육에 대한 권리’ △학교장 등과의 면담권과 동아리 설립·가입 허가제 금지 등 ‘학생의 자치와 참여’ △체벌 및 강제 이발금지 등 ‘신체의 자유’ △양심에 반하는 서약 금지 등 ‘사상·양식·종교의 자유’ △두발 복장의 자유 및 매체활동 지원 등 ‘학생의 표현’ △일기장 검사의 대안마련 등 ‘사생활과 개인정보’ △열람권 등 정보접근 △적절한 학교시설과 물품 등 ‘건강’ △안정을 위한 설비 등 ‘안전’ △쉬는 시간 활용의 자율성 등 ‘쉼·놀이·문화’ △징계권 남용 금지 등 ‘사건조사와 징계’ △일시보호 등 구제조치 등 ‘특별한 상황에 놓인 학생’ △이의 제기 및 불이익 금지.
2005년 전남여고 재직당시 학생들과 함께 학교생활규정을 만들었던 배이상헌 교사(현 송광중 교사)는 “학교장이 전제군주처럼 군림하는 전근대적 통제시스템을 가진 일선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보장은 사실상 어렵다”며 “학생 인권을 보다 근본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내용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학교생활규정을 공개적으로 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공식적 절차와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의 주체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게 명시하는 것을 규정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3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의 자발적인 노력과 교육청, 교육위 등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5년 추진된 ‘학생인권조례’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무산시켰던 시교육청이 또다시 송원여상 사태해결에만 급급한 수준에 머무를지 주목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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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제정 시급-시민의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