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 엄마 “싫다 싫어”
교실청소에 간식…소풍날 선생님 도시락까지
“청소와 간식, 그리고 선생님 도시락 어떻게 생각하세요?”
광주시내 한 초등학교 학부모가 반대표 엄마 역할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견을 구했다. `초등생 맘’이라고 밝힌 이 학부모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광주지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상담을 요청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가 이 번에 처음으로 반대표를 맡았다는 이 학부모는 2개월 간 임원 엄마로 활동하면서 느낀 소회를 밝혔다. 그는 “간식과 소풍날 선생님 도시락, 스승의 날 선물 명목으로 반대표 엄마들이 일정액의 돈을 냈다”고 밝혔다.
그는 “격주 토요일 간식(주로 `콜팝<콜라 통닭>’이나 피자)은 폐지돼 다행스러웠다”며 “학교에서 간식을 넣지 말라고 하는데도 엄마들이 운동회 등을 핑계로 넣으려는 이유가 잘 납득이 안간다. 왜 색소가 들어간 단물과 아이스크림을 사 먹이려고 돈을 걷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소풍날 선생님 도시락은 학부모가 싸는 것이 당연시됐다”며 “선생님 자신이 간단히 준비하면 될 것 같은데 엄마들이 눈치 보며 바리바리 싸다 주고 버스기사에게 팁까지 주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교실 청소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바닥 물청소부터 선풍기, 형광등 청소까지 엄마들이 해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북구 한 초등학교의 경우 임원 학부모들이 걷은 돈으로 청소 인력을 고용해 교실청소를 추진했지만 말썽이 일자 취소한 적도 있었다.
이 학부모는 “교실청소까지 하는 반장과 반대표 엄마가 되기보다 아이들 교육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는 엄마가 더 좋을 것 같다”며 “아이들을 그렇게 챙긴다면 형편이 어려워 급식비 내기 부담스러운 아이는 없는지, 부모의 보살핌이 없어 힘겨운 아이는 없는지를 알아보고 도움의 손길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글이 게시되자 다른 학부모들의 공감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저도 초등맘’이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린 한 학부모는 “아이들 임원이 엄마까지 임원이라는 명함을 주면서, 각종 행사의 도우미를 해야 하는 학교가 싫기만 하다”면서 “`초등생 맘’님의 글을 읽으면서 같은 학교 학부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학교 돌아가는 형태가 너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1~2년 겪어본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임원 선거에 나가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며 “임원을 맡게 되는 학부모들은 환경정리와 행사 명목으로 돈을 걷고, 견학과 소풍 때 선생님 도시락에 목욕비를 챙겨 주고, 학교 행사 때는 부침개 지져가며 식당아줌마 취급 받고, 운동회 때는 물 나르고 아이들 간식까지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정 학부모가 설 자리가 이런 곳밖에 없는 것인지, 무엇부터 바꿔야 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 최은순 지부장은 “이 문제는 학부모회가 생긴 이후 18년 동안 해마다 제기되고 있는 사안”이라며 “이것은 불치병이며, 학부모 스스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지부장은 이어 “극성스런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교실청소를 하고 있어 말릴 수 없는 부분이지만 학교에서는 알고도 묵인하고 있다”며 “학부모 임원들이 할당찬조금을 내서 교사들의 식사대접, 학생들의 간식, 환경정리, 비품 등에 쓰고 교실청소를 하는 것이 올바른 학부모 역할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observe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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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 엄마 싫다 싫어-광주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