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세우기’는 교육이 아니다
장휘국(광주광역시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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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전국적으로 모든 중학생들이 일제고사를 치렀다. 10년 만에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일제고사가 되살아났기 때문에 학부모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고 모든 언론들이 뜨겁게 반응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11일에는 초등학교 4~6학년에게도 전국적으로 일제고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전국적으로 한 줄로 세우게 된다.
이번 시험은 진단평가로서 학생이 어떤 수준인지 정확히 파악해서 수준에 맞는 학습법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고 교육의 한 과정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교육에서 평가는 대단히 중요한 과정이다. 교육에서는 시작과 중간, 마무리 단계에서 평가를 통해 학생의 수준을 진단하여 수준에 맞도록 지도하고, 지도 결과를 평가하여 반성과 보완, 새로운 교육계획의 자료와 근거로 삼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시험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처리하고 활용하는가에 있다.
진정한 진단평가라면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일제고사 형태로 할 필요가 없다. 또 개인별 성적을 통보하여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부담감을 줄 필요도 없다. 전문가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잘 정제되고 표준화된 문제은행을 두고 거기서 적절한 문항을 추출하여 학급별, 학교별로 진단하면 된다. 굳이 전국적으로 일제히 시행할 이유가 없다.
교육당국이 주장하는 대로 전국적, 지역적으로 수준을 알아야 한다거나 학부모들이 자녀의 수준을 궁금해 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아주 비교육적 구실이다. 표준화된 문제은행과 통계치가 있으면 학급별, 학교별로 시험을 치르고 거기에 비교해 보면 수준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굳이 이렇게 시행하는 것은 개인별, 학교별, 지역별 성적 경쟁을 부추겨서 학력을 올리자는 것이다. 한 마디로 ‘경쟁을 부추기자’는 것이다. 그래야 정신 차리고 긴장해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개인별로 성적을 통지하는 것은 학부모들의 불안감과 조바심을 자극하고 압박하여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너무나 뻔하다.
우리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점수보다 등수에 더 관심이 많다. ‘100점보다 1등’을 더 값있게 여기고, 시험 결과 ‘몇 점보다 몇 등’을 먼저 물어본다. 이른바 ‘한 줄 세우기’에만 길들여져 있다. 그것을 교묘히 이용하여 학부모들을 자극하고 아이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교육당국에서는 이번 시험 결과를 개인별로 과목별 성적 정보만 제공하기 때문에 순위 경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지만, 이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변명에 불과하고 실은 직·간접적으로 아이들을 전국적으로 ‘한 줄 세우기’를 통해 경쟁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일류국가, 인재 강국을 만들기 위해서, 치열한 세계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더욱 성적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인가?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다.
선진국과 겨루는 세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진정한 경쟁력은 시험점수보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창의력, 순간의 어려움을 참고 견디어 극복하는 인내력과 꾸준하게 노력하는 성실함, 순발력을 바탕으로 하는 위기 대처 능력과 문제 해결력이라고 믿는다.
세계적으로 비교하는 각종 지표를 보면 지금 우리 아이들의 학력은 세계에서 최 상위권에 있다. 학력은 지금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책상에 앉아서 시험공부만 하는 성적 경쟁에 파묻히기보다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부대끼고 다양한 체험을 할 때 창의력과 성실함, 문제 해결력과 위기 대처 능력이 길러진다고 믿는다.
안순일 교육감께서는 부디 눈앞에 보이는 성적 경쟁에 매달려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이라는 지표와 ‘문화예술 교육’이라는 특색 사업을 포기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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