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도 문제 있다면 운동할 것”
투옥, 5·18항쟁, 밀항12년…
故 윤한봉 전 민족미래연구소장 발자취
윤한봉 전 민족미래연구소장이 남긴 발자취는 한국 현대 민주화운동의 역사 그 자체였다. 대학생활부터 5월 항쟁으로 시작된 `밀항’ 12년, 그리고 귀국 후 14년과 마지막까지.
강진 출신인 윤 전 소장은 전남대 재학중이던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됐다. 당시 전남·북 지역 총책임자라는 이유로 15년 형을 받았다가, 이듬해 2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후에도 긴급조치 9호 위반 등으로 투옥과 도피생활은 반복됐는데, 1980년 5·18항쟁과 함께 또다시 지역 학생운동세력의 주동자로 지목돼 수배조치를 받았다.
그러던 1981년 4월, 그는 부산에서 화물선에 숨어 들어 40일만에 미국으로의 밀항에 성공한다. 돌아오기까지 12년이나 걸릴 지는 상상도 못했던 길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민족학교와 재미한국청년연합 등을 결성해 조국의 통일과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는 일에 전념했다. 미국에서 사는 동안에도 영어를 쓰지 않았는데, “미국생활에 적응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또한 고국에서 고생하는 동지들을 생각해 침대에서 자지도 않고, 도피생활을 할 때처럼 허리띠를 풀지 않고 잔 것으로도 유명하다.
1993년 5·18 수배자 가운데 마지막으로 수배가 해제되자 귀국했다. 5·18기념재단 창립선언문을 직접 작성했을 정도로, 재단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에도 민족미래연구소장, 들불야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민주화와 5월 기념사업 관련 활동을 계속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의 피해에 대한 보상은 거부했는데, 역시 5·18 피해자인 친형 윤광장씨가 직접 서류를 작성, 보상신청을 했을 정도다. 그는 5월의 정치화나 이권화 움직임, 그리고 지역 민주세력의 문제점 등에 대해선 5월 관련자들이나 광주 운동권 내부 등 가리지 않고 거침없는 독설을 뿜곤 했다. 이런 성품 때문에 그는 `광주의 섬’이라 불리기도 했다.
윤 전 소장은 보통사람 호흡량의 11%에 불과한 폐기종으로 고생하고 있던 2004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하늘나라에도 문제가 있다면 운동을 멈추지 않겠다”.
이광재 기자 jaju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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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도 문제 있다면 운동할 것”-故 윤한봉 전 민족미래연구소장 발자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