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동자들의 눈물맺힌 절규를 짓밟은 박광태 시장님,
노조도, 인권도, 헌법도 당신의 허가를 얻어야 합니까?
박광태 시장과 광주시의 후안무치(厚顔無恥)에 할 말을 잃게 됩니다.
어제(14일) 광주시는 우리 광주시청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광주시 직원도 아닌 자들이 생떼와 억지, 과격시위로 광주의 명예를 더럽히고, 투자유치를 어렵게 한다’는 요지의 대시민 호소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난 3년을 ‘2등시민이하’로 시청사에서 근무했고, 최근 1년은 대화를 통해 ‘외주용역제도의 개선’을 희망했던, 그러다가 지난 8일 수치심과 모욕감, 공포, 폭력의 악몽같은 시간을 겪었던 우리 비정규노동자들의 입장에선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내용들뿐이었습니다.
지난 1년을 만나고 싶다고 정중하게 공문으로 요구해도 만나주지 않았고, 집단해고는 당장의 현실이 되어가는 그 순간에 ‘13만 4천개 일자리 창출’를 약속한 박광태 시장님을 직접 찾아가면, 그래도 3년을 시청사에서 오다가다 마주친 정때문에라도 우리 비정규노동자들의 딱한 사연과 소박한 ‘고용승계 보장’ 요구를 해결해주리라고, 아니 내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실낱같이 기대했었습니다. 행정부시장이하 시의 여러 관계자들이 대표단을 만난다고 하여 기다리기를 12시간. 박광태시장님은 너무 멀리 계셨는지 끝내 만날 수 없었고, 대신 우리는 박광태 시장님이 시킨 것이라고 밖에 판단할 수 없는 ‘악몽같은 폭력’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여성으로서의 수치심과 모욕감, 배신감, 그리고 흡사 5.18의 어느 장면을 연상시킬 법한 공포와 폭력에 짓눌려, 우리는 그렇게 개, 돼지만도 못한 짐승처럼 이리저리 끌려가야 했습니다. 남자들은 건물밖으로 내동댕이쳐지고, 여자들은 2층 어느 방으로 끌려가 사실상 감금된 채 그 새벽을 지새워야 했습니다. 그 사이 우리 중 일부가 의식을 잃은 채 119구급차에 실려 나갔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 아침이 되었고, 이번에는 감금되어 있던 여성조합원들마저 자랑스러운 광주시 직원 전체가 낄낄대며 에워싼 그 비좁은 통로를 숨막힐 것 같은 공포와 비참함을 안고 또다시 끌려나와야 했습니다.
시청사 개청때부터 누구못지 않게 애정을 갖고 3년을 구석진 곳에서 쉬지 않고 일한 사람들이 전에도 선례가 있고, 다른 자치단체의 사례도 있으니, ‘용역업체 변경과 상관없이 고용승계를 보장해달라’는 게 “생떼”쓰는 걸로 보이셨습니까?
‘순용역원가의 30%이상을 쓸데없이 업체사장들의 배만 부르게 예산 낭비한다’며 ‘외주용역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 우리들이 그렇게도 억지스럽게 보였습니까?
인권은 커녕 술냄새를 풍기며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당신의 직원들을 벗어나고자 여성의 수치심을 내던진, 그래서 속옷만을 걸친 우리의 행동이 그렇게 당신의 뭇매를 맞아야 할 ‘과격시위’였습니까?
민주와 평화, 인권의 도시, 광주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당신은 그렇게 대화와 제도개선을 제안한 우리의 요구를 묵살하고, 가진 게 하나없는 힘없는 우리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짐승처럼 끌고가며 인권을 유린했습니까?
우리의 소박한 요구 때문에, 우리의 폭행당함 때문에 당신의 투자유치가 어렵다고 한다면, 지나가는 개도 웃지 않겠습니까?
박광태 시장님, 허위사실 유포에 부당노동행위라니 죄받습니다.
광주시는 ‘신규용역업체에 이력서를 제출토록 기존 노동자 전체에게 권장했지만, 노조원들만은 이력서를 제출하지 않아 스스로 채용기회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박광태 시장님, 그렇게 치졸한 거짓말쟁이였습니까?
단 한번도, 노조에 속한 우리는 광주시나 신규업체로부터 이력서를 내보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도리어, 우리가 묻고 싶었습니다. 왜 유독 우리 조합원들만 그렇게 차별적으로 배제했는지.
이제야 이유를 알만 합니다. 그 악몽같은 3월 8일이 되기 전에 어느 언론인터뷰에서 광주시 어느 국장이 ‘성실한 근로자에 한해 고용승계토록 권고하고 있다’고 해서 도대체 “성실함의 기준”은 뭘까 무척 궁금했었는데, 뒤늦게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노조활동으로 인해 청소업무에 차질을 주고, 고용승계 보장 요구 집회시위를 전개하여 불성실한 근무태도를 보였다’구요?
박광태 시장님, 노조 만들고 노조활동한 게 죄가 됩니까? 법에 보장된 것처럼 3년전에 노조만들고, 그때도 마찬가지로 광주시는 관여할 수 없다고 하여 용역업체들과 노사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국회 산자위원장까지 하신 분치고는 노동관계법을 몰라도 너무 모르신가 봅니다. 하기사 그러니까 민주노총은 없어져야 되니 어쩌니 역성내셨을테지만요. 아무튼 단체협약은 법률적 효력을 갖습니다. 우리는 그 단체협약에 따라 법의 보호를 받는 노조활동을 했습니다. 불법적인 그 어떤 행위도 한 적이 없습니다. 혹시나 그런 일이 있었다면, 박광태 시장님이나 광주시에서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지난 2년을 그렇게 합법적인 조합활동을 했고, 같은 노동자로서 우리보다 좀더 힘들고 어려운 분들과 연대해왔습니다. 그런데, 가진 게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최소한의 보호장치 밖에 안되는 그 합법적 활동마저도 그렇게 눈엣가시 같았습니까? 감히 잘난 시청공무원도 못하는 노조활동을 못난 우리 비정규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하고 있으니 배가 아프셨습니까? 그러시면 안되죠. 노조활동을 이유로 우리를 내쫓았다는 박광태 시장님과 광주시의 솔직한 고백은 고맙습니다만,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로 법을 위반하신 셈입니다. 이렇듯 노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이 무슨 경제와 투자유치를 논할 수 있겠습니까?
박광태 시장님, 우리 문제에 FTA집회와 민주노총, 투자유치까지 끌어들이니 속 시원하십니까?
작년 11월 시청앞 FTA집회에 대한 시장님의 불편한 심기는 언론을 통해 익히 전해 들은 바 있습니다. 투자유치 때문에 조만간 외국출장을 또 나가신다구요?
박광태 시장님, 우리가 노조원이고 우리 노조가 민주노총에 속해 있으니까 근거를 가지고 대화를 요구해도 우리 문제를 무시하고 폭력으로 답해주셨습니까? 그 민주노총이 FTA집회에 참가했으니까 우리도 참가했을 것이고 우리 나이든 비정규여성노동자들도 각목과 돌이라도 들고 시청사건물을 부셨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우리가 일한 지난 3년간 그저 시장님의 투자유치를 방해할 궁리나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까? 시장님, 설령 투자유치가 뜻대로 안된다 하더라도, 책임전가할 데가 따로 있지 노동자들에게, 그것도 우리 비정규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하시다니, 아무리 억지와 생떼를 쓰고 싶으셨더라도 지나치지 않습니까?
박광태 시장님,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지 폭행당한 우리를 고소하다니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는 시장님을 만나 우리의 요구와 근거를 설명하고 상식적인 답변을 구하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폭행을 당했고, 이는 여러 언론방송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그날 119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가 입원한 우리 여성조합원이 4명입니다. 남은 조합원들 또한 대다수가 병원치료를 필요로 한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한 상황입니다. 다만, 다 입원해버리면 우리의 억울함을, 우리요구의 정당함을 알릴 기회마저 잃어버리지 않을까 싶어 병원입원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광태 시장님께서는 그저 당신을 만나러 갔을 뿐, 아무런 기물파손, 업무방해도 준 바 없는 우리를 ‘집시법위반및업무방해’로 고소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행정부시장이 민주노총 대표단과 교섭하면서 신규업체 사장을 기다리고 있던 그 시간에 뒤로는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맞고 쓰러지고 끌려 다니면서 다친 것은 우린데 거꾸로 가해자인 당신의 충실한 부하직원들을 앞세워 ‘상해’로도 고소했다고 들었습니다.
어이없습니다. 정말 너무합니다. 당신이 보기에 우리가 아무리 순진하게 보였더라도, 이렇듯 무고하게 고소고발을 남발하면 우리 비정규노동자들이 금세 겁먹고 초장에 물러날 줄 아셨습니까?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왜 시민들의 비웃음과 조롱을 사려 하십니까?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고용승계 보장’은 상식과 양심의 문제입니다.
‘종사자 고용승계와 시설의 민주적 운영’을 선정조건으로 삼았던 2003년 광주광역시장애인복지관 수탁자모집공고(박광태 시장), ‘고용승계, 단체협약승계, 임금부분 계약준수제(용역원가수준이상의 임금지급)’를 계약조건으로 삼았던 2006년 서구청 재활용품및대형폐기물처리사무 위탁공고, ‘노동관계법준수,적정임금보장,고용승계’를 계약특수조건으로 삼았던 2007년 인천광역시의회 청소관리용역 입찰공고 및 과업지시서,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삼았던 2007년 전북도청 청사관리용역(미화)의 예 등.
박광태 시장과 광주시가 법과 제도 때문에 ‘고용승계 보장은 안된다’고 했던 것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분명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당신도 알고 당신의 충실한 부하직원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일하지 않는 당신들을 위해 우리가 애써 관련자료들을 드렸으니까요.
다시 말해, 우리의 요구인 ‘고용승계보장’은 법/제도, 논리가 아닌 상식이자 양심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제 박광태 시장님의 양심이 움직일 때입니다.
우리의 요구는 분명합니다.
하나. 3월 7일부터 8일까지 약20시간동안 박광태 광주시장과 관계공무원들에 의해 자행된 폭력, 감금, 인권유린 등에 대한 공개사과와 피해보상, 특별인권교육 실시를 요구합니다.
하나. 13만4천개 일자리창출에 앞서, 해고된 시청비정규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할 것을 요구합니다.
하나, 예산낭비, 저임금/중간착취/항상적 고용불안을 야기해온 외주용역을 중단하고, 지역 공공부문의 모범사용자로서 상시지속업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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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비정규노동자들이 박광태시장님에게 호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