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후기는 인문학 스터디 선생님꼐서 써주셨습니다.
선생님은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셨고 지금은 박사학위 준비
중이신데 바쁜 와중에 아이들과 함께 인문학 스터디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정다영/청소년인문학스터디 선생님
이번 모임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진행되었다.
예상했던대로 모두들 책이 재미없다고 말했고, 지금까지 두 페이지를 읽고 덮었던 책은 이 책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러웠던 것은, 지루하게 읽었든, 띄엄띄엄 읽었든, 전반부와 후반부만 읽었든, 읽지 않고 온 사람은 없었고, 다행히 사랑이야기였기 때문에 할 이야기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먼저 인물분석부터 시작했다.
베르테르와 로테, 알베르트는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의 직업이나 성격, 셋의 관계에서의 각자의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가지 놀랐던 것은 우영이의 말이었는데, 책의 도입부에서 사랑에 빠진 베르테르가 쓴 편지들을 읽으며 귀엽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이었다.
내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나는 우영이 또래였을 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식으로 베르테르를 생각해보지 못했었고, 이번에 읽으면서 비로소 로테에 대한 열병에 사로잡힌 베르테르의 서술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터였기 때문이다.
그 말이 나온 김에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들을(사랑에 빠진 자가 얼마나 유치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다시 펼쳐 같이 되새겨보기도 했다. .
세 인물에 대해 살펴본 뒤 내가 공감하는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베르테르, 로테, 알베르트 세 인물에 골고루 공감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왜 그런지에 대해서도 들어보았다.
그런데 오래전에 쓰여진 책이고, 문체나 표현들이 현대적이지 않아서 기본적으로 세 인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이 있어서, 이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했다.
베르테르가 왜 자살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그 사이에 로테는 다르게 행동할 수는 없었을지, 알베르트는 뭐하고 있는 것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 셋의 관계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각관계로 생각해보자고 제안하고, 우리에게 좀더 친숙한 인물들로 살짝 변형해서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위해서 이 책을 선정했기 때문에, 각자의 첫사랑에 대해서 말해보기로 했다.
이것은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베르테르의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즉흥적으로 추가된 것이다.
아직 한번도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는 학생도 두 명 있었고, 나머지는 각자의 경험들에 대해서 말했는데, 가장 눈빛들이 빛났고 흥미로워했던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자살에 대한 베르테르와 알베르트의 견해차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핵심적인 이야기는 빠뜨리지 않았다.
둘의 입장차가 단순히 개인의 의견이라기보다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구시대와 신시대의 세계관의 변화에서 기인한다는 점,
베르테르의 (일종의)자살론이 자살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관습에 의해 사람들의 행동을 재단하고 무조건 악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인간 개개인이 어떻게 그런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들의 구체적인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해 이야기했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라는 베르테르의 탄식은, 개별 인간에 대한 이해보다 관습, 도덕, 체면을 앞세우는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리하게 이런 어려운 책을 선정했던 까닭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하면서 모임을 마무리했다.
지금 다 이해할 수 없는 책이라 할지라도 애써서 한번 읽어두면, 나중에 언젠가 베르테르처럼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사랑의 아픔을 겪고 힘들 때, 어떤 성숙의 시간에 다시 이 책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그러나 읽지 않고 청소년기를 지난 사람은 나중에 더 나이가 든 뒤에도 이 책을 찾기가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때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이해하는 자신을 보며 우리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이 시간들을 떠올려보길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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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7일 청소년 인문학 스터디 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