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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교에 엄마들 좀 부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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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총회 시즌 시작되자 봉사·임원 선출 놓고 논란
순번 참여 의무인 학교도 … '동원 금지' 靑 청원까지
"아이 학교인데 감시·참여 필요" vs "학교 일은 학교가"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워킹맘 이모(43ㆍ서울 성북구) 씨는 올해도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어렵사리 상사에게 말을 꺼내 두어 시간 외출을 허락받았다. 점심도 건너뛴 채 학교에 들렀다 부리나케 택시를 타고 사무실로 복귀했다. 학기 초 학부모총회에 빠지면 좀처럼 같은 반 엄마들과 교류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저학년 때는 같은 반 친구들과 어울려야 하는 축구팀에 들지 못할까봐, 고학년이 돼서는 학원이나 사교육 정보에서 뒤쳐질까 싶어 총회에는 꼭 참석하려 한다"고 귀뜸했다.
새학기 '총회 시즌'이 도래하면서 초ㆍ중ㆍ고생 자녀를 둔 워킹맘들의 마음이 분주해졌다. 통상 3월 둘째, 셋째주에 열리는 학부모총회와 학교운영위원회 모임, 이어지는 반 모임과 임원 선출 등 학교에 얼굴 비춰야 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4월 초에는 담임교사 면담과 공개수업 등의 일정도 예정돼 있다.

원하는 학부모만 참여해도 되는 자리이지만 불참할 경우 같은 반 학부모들 사이에서 눈총을 받거나 소외될까 걱정이고, 자칫 자녀가 '부모가 신경도 안쓰는 아이'로 비춰질까 하는 염려에 사실상 '필참'을 강요받고 있다는 게 학부모들의 하소연이다.

이같은 학교 행사가 친목 차원에 그치지 않고 각종 학교 일에 학부모를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어지다 보니 더욱 부담스럽다는 불만도 쏟아진다. 아이가 학급 회장 등 임원직을 맡게 될 경우 자동으로 부모가 학부모임원을 맡는 게 관례이고, 초등학교의 경우 녹색어머니회나 도서실봉사위원, 대청소봉사 등에 참여할 학부모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나서는 학부모가 없는 경우에는 총회에 참석한 학부모가 봉사를 반강제적으로 떠맡게 되거나, 아예 순번을 정해 모든 학부모가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학교도 있다.

이 때문에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엄마들을 무급 노동력으로 취급하는 초등학교 어머니 동원을 금지하고, 국가가 비용을 들여 전문가를 고용해 해결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현직 교사이자 중학생 학부모인 황모(48ㆍ경기도 일산) 씨는 "예산 문제나 교육청 지침도 있고, 학교가 교사와 행정실 직원만으로 돌아가긴 힘들다 보니 직장에 다니지 않거나 아이가 임원인 학부모들께 학교 봉사를 부탁드리는 경우가 많긴 하다"며 "정작 교사인 나 조차도 내 아이에겐 회장 선거에 나가지 말라고 만류하곤 한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초등학교 어머니 동원금지' 청원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초등학교 어머니 동원금지'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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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녀가 다니는 학교 일에 시간을 내 봉사하고, 학교 운영에 대해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제안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특히 학교운영위원회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엔 반드시 학부모들이 교육의 한 주체로 참여해야 공정성이 확보된다.

오히려 학교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나 소외감 때문에 아예 학교 행사를 없애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최은순 회장은 "학생들의 등굣길 지도나 교실청소와 같이 교육 당국과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할 업무에 학부모의 무급 노동력을 동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자녀가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학교 운영을 의논하고 발전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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