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쌓기보다 진로탐색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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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전지역 고교생 48명 ‘국제경영’ 연합동아리 꾸려

‘케이팝’ ‘다문화 환경’ 등 3개월간 연구한 과제 발표

지난 7월9일 대전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에서는 고등학생들이 ‘국제경영’ 관련 연구 과제를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다. 대전 지역 17개 고등학교 48명의 학생들이 지난 3개월간 연구한 결과물이다. 평소 국제경영과 다문화경영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고교연합동아리’를 만들었고 6개의 팀으로 나눠 과제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선정한 주제는 결코 수준이 낮지 않았다. ‘다문화 환경의 기업경영’ ‘케이팝(K-POP)의 마케팅 성공 요인’ ‘월마트가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 등이 연구 주제였다.

각 팀은 자신들만의 개성을 살려 발표를 했다. ‘한류문화’를 연구한 팀은 여학생은 한복을, 남학생은 양복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국과 다른 나라의 문화가 함께한다는 의미로 옷을 맞춰 입었다고 했다.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을 엿볼 수 있는 광고(CF)를 활용해 발표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발표를 처음 하는 학생들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능숙한 모습을 보였다. ‘다문화 환경의 기업경영’을 연구한 팀은 11명의 기업인과 전문직 종사자를 인터뷰했다. 직접 영문 설문지를 작성해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발표는 영어로 진행됐다. 준비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이용해 연구 논문 발표를 이어갔다. 일반계 고등학생들이 영어로 발표를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캠프가 열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의 대학원생과 외국인 교수의 도움을 얻어 차근차근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생들끼리 격주 토요일에 모여 연구 과제를 준비했어요. 국제경영학이라 논문도 영어로 된 게 많았어요. 인터넷 자료 조사를 통해 개념을 익히고 궁금한 점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교수님께 바로 물어보고 그랬죠.” 이번 캠프에 참여한 장하은(16·한빛고 1학년)양은 대학에서 국제통상학을 전공하려 한다.

연구 과제로 ‘월마트가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택한 장양은 국제경영캠프를 통해 진로를 더 확실히 하게 됐다. “막연히 국제통상학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연구를 하면서 마케팅 쪽에 더 관심이 갔어요. 미리 진로 체험활동을 해볼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죠. 다른 분야에 견줘 경영학 관련 캠프나 교육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김서영(17·제일고 2학년)양은 ‘기업가 정신’을 연구하며 글로벌 리더를 꿈꾸게 됐다고 했다. 캠프가 끝난 뒤에도 광고 공모전 등을 통해 진로활동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과거와 현재의 기업가 정신을 비교하며 우리나라 기업가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어요. 기업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도 꼼꼼히 살펴보았죠. 친구들과 함께 준비하다 보니 협동심도 배우게 됐고 영어 실력도 부쩍 늘었어요. 광고홍보를 전공하고 싶은데, 앞으로 관련 활동에 열심히 참여해 볼 생각입니다.”

이번 캠프는 부족한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전진학지도교사협의회가 추진했다.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대성고 김동춘 교사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경영 분야에 대한 동아리 활동이 학교에서는 이뤄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국제경영은 소수의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거든요. 이런 활동들이 학생들한테는 진로탐색을 위한 소중한 기회인 거죠. 생활기록부에 기록도 되지 않고 대단한 스펙으로 남는 것도 아닌데 다들 열심히 연구했어요.”

김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에만 의지하지 말고 학교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 볼 것을 권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정확한 진로를 찾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원하는 대로 진로를 정하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정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죠. 진로탐색을 일찍 한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대하는 태도도 다릅니다. 최근 들어 조금씩 대학 간판보다는 전공이 중요하다는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죠. 진로와 관련된 폭넓은 활동을 통해 자신의 진로 목표를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여기 모인 학생들도 처음에는 막연히 국제경영에 관심이 있어서 왔지만, 활동을 통해 전공을 더 구체적으로 좁힐 수 있었습니다.”

이번 캠프를 통해 학생들이 입시 이외에 자신의 소질과 진로를 찾는 데도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 발표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은수(17·보문고 2학년)군은 “진로 활동이 대입 준비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단순히 스펙을 쌓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죠. 개인적으로 외국인하고 처음 대화를 해보면서 영어에 자신감도 생겼고 여러 가지로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국제경영학이라는 분야를 깊이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됐고요. 기업경영을 연구했는데,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문화적 차이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고등학교와 대학이 연계해 진로 활동을 하는 것에도 긍정적이었다.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은 스펙 한 줄을 넣기 위한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대학도 학교 홍보에만 관심을 쏟을 뿐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김동춘 교사는 “대학과의 실질적인 연계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며 “학생들의 진로와 맞는 활동들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글·사진 이은효(대전 호수돈여고 3학년), 홍규빈(천안고 2학년) 학생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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