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대안 대화 시급 사회적 조정기구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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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문가들이 말하는 ‘한진중 사태 해법’

노사정 대화기구 꾸려 정리해고 기준 재검토

정부·부산시 중재, 재취업 프로그램 운용 필요


한진중공업 사태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헤매는 모양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이 31일로 207일째를 맞은 가운데 시민들의 ‘희망버스’가 부산을 세번째로 찾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인 한진중공업 노사의 대화는 막혀 있고 갈등은 장기화하고 있다.

이에 <한겨레>는 강신준 동아대 교수(경제학), 김기원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 하종강 ‘노동과 꿈’ 대표 등 경제·노동 문제 전문가들에게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법을 들어봤다.

이들은 노사가 부산 영도조선소를 포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정리해고 회피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영진은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 반면, 노조는 그럴 만큼 긴박한 경영상 위기가 아니라고 맞서면서, 정작 한진중공업 노사는 7개월 동안 정리해고 회피 방안에 대해선 적극적인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현재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자는 94명이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생산직 직원 1100여명 중 400명의 정리해고 방침을 결정했고, 이 가운데 230명이 희망퇴직을 했으며, 지난달 27일 노사 합의 뒤 추가로 76명이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어려울 때 사람을 잘라내는 ‘수량적 유연화’가 아니라, 무급휴직, 직업훈련, 노동시간 단축, 전환 배치 등 ‘기능적 유연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한진중공업 같은 대기업의 대규모 정리해고는 그 여파가 하청업체로까지 이어져 대량 실업과 가정 붕괴 등 지역사회 전체에 큰 후유증을 남기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진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은 1년 사이에 13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강신준 교수는 “정리해고의 타당성을 놓고 노사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으니 중앙노동위원회나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정리해고를 유보하고, 그사이에 해고를 피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무급휴직이나 직업훈련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도 1986년 함부르크의 몇몇 조선소가 1000~1200명을 정리해고하려 하자, 시와 산별노조, 연방고용청, 조선협회가 나서 ‘정리해고 대신 직능향상 훈련’을 시키는 방식으로 고용을 지켜냈다. 훈련을 받는 동안 노동자들의 임금은 정부와 시, 회사가 공동으로 부담했다.

김대호 소장은 “정부는 고용유지 지원금을 투입해 무급휴직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불가피한 해고에 대해서는 부산시와 정부가 나서 재취업 프로그램을 적극 가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이 정리해고 대신 고용을 유지했을 때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 지원금을 한진중공업 사쪽은 아직 이용하지 않은 상태다. 김동원 교수는 “외부의 입김이 강하면 대리전 양상이 벌어져 해법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므로 노사에 맡겨둬야 한다”면서도 “노사 자율 해결이 어려우면 중립적인 전문가 등 제3자가 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지켜내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종강 ‘노동과 꿈’ 대표는 “독일의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이나 우리나라의 유한킴벌리 등은 기업이 어려울 때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면서 고용을 유지했다”며 “이런 시도도 해보지 않은 채 정리해고를 강행하는 것은 경영위기를 틈타 노조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병훈 교수는 “조남호 회장의 무책임이 사태를 키웠다”며 “조 회장이 정리해고 회피 노력에 적극 나선다면 대화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기원 교수도 “미국 자동차회사 크라이슬러의 대표였던 아이어코카는 회사를 살리자면서 자신의 연봉을 1달러로 책정하기도 했다”며 “노사는 정리해고 규모가 적절했는지 다시 한번 따져보고, 고통 분담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 등 한진중공업 사내이사 4명의 지난해 평균연봉은 3억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영향으로 국내 조선산업이 점차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한진중공업 사태를 계기로 기업 단위를 넘어서는 노사정 차원의 대화기구를 만들어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 방안 등을 일찌감치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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