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 후원 종용한 교장, 별일 없이 잘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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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행수 기자]
서울 영림중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는 지난 19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학교 구성원들이 뽑은 교장 선생님을 임명하라"고 요구했다.
ⓒ 윤근혁

서울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이 지난 2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평교사 교장 임용 제청이 거부된 박수찬 교사를 교과부에 영림중 공모제 교장 후보로 다시 추천했다. 그러나 교과부가 민주노동당에 후원을 해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임용 제청을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장 임용권자인 이주호 현 교과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교장 자격증 없는 교사의 교장 임용을 확대하자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당사자. 현 정부의 교육 기조인 학교 자율화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이중잣대, 말바꾸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사 종용 200만 원 후원하게 한 교장은 경고만 받고 지금도 교장

그런데 교사들에게 한나라당 국회의원 정치후원금을 내라고 강요해 문제가 된 교장이 재임용을 받아 현재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5년 11월 당시 언론보도 등에 의하면, 경기도 J초등학교 정아무개 교장은 교사들에게 교총 출신의 한나라당 김영숙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내라고 종용했다. 그 결과 30여 명의 교사 중 20명이나 되는 교사들이 김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교장이 교사들에게 교총 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내라고 종용하여 35명 교사 중 20명이 200만원을 제공하게 했다는 2005년 11월 당시 언론보도들. 이 교장은 선관위에 의하여 수사의뢰되었는데 검찰은 불법 사실을 확인하고도 "기소유예" 처분으로 기소하지 않았으며, 교육청으로부터 "경고"만 받고 이후 교장으로 재임용되었으며, 2011년 현재도 성남 H초의 교장이다. 영림중 박수찬 교사의 사례와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 김행수

확인 결과, 이 교장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이 확인돼 검찰에 수사의뢰됐고, 2006년 10월 검찰은 불법 사실을 확인하고 '기소유예' 처분했다. 그리고 경기교육청(당시 김진춘 교육감)은 범죄 사실을 통보받은 후 그 해 12월 정 교장에 대해서 '경고' 처분만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정 교장은 다른 학교로 전보했고, 교장 재임용을 받아 2011년 현재 성남 H초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미 징계 시효도 지났을 뿐 아니라 후원금 27만 원을 가지고 재임용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전교조 출신 박수찬 교사에 비하면, 교총 소속 교장이 자기 돈도 아니고 소속 교사들에게 직위를 이용해 교총 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200만 원을 후원하게 한 사건에 대한 당시의 처분은 극과 극이었다.

교과부는 지난해 민주노동당 소액 후원으로 문제된 교사들에 대해서 각 시·도교육청에 보낸 공문에서 기소된 교사 전원을 파면, 해임이라는 배제징계를, 기소 유예된 교사들은 중징계(정직)하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2006년 정 교장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으며, 경기교육청은 단순 '경고' 처분에 그쳤을 뿐 아니라 교장 재임용까지 해 주었다.

곽노현 교육감, 국회의원들도 박 교사 교장 임용 제청 요구

곽노현 서울교육감은 교장 임용 대상 후보로 추천된 교사를 두 번이나 제청 거부될 상황에 놓인 현 사태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에 "학부모와 선생님들, 지역사회가 공 들여 뽑은 공모교장후보를 교과부가 제청거부하려면 4대비리 등 초강력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정당 후원금 월 1만원씩 총 27만원 제공으로 기소된 게 구성원들의 선택을 뒤집을 이유가 될까요? 기소유예감 아닌가요?"라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실제로 박 교사의 27만 원보다 훨씬 액수도 많고, 훨씬 죄질도 무거운 정아무개 교장이 기소유예를 받고 경고에 그쳤으며 교장으로 재임용된 사례가 곽노현 교육감의 비판이 틀리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야당·무소속 8명 전원도 22일 "교과부는 트집잡기 임명 제청 거부 행위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이나 임용령 등에 의하면 수사를 받고 있거나 기소가 되었다는 것은 교장 임용이나 재임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어떤 근거 규정도 찾을 수 없다. 현재 법적 근거가 없어 고심 중으로 알려진 교과부의 최종 선택이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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