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5년, 매의 눈으로 잠재력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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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2학년도 수시 입학사정관제 특집

8월1일부터 2012학년도 수시 입학사정관 전형(이하 ‘입사제’)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예년과 비교하면 한달 빠른 일정이다. 올해 입사제를 시행하는 대학은 모두 125곳이다. 정부의 입사제 지원 대상인 대학 60곳이 2만9753명, 독자적으로 시행하는대학 66곳이 8416명 등 총 3만8169명을 입사제로 뽑는다. 지난해보다 3761명이 늘었다. 8월 중에 전체 125개 대학 가운데 62개 대학이 원서접수를 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7월 말까지 각종 서류 준비에 신경써야 한다. 현장 교사들은 “입사제가 도입 5년차가 되면서 본래 취지에 맞게 잘 정비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입사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정리해봤다.

원서접수, 한 달 앞당겨

올해 입사제의 가장 큰 특징은 예년보다 원서접수가 한 달 정도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에서 서류 검토할 시간을 더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수험생 처지에서 크게 좋은 점은 없다. 기말고사 뒤 방학을 시작하자마자 꼼꼼하게 서류 작성을 완료해야 한다.

일단, 서류 접수 일정 등을 꼼꼼하게 파악해둬야 한다. 7월 말,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이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작성이다. 보통 8월 초에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등의 서류 마감을 하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는 약 일주일 뒤에 제출한다. 학생부는 8월 말까지 접수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자료와 비교할 때 정리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잠실여고 안연근 교사(진학지원부장)는 “학생부 비교과 등이 부족하다면 이때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를 잘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학생부를 점검할 때도 이미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등과 연관성 있게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수시모집에서는 수시 1차 모집 여러 전형 가운데 1개 전형만 지원이 가능하다. 만약 대학에서 수시 1차 입학사정관전형 원서접수를 8월, 나머지 비입학사정관전형을 9월에 실시할 때, 8월에 입학사정관전형을 지원하면 9월의 비입학사정관전형에는 지원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올해 일부 대학에서는 수시 1차의 입학사정관전형과 비입학사정관전형의 중복지원을 허용한다. 이화여대 부속고교 박권우 교사(입시전략실장)는 “이런 학교들을 잘 알아두고, 지원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했다. 가천대(경원·인천캠퍼스), 건국대, 경기대, 경희대(서울·국제캠퍼스), 단국대, 동덕여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한국외대(서울·글로벌캠퍼스), 한양대(서울·에리카캠퍼스), 홍익대(서울·조치원캠퍼스) 등이다.

지원 조건 맞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입학사정관제로 가려면 성적이 대체 어느 정도여야 해요?” 수시 입시설명회를 찾는 학부모들의 공통된 질문이다. 올해로 시행 5년째로 접어든 입사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해와 환상이 많다. 가장 큰 오해는 ‘교과 성적이 나빠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사제로 합격한 학생들은 이 말에 고개를 내젓는다.

올해 다빈치 전형으로 중앙대 사회학과에 입학한 박건영씨는 “낙오되는 과목이 없도록 성적 관리를 정말 열심히 했다”며 “흔히 입사제라고 하면 진학하려는 학과 관련 과목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예체능도 1, 2등급이 나오도록 유지를 했다”고 했다.

사정관들이 학생이 진학하려는 학과와 관련성이 있는 과목의 성적을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맞다. 예를 들어, 경제 관련 학과에서는 수학 점수를 눈여겨본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서의 잠재력뿐 아니라 학교생활에 얼마나 성실하게 임했는지를 모두 파악한다. 박권우 교사는 “부모님들이 교과성적이 전반적으로 안 좋지만 뭐 한 과목 뛰어나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사정관들이 평가하는 잠재력에는 그 학생이 학교에 입학해서 잘 쫓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도 포함되는데 그 잣대가 바로 교과성적”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교과성적 100%인 전형으로 입학하는 학생들보다는 성적이 낮은 아이들이 도전하겠죠. 1등급 후반 정도 되는 학생들이 교과성적 100% 전형에 도전한다면 입사제로는 2등급 후반인 아이들이 도전하는 식입니다. 근데 부모님들은 3등급 이하도 합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다. 입사제 준비할 때는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면접 준비 등 정말 시간이 많이 들어갑니다. 교과성적이 많이 떨어지는 학생이라면 괜히 시간 낭비를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올해 입사제에서는 교과성적이 더 중요해졌다. 유성룡 티치미 대학진학연구소장은 “학생들은 학생부가 안 좋아도 만회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상 서류평가에서는 교과, 비교과를 다 본다고 봐야 한다”며 “올해는 특히 대학들이 작년에 비해 학생부가 중요하단 얘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학생부를 기초로 소신 있게 지원하지 않으면 합격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표절방지 시스템 가동 대학 늘어

올해는 학교별 자기소개서 양식에 변화도 보인다. 박권우 교사는 “작년에는 대교협 공통양식을 주로 사용했는데 거기에 더해 각 대학에서 개별적으로 추가로 물어보는 게 늘어났다”며 “좀더 구체적인 걸 묻거나 대학별로 원하는 요소들을 추가하는 등 발전하고 다듬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학교별로 요구하는 부분을 맞춤형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올해는 표절 방지 시스템도 본격 가동한다. 지난 7월2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자기소개서 표절 검색이 가능한 ‘입학사정관 공정성 확보 시스템’을 8월 수시모집부터 가동한다고 밝혔다. 표절 검색 시스템은 입학사정관제 실시 대학 가운데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60개 대학에 우선 적용된다.

개별 대학에서도 구축해나가고 있는 이런 시스템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등 각종 서류에서 어절 단위로 표절 여부를 가려낸다. 추천서를 써준 교사의 이름으로도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될 수 있다. 안연근 교사는 “한 교사가 어떤 학생에 대해 써준 추천서를 다른 학생한테도 비슷하게 써준다거나 한 학생의 추천서 하나를 다른 두 대학에 똑같이 내는 것도 안 된다”며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를 쓸 때는 무엇보다 지원하는 대학교의 인재상을 꼼꼼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에서 자기소개서를 베끼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을뿐더러 작위적인 내용은 감점을 받기 쉽다. 안 교사는 “예를 들어 “남들 다 가는 수학학원을 안 갔고, 교육방송으로만 좋은 성적을 냈다”는 등의 사연은 정말 틀에 박힌 이야기라 안 쓰는 게 좋다”고 했다.

신설 전형 내용 꼼꼼히 볼 것!

올해 신설된 입사제 전형은 30여개다. 특히 총 26명을 뽑는 경희대 창의적 체험활동 전형은 교과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1단계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보고서 및 포트폴리오로 5배수를 뽑고, 2단계 서류전형 60%와 면접 40%로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연세대의 창의인재 전형 역시 교과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총 30명을 뽑는 이 전형에서는 1단계에서 우수성 입증자료 요약서, 창의 에세이, 추천서 종합평가로 일정 배수를 뽑고, 2단계부터는 창의 에세이를 기초로 한 서류평가, 면접 등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

하지만 현장 교사나 전문가들은 “‘교과성적 미반영’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박권우 교사는 “연세대 창의인재 전형의 경우는 흔히 ‘영재’로 불리는 최상위권의 학생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유성룡 소장은 “이미 있던 전형은 물론이고 새로 생긴 전형의 경우도 전형 이름이나 교과성적 미반영 등만 볼 게 아니라 전형의 특징이나 인재상이 무엇인지를 정말 꼼꼼히 보고 지원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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