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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 | [공동논평] 평가를 바꾸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입니다(2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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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6-08-09 10:48 조회1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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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를 바꾸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 수능 절대평가 확대와 서ㆍ논술형 평가 도입 논의에 부쳐 -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절대평가 확대와 서·논술형 평가 도입이 지향하는 교육적 방향을 지지합니다. 최근 국가교육위원회의 하반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수능시험의 절대평가 확대 및 서·논술형 평가 도입이 비중 있게 다루어진 후, 또다시 예전의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당시에 반복되었던 부정적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음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아직 구체적인 개편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 자체를 좁히거나 닫아서는 안 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급한 찬반 의사결정이 아니라, 왜 평가를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그 변화를 책임 있게 실현할 설계입니다.

평가는 학생이 무엇을 중요하게 배워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가장 강력한 교육적 신호입니다. 정답을 빠르게 찾고 기억한 지식을 재생하는 능력만을 평가한다면 학교 수업도 그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학생이 자료를 분석하고, 질문을 만들고, 자신의 판단을 근거와 함께 표현하도록 평가한다면 수업 역시 탐구와 토론, 글쓰기와 피드백을 중심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지식 생산과 활용의 방식을 빠르게 바꾸는 지금, 한국 교육은 더 이상 암기량과 정답 선택 능력만으로 학생의 미래 역량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보다 많은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며 정보를 검증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비교하며 책임 있게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서·논술형 평가는 이러한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수능 절대평가도 단순히 변별력을 약화하는 기술적 조정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학생을 더 세밀하게 줄 세우는 평가에서 일정한 학업 성취를 확인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평가로 이동하자는 제안입니다. 이러한 방향을 논의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면 한국 교육은 과도한 경쟁과 정답 중심 수업의 구조를 바꿀 기회를 잃게 됩니다. 그러나 좋은 방향이 저절로 좋은 제도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평가 전환이 새로운 불공정과 과도한 부담을 낳지 않도록, 우리는 다음과 같은 원칙 아래 정책을 설계할 것을 제안합니다.


첫째, 평가 전환과 대학 선발체제 개편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수능의 상대적 서열 정보를 줄이면서 대학의 선발 방식은 그대로 둔다면 경쟁은 학생부, 면접, 논술, 대학별고사 등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와 비용을 더 많이 가진 가정이 유리해져서는 안 됩니다. 정부와 대학은 절대평가 확대의 범위, 대학에 제공할 성적 정보, 정보의 활용 원칙, 대학별 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하나의 정책 묶음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대학별 전형의 사교육 유발 효과와 사회경제적 편향도 정기적으로 조사하여 공개해야 합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그동안 변별의 부담이 고등학교 교육에 일방적으로 전가되어 온 구조를 완화하고, 선발의 주체인 대학이 그에 상응하는 공정성과 투명성의 책임을 함께 지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특히, 국가교육위원회가 올해 10월 말 발표를 예고한 '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 논의에서도, 이번 평가 전환과 대입제도 개편이 중장기 교육정책과 정합성을 갖추도록 함께 검토될 것을 바라고 기대합니다. 


둘째, 절대평가 시행에 따라 우려되는 성적 부풀리기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미국, 유럽 등 절대평가를 오랫동안 시행해 온 나라들은 성취 수준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하여 학교별 성적 표본의 외부 검증, 학교 간 교차·공동 채점 등 다양한 조정 장치를 운영해 왔습니다. 우리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되, 교사와 학교의 평가 전문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성취 결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검증 체계를 평가 전환의 설계 단계에서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절대평가가 시행된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우리 교육이 정상화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상대평가가 동일 과목의 수강 학생 중에서 상대적인 서열을 표시해 주는 기능만을 수행하였기 때문에 변별과 선발을 위해서 필요한 평가 방법이었다면, 절대평가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진정한 역량을 제대로 측정하고 표현하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더욱 세밀하고 정교한 관련 제도의 마련과 공교육 현장 정착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요구됩니다.


셋째, 서·논술형 평가를 ‘긴 답을 쓰는 시험’이 아니라 사고의 과정과 근거를 평가하는 체제로 설계해야 합니다.

서·논술형 평가의 성패는 문항 수를 늘리는 데 있지 않습니다. 교육과정과 수업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표현하며 피드백받을 기회를 제공했는지가 먼저입니다. 채점 기준과 예시 답안, 복수 채점이 필요한 문항의 범위, 채점자 교육, 채점자 간 일치도, 이의신청과 재검토 절차를 사전에 명확히 마련해야 합니다. 학생은 무엇을 평가받는지 알 권리가 있으며, 자신의 평가 결과에 대해 설명받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교사를 정책 집행자가 아니라 평가 전환의 공동 설계자로 세워야 합니다.

서·논술형 평가에는 전문성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비용을 교사의 퇴근 이후 노동과 개인적 헌신으로 충당해서는 안 됩니다. 공동출제·공동채점 시간을 공식 근무시간으로 보장하고, 평가 전문성 개발을 위한 연수와 교사 연구회, 전문적 학습공동체 등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평가 전환의 정책 시행에 필요한 교원과 지원 인력을 별도로 산정하고, 학급 규모 감축과 업무 경감 계획을 시행 이전에 제시해야 합니다. 물론,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은 채점 행정과 피드백 업무를 지원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의 성취에 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교육적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맡아야 합니다. 자동화 도구를 사용할 경우에는 알고리즘의 편향, 설명 가능성, 개인정보 보호, 오류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를 먼저 검증해야 합니다.


다섯째, 새로운 평가가 새로운 격차를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서·논술형 평가가 일부 학교와 가정의 문화자본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학생이 학교 안에서 읽기, 토론, 탐구, 글쓰기와 피드백을 충분히 경험하도록 교육 여건을 보장해야 합니다. 농산어촌과 소규모 학교, 교육취약지역에 평가 전문 인력과 공동채점 네트워크를 우선 지원해야 합니다. 장애 학생, 다문화 학생, 언어적 취약 학생을 위한 접근성 기준과 정당한 편의 제공 원칙도 설계 단계에서 마련해야 합니다. 학교 밖 사교육을 통해서만 대비할 수 있는 평가라면 그것은 교육개혁이 아닙니다.


여섯째, 충분히 예고하고 작게 시작하며 모든 결과를 공개해야 합니다.

평가체제의 변화는 학생의 삶과 진로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적용 대상과 시기를 충분한 기간 전에 예고하고, 제한된 범위의 시범 운영을 거쳐 독립적으로 검증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시범 운영에서는 채점자 간 일치도, 문항별 채점 시간, 이의신청 발생률, 학생과 교사의 부담, 지역과 가정 배경에 따른 결과 격차, 사교육비 변화, 수업과 학습 경험의 변화를 측정해야 합니다. 확대·보완·중단의 기준을 사전에 공표하고, 검증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정책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미 시행 중이거나 예정된 고교학점제, 내신 체계, 국가교육과정, 대입제도와의 정합성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정책의 일관성은 변화하지 않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목적과 경로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데서 나옵니다.


한편,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는 정책 요구에 그치지 않고 정책 설계에 참여하겠습니다.

첫째, 다양한 교사 연구모임과 연대하여 서·논술형 문항, 채점 기준, 학생 답안과 피드백 사례를 개발하여 공개하겠습니다.

둘째, 학교 단위 공동출제·공동채점 모델을 시범 운영하고, 실제 소요 시간과 인력, 채점 신뢰도와 한계를 투명하게 보고하겠습니다.

셋째, 학생·학부모·교원·대학 관계자가 참여하는 숙의의 장을 마련하여 정책 대상이 아니라 당사자의 목소리가 설계에 반영되도록 하겠습니다.

넷째, 평가 전환이 수업, 사교육, 지역 격차, 교원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한국 교육은 오랫동안 공정한 선발이라는 이름 아래 학생을 더 정밀하게 서열화하는 평가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학생이 무엇을 이해하고 어떻게 생각하며 어떤 근거로 판단하는지를 더 잘 살피는 평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변화에는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방향 자체를 포기하는 것 또한 위험한 선택입니다.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도, 익숙함을 지키기 위한 두려움도 아닙니다. 데이터에 근거하고, 현장과 함께 검증하며, 잘못되면 수정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설계입니다. 

평가를 바꾸는 것은 시험의 형식을 바꾸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배움을 가치 있게 여기고, 어떤 시민을 길러 내며,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일입니다.

수능 절대평가 확대와 서·논술형 평가 도입의 방향을 열어 두고 논의합시다. 그리고 학생의 성장, 교사의 전문성, 공정한 선발과 교육의 공공성을 함께 지키는 설계도를 지금부터 함께 만들어 갑시다.



2026년 8월 9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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