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학생들을 무한 입시경쟁으로 내모는 ‘허울좋은 학교자율화 추진계획’ 즉각 중단하라학생들을 무한 입시경쟁으로 내모는 ‘허울 좋은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 즉각 중단하라. 총선 직후, 교육과학기술부가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지방 교육 자치를 내실화하기 위한다’는 명분 아래 발표한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이 교과부가 표방하는 바와 같이 학교 중심의 자치 기반을 마련하고 교과부가 표방하는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을 보장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는 심한 우려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는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보장해야할 초중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지방교육청에 슬그머니 전가하려는 발상에 다름 아니며, 나아가 학교를 학원화함으로써 전국의 모든 청소년들을 무한 입시경쟁으로 몰아넣는 비교육적 처사라 단정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정부는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여 우리 아이들을 21세기에 걸 맞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인간으로 성장시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자율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을 내걸고 새 정부는 이제까지의 우리 교육의 최대 병폐로 자타가 인정하는 ‘획일적 타율적인 입시경쟁교육’을 더 한층 강화하려는 경거망동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6일 실시한 전국적 일제 고사로써 새 정부는 이 땅의 우리 아이들을 살인적 학력경쟁으로 내몰더니, 이제는 전국의 모든 학교를 0교시부터 한 밤중까지, 그리고 잠자는 시간까지(기숙형 학교 설립하여) 학원화함으로써 모든 아이들에게 선택의 여지없는 극심한 입시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이 땅에서 우리 아이들이 입시경쟁에서 자유로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인가? 교과부는 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자유롭게 사고하며, 자유롭게 공부하여 자신들이 스스로, 자율적으로 자신의 삶, 자신의 인생 진로를 선택하여 살아가도록 도와주지 않고 모든 아이들의 삶을 획일적으로 규정하려 나서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교과부가 표방한 학교자율화라는 명분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또한 지방 교육청이나 일선 학교를 획일화, 타율화 시키는 불필요한 규제와 지침은 당연히 폐지되거나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들이 지금까지 교육부가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행사하며 우리 교육의 모든 것을 규정해옴으로써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을 훼손해 왔으며, 이러한 상명하달식의 교육적 관행은 앞으로 우리 사회와 학교의 민주화가 진척되면서 점차 지양되어 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교과부가 발표한 이번 자율화 계획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므로 다시 원점에서부터 재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1. 국가는 어디까지나 헌법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으로 동동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그러나 새 정부는 모든 국민의 교육권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지방교육청에 전가함으로써 지금도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지역의 경제력 격차에 따른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부추기려 획책하고 있다. 학교자율화라는 미명 아래 행해지는 중앙 정부의 교육에 대한 책임 방기는 온 국민의 저항을 불러 올 것이다. 2. 교과부의 이번 학교의 자율화 추진 계획은 현재의 상황에서 일선 학교 학교장의 권한 강화에 다름 아니다. 학교 자율화는 단위 학교의 진정한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이는 이제까지 학교장의 권한만 보장하고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 안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의 진정한 의사와 희망을 담아낼 수 있는 민주적인 학교운영, 교육자치의 토양 강화, 이를 위한 학교운영위원회의 실질적인 권한 강화와 더불어 시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반 없이 던져지는 학교자율화는 학생과 교사들 위에 군림하는 교장의 권한 확대로만 귀결될 것이 틀림없다. 3. 교과부는 폐지하려는 29개 지침을 선별하여 폐지하고 보존하거나 또는 더 강화해야 한다. 종교교육 교육과정 지도, 어린이 신문 단체구독, 학교부교재 선정 지침, 교복 공동구매 지침, 사설모의고사 참여 금지 지침, 수능 이후 교육과정 운영 내실화 지침, 촌지 안주고 안 받기 지침 등은 지금까지 학교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자행되어온 병폐와 비리를 해결하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이 노력하여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민주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성과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런 지침들을 폐지하여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지침이 생기기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학교민주화,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를 뒤돌리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 4. 0교시수업과 심야 보충수업의 금지, 특기 수업 위주의 방과후 학교 운영, 수준별 이동 수업 운영지침 폐지의 귀결에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새 정부는 우리 아이들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 것인가! 다가오는 미래 사회에서 살아갈 우리아이들에게 언제까지나 살인적 입시경쟁 교육만을 강요할 것인가. 그나마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 가운데에는 정규 학교 수업 이후에는 자신들의 자율적인 결정과 의지로 자신들 나름의 삶을 꾸려갈 공간이 상대적으로 존재해 왔다. 그러나 이번 학교자율화 추진 계획은 아이들에게서 그들의 시간과 공간을 모조리 박탈하겠다는 선전 포고에 다름 아니다. 학교자율화의 미명 아래 전국의 학교는 새벽부터 밤까지 획일적 입시교육에 총 매진할 것이면 이의 귀결은 모든 아이들에게서 다양성과 창의성, 자율성의 박탈로 이어짐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 이상 새 정부는 우리 아이들을 패쇄적, 경쟁적, 살인적 입시공간으로 처넣지 말라! 0교시수업, 심야보충수업의 강제, 우열반 편성은 전국 학생들의 분노와 항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정부는 학교를 학원화하고 학생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모는 학교자율화 계획을 즉시 중단하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진정한 의견을 수렴하여 이번 지침을 선별적으로 처리해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정부는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지방교육청에 슬그머니 떠넘기려는 자세를 버리고 새롭게 전환하는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와 공론의 장을 먼저 마련하길 바란다. 2008년 4월 15일 (사)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