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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성명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악은 학생인권과 학교 민주화에 대한 폭력이다!(201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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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5-12-15 17:00 조회6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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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학생인권조례 흔들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악은 학생인권과 학교 민주화에 대한 폭력이다!

 

지난 2월 20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두발·복장 제한, 소지품 검사 등을 합법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학교에 부여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교과부 스스로 ‘학생생활지도는 조례가 아니라 개별 학교에서 구성원의 합의로 결정할 사안이어서 상위법인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이번 시행령 개악은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고 상위법 위반 논란을 증폭시키기 위한 정치적 꼼수에서 비롯됐다. 입법예고 후 교과부 관계자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시행령이 허용한 학칙을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제한하면 시행령 위반’이라며, 벌써부터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하는 발언들을 노골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교과부의 행태는 어떠한 정당성도 없을 뿐더러, 전국적 제정 물결이 일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뒤흔들어 반인권적, 반민주적, 반교육적 교육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발악에 불과하다.

 

교과부는 경기, 광주에 이어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의회를 통과하자 부교육감을 사주해 재의를 요구하도록 한 바 있고, 서울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되자 아예 두 팔 벗고 나서 무효확인 소송까지 제기한 바 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악이라는 카드까지 꺼내들고 나섰다. 입시경쟁으로, 폭력적 학교문화 속에서 희생된 학생들이 잇따라 죽음을 택하는 이 때, 인권적이고 평화적인 학교문화를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도 모자란 이 때, 학생들의 기본적 인권을 제한하는 일에 교과부가 이토록 집착하는 저의가 무엇인가.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학교 관리자들과 보수단체들에게 조례에 반기를 들 수 있는 법적 명분을 제공해주려는 저열한 속셈은 아닌가.

 

두발·복장규제는 학교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것이기는 하나, 이번 시행령이 통과되면 학칙을 통한 두발·복장 규제가 최초로 합법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아동권리위원회 등이 체벌과 함께 대표적 학생인권 문제로 지적해왔던 문제가 바로 학생의 용모에 대한 부당한 규제였다. 특히 두발 규제는 학생인권에 대한 사회 인식의 성장과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통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는 와중이다. 그럼에도 교과부가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시행령을 개악하려는 것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롯한 국제인권조약과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된 인권 보장 의무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행위다. 게다가 교과부는 시행령의 내용이 학생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어떠한 법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개악을 획책하고 있다.

 

이번 시행령 개악안에는 ‘학칙 제·개정시 학생 의견의 수렴 방안을 교육감의 의견을 들어 교과부 장관이 정한다’라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지난 2000년과 2005년, 두발 자유와 학생인권 보장을 향한 학생과 민주시민의 함성이 들불처럼 일었을 때도 교과부(당시 교육부)는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고 민주적 절차를 거쳐 학칙을 개정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낸 바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학생을 동등한 구성원으로 바라보지 않고 학생인권에 관한 기본적 감수성도 없는 학교문화에서 학생들의 의견은 시궁창에 처박히거나 ‘민주적 절차’로 위장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인식되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학칙을 만드는 과정에 학생을 들러리 세우는, 매우 비교육적인 일들이 학교현장에는 되풀이되어 왔다. 반면,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칙을 통해서도 건드릴 수 없는 학생의 기본적 인권 기준이 명시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구체적 절차가 학생의 정당한 권리로서 재확인되고 있다. 그럼에도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비로소 꽃피우기 시작한 학생인권과 학교 민주화를 ‘교과부 장관의 모호한 지시’로 퇴보시키려는 것은 그 어떤 정당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인권은 교육과정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인 교과부가 보장하기 위해 애써야 할 핵심적인 가치이자 목표 중 하나이다. 또한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문화의 형성이야말로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실현되어야 할 과제이다. 마땅히 교과부의 역할은 학생인권을 보장하고 인권과 민주주의가 학교현장에서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책과 법안을 다듬고 지원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요즘 입만 열면 학교폭력 근절을 근엄하게 외쳐대고 있는 교과부가 학생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무력화하려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스스로 학생의 존엄과 학교 민주화를 거스르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번 시행령 개악 시도가 이주호 장관을 비롯한 교과부 관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인권과 교육자치를 훼손해온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학생인권조례는 민주시민의 선택을 받은 교육감 공약 사항으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통해 입법된 인권과 민주주의의 소산이다. 그럼에도 학생인권조례와 학교 민주화의 물결을 무력화하는 한편 민선 교육감의 권한마저 박탈하려는 것은 교과부와 이명박 정부의 치졸한 폭거임에 분명하다. 우리는 정당성도, 법적 근거도 없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악과 학생인권조례 흔들기를 멈출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학생인권 보장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기본적 요구조차 교과부와 이명박 정부에게는 더 이상 들리지 않을 게 확실하다. 기본도 못한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2012년 2월 23일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 행복교육연대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 인천학생인권조례운동본부 /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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