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오늘 칼럼]-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건 교육의 기본 (2013.05.04)
페이지 정보
본부사무처 작성일15-12-18 14:47 조회2,667회 댓글0건본문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건 교육의 기본
박이선(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
“많은 분야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대학입시에 매달려 시간을 낭비하는데, 입시만을 위한과목은 빼고 정작 필요한 인성 내지 감성과 창의력을 돋아 주는 교육과 함께 전공과목에 대하여심화 교육을 한다면 ”,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꿈을 바르게 내다 볼 수 있도록 적성과 잠재능력의 발굴로부터 그것이 어떠한 직업에 이를 수 있는지 직업의 세계를 알려주고, 어떤 공부를어느 과정까지 공부해야하며 무엇을 잘 해야 하는지 알려주어야” 이 글은 교육부가 청와대에 교육 국정과제 업무보고 자료 맨 앞장에 실은 시민들의 목소리다. 아마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국민들이 제안한 희망나무 복주머니 내용 중 일부인 것으로 보인다. 교육을 말하면 가슴부터 답답해지는 현실이 되었다. 매일 학교에 가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 않은 아이들, 경쟁만을 강요하는 학교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포기해버리는 아이들, 학교를 포기하고 학교 밖에서 자신의 꿈을 찾는 아이들, 배움과 나눔의 문화가 사라져가는 교사와 학생들,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등록금에 공부보다는 돈벌이에 시간을 쏟아야 하고,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88만원 세대로 살아가야하는 대학생들, 이런 아이들에게 맘껏 공부하고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지원해주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야하는 학부모들까지 희망은 점점 고문이 되어가고 있다. 위의 희망나무 복주머니에 제안 글을 썼던 시민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교육’을 내건 박근혜 정부는 입시교육에 매몰된 교육정책의 방향을 바꾸어 개인이 잠재력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정책이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이다. 과도한 학업 및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중학교 한 학기를 '자유학기'로 운영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 내용도 발표되지 않았다. 벌써부터 사교육 업체들은 자유학기제에 대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마케팅하고 있고, 여전히 대학입시에 대비해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사교육 업체의 불안감 조성 마케팅에 솔깃해하고 있다. 대학입시라는 강력한 시한폭탄이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삶을 옥죄는 현실에 대한 개혁이 함께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아 노력하여도 학벌과 성적으로 서열화 되어있는 상급학교 진학시스템이 유지된다면 취지대로 안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자유학기제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덴마크나 아일랜드의 제도를 곰곰이 들여다보고 연구하겠지만, 제도 자체 보다 제도 속에 있는 아이들의 삶을 꼭 살피고 염두에 둘 것을 강조하고 싶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대입간소화’정책이다. 수시는 학생부와 논술, 정시는 수능성적위주로 한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간소화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현재도 수시는 학생부와 논술로 치러지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조처를 말하지 않고 대입정책을 손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도는 날로 확대되어 부모의 경제력이 배경이 되는 비교과 활동을 입시에 반영하여 부모의 사교육 부담과 학생들의 입시부담을 가중시켜왔다.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하면서 정부는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입학사정관제도로 선발하는 비율을 높일 것을 주문해왔다. 입학사정관제도로 인한 스펙과 사교육 경쟁은 정부가 부추겼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현재 대학입시는 학생들에게 매우 과도한 학습량을 요구하고 있다. 어려운 문제를 누가 누가 잘 푸는지만 중요해진지 오래다. 어려운 문제를 잘 풀기 위한 방법만 배우면 되기 때문에 사교육 업체들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대한 정보전쟁도 불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내 아이가 옆집 아이보다 1점이라도 더 받는 것만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는 사교육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교육방송을 통해 수능과목을 강의하고 문제집을 만들어내 전국의 수험생이 이 문제집을 살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수능시험 연계율을 강조하는 낯 뜨거운 일이 당연시된다. 교육부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병든 나무의 잎만 보지 않고 뿌리까지 살피겠다’고 했다. 당장 올해 수능을 치르게 되는 수험생들은 선택형 수능이라는 낯선 형태의 시험을 봐야 한다. 쉬운 수능과 어려운 수능으로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시험유형을 선택하게 하겠다고 했지만 선택형 수능을 준비할 수 있는 학교는 단 한곳도 없다. 모든 학교가 어려운 수능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3월 아이 학교의 학부모총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1, 2학년들은 선택형 수능에 대한 걱정을 하지 말라고 했단다. 또 수능 시험 유형이 바뀔거니까 선택형 수능을 준비할 필요없다고 말이다. 이미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마치 새로운 시험 유형이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것처럼 포장해도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코웃음을 친다. 이번에는 또 어떤 수능으로 아이들을 힘들게 할지, 어떤 학원으로 가게 만들지, 불안감에 떨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현실과 맞닥뜨려야한다. 아이들의 꿈과 끼를 길러주는 행복교육을 위해서 대입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핵심중의 핵심이다. 상위 5%를 위해 95%가 들러리가 되는 현실로는 꿈과 끼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에 가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만 판단하면 되는 시험제도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교육부는 올 8월에 개선된 수능제도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꿈과 끼를 발산하도록 돕는 것은 교육의 기본중의 기본이다. 교육정책의 중심에는 아이들의 삶이 놓여야한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