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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윤경] 학교폭력의 모순, 학폭전담조사관과 변호사(가톨릭뉴스 지금여기_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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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4-02-13 11:09 조회3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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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의 모순, 학폭전담조사관과 변호사

 

올해 3월부터 학교폭력(이하 ‘학폭’)은 교사가 아닌 ‘학폭 전담 조사관’이 조사한다. 지난해 10월 대통령과 교사들의 간담회에서 “학폭 업무를 왜 교사가 하느냐, 교사 업무에서 빼 달라”는 교사들의 요청에 따른 후속 정책이다. 교육부는 학폭전담조사관으로 전직 경찰과 퇴직 교사 등 2700명을 선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대부분 교원 단체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폭 업무 핑퐁의 역사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은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를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가해 학생을 징계하는 것보다 피해 학생이 다시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사안 관련 당사자는 물론, 교사, 학생, 학교 구성원 모두가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2004년에 시행된 학폭법은 2012년에 학폭의 은폐·축소를 막기 위한 교사 개입 금지와, 처벌 강화를 위한 학생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 기재 등 대폭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 ‘누더기 학폭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무려 30여 차례나 개정됐다. 2020년에는 학교 안에서 운영하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로 이관했다. 표면적으로는 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한다고 내세웠지만 진짜 이유는 교사의 학폭 업무 경감이었다. 하지만, 심의위로 이관했어도 학폭 건수는 줄어들지 않았고, 학폭 담당 교사는 교내에선 학교 자체 해결 여부를 판단하는 학교폭력 전담기구를 운영하고, 자체 해결이 되지 않은 사안들은 교육지원청에서 요청하는 보고서와 행정 처리를 담당하느라 오히려 업무가 가중되었다. 그러자 급기야 학폭 자체를 교사 업무에서 제외시켜 달라면서 전담 조사관까지 선발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학교는 학폭전담조사관이 창으로 찌르고 변호사가 방패로 막는 전쟁터가 되지 않을까.

좌충우돌, 학폭의 현주소

학폭은 학교 안팎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일어난 신체, 정신, 재산상의 피해를 말한다. 여기에서 학교란 초·중등교육법을 적용하는 초·중·고·특수·각종 학교에 국한되고, 학생은 해당 법에 따라 인가를 받은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재학생을 말한다. 경찰 자료에 따르면 2018-22년 동안 학교폭력 가해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학생 6만 4682명 가운데 2만 4590명(38퍼센트)이 학교 밖 청소년이었고, 이들은 학폭법이 아닌 소년법을 적용받는다.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는 학폭 사안들 중 학폭에 해당되지 않는 것들이 많은데 엉뚱한 외양간만 고치고 있는 것이다. 정순신, 이동관 등 고위층 자녀의 학폭 사태로 더 강화된 학폭법은 이제 신고만으로도 상대방을 7일 동안 교실에 못 들어오게 하고, 현재 고2 학생부터는 학폭 조치가 대학입시에 불이익 요소로 적용받는다. 그러다 보니 시험 기간이나 보복의 성격으로 먼저 신고하는 사람이 유리한 즉시분리 7일 제도를 악용, 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4호 이상의 가해 학생 조치를 1-3호 조치로 낮추기 위한 변호사 시장만 쾌재를 부르고 있다. 게다가 학부모 민원이 두려운 교사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 사소한 갈등도 학폭으로 접수하라고 안내한다.

학폭 범위는 학교 밖과 사이버 영역까지 광범위한데, 선도할 수 있는 대상은 일부분이고, 정부가 내놓은 학폭 근절 대책은 입시와 연결돼 오히려 변호사 선임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건당 수천만 원인 학폭 수임료에 대형 로펌까지 나선 상황이다. 총체적 난국이다.


지난 1월 23일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한 공동체 회복 대화모임 (사진 출처 = 참교육학부모회)
학폭은 범죄, 학생은 전과자인가?

학폭법은 형사법도 아닌 특별법으로, 장소와 대상이 모호한 사안들이 뒤죽박죽 혼재된 엉망진창인 법이다. 게다가 소년법은 청소년의 장래를 위해 기록을 남기지 않는데, 학폭법은 생기부에 기재해 상급 학교 진학에 불이익을 주고, 졸업 후 4년까지 기록을 남겨 새 출발을 막는다. 단지 학생이라는 이유로 감수해야 되는 불공평한 법이다. 성인은 음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돼도 전과 기록이 남지 않고, 벌금형을 받아도 2년이면 삭제되는데 말이다.

학폭이 정말 뉴스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흉포하고, 낙인을 찍어 사회에서 격리해야 할 정도로 중대 범죄일까? 교육부가 발표한 학폭 피해 통계처럼 필자가 8년 동안 학폭 심의를 하면서 접한 사안들은 대부분이 언어 폭력이었고, 범죄가 아닌 갈등이었다. 범죄는 처벌해야 되지만 갈등은 해결해야 된다. 큰 차이다.

친했던 친구가 갑자기 인스타를 차단했다, 유치원 때 불렸던 별명을 초등학교에서 공개적으로 불렀다, 급식실에서 순서를 새치기했다 등, 학급과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들이 부모들의 갈등과 학교의 떠넘김으로 심의위에 올라온다. 여기에 피해 측이든 가해 측이든 처음부터 변호사가 개입하고, 조치 결정 이후에도 생기부, 수임료 때문에 행정심판, 행정소송, 심지어 민사소송까지 이어진다.    

참고로, 가해 학생이 선도 조치에 불복한 ‘심의건수 대비 행정심판 비율’은 2013년 1.2퍼센트, 2019년 2.9퍼센트로 서서히 증가하다가 2020년에 7.7퍼센트로 3배 이상 늘어났다.(23.3.10. <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 2020년은 가해 학생 조치 중 1-3호만 생기부 기재를 유보하기 시작한 해다.

이제는 전직 경찰관이 포함된 학폭전담조사관까지 등장했다. 학폭을 범죄로 보고, 학생을 범죄자로 보기에 이런 정책이 나온 것이다. 학교는 생기부에 학생의 학교생활과 성장 과정이 아닌 폭력 전과를 기록한다.

학폭전담조사관은 교육을 포기하는 것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학교폭력을 중재하는 정책들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화해중재단, 관계가꿈지원단, 갈등전환지원단 등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갈등을 조정하는 전문가들을 학교에 지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학생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학급의 문화를 안전하고 평화롭게 조성하는 것은 외부인보다 담임교사가 가장 잘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최근 몇 년 사이 교사의 업무를 ‘교과 교육’으로만 축소하는 인식이 늘어나면서 교과 외 업무는 별도 담당자가 분담하거나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추세 때문이다.

하지만 학폭전담조사관이 조사하고 심의위원이 조치를 내린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은 다시 교실에서 함께 생활해야 된다. 졸업할 때까지 학교장의 책임하에 있는 학생들이다. 생활지도가 필요한 초등학생들을 낯선 조사관이 범죄자를 취조하듯 조사하고 심의위에 불려가 법정처럼 판결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가해, 피해를 막론하고 트라우마로 남을 나쁜 경험이다. 이는 학폭법상 학생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는 행위이고 현 정부는 명백한 학폭 가해자다.

처벌을 강화해도 학폭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은 모든 통계자료가 말해 주고 있다. 학교 현장에선 학폭이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학폭법이 광범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줄인 ‘눈눈이이’ 문화를 바꿔야 한다. 법대로, 응징, 사적 제재로 가해자를 벌주는 것보다 피해자에게 더 관심을 갖고 관계 회복에 집중해야 된다. 이는 학교뿐만 아니라 언론, 드라마, 미디어 채널 등 우리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초등학교는 놀이, 중·고등학교는 학급 회의를 확대하고 학폭 조치의 생기부 기재를 폐지해야 된다. 생기부에 기재하지 않는 학생생활교육위원회만으로도 학생 징계가 충분히 가능하다.

학생은 교화가 아니라 교육이 필요한 ‘우리 아이들’이다.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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