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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잔인한 4월 (인천신문 칼럼 0412) (201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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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5-12-16 14:08 조회6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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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잔인한 4월
                                                     인천시의원 노현경
newsdaybox_top.gif 2012년 04월 12일 (목) 인천신문btn_sendmail.gifi-today@itoday.co.kr newsdaybox_dn.gif

T.S. 엘리엇(Eliot)은 유명한 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고 묘사한다. 황무지에서의 4월은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을 움트는 봄이지만 당시의 현실은 세계대전 직후 정신적 황폐화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엘리엇은 이 시에서 전후(戰後) 서구의 황폐한 정신적 공황을 황무지로 표현한다.


지금도 매년 봄, 특히 4월은 1년 중 자살문제로 가장 시끄러운 달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인지도 모른다. 지난 해 봄 카이스트에서 여러 명의 학생이 연이어 자살하면서 온 국민은 큰 충격에 빠졌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수재인 카이스트생들의 자살에 국민들은 의아해 했다.


카이스트생들의 자살에 이어 지난 해 연말에는 ‘대구 중학생 자살’로 인해 또 한번 심각한 학교폭력과 청소년 자살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자살이유 중 하나가 친구들의 지속적인 폭력이나 학대, 집단 따돌림 등 학교폭력이 원인이란 점에 문제의식을 갖게 되면서, 국회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현실에 맞게 서둘러 개정하였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도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들을 앞 다퉈 발표했다.


대구만이 아니다. 최근 5년 간 인천에서 자살한 학생은 모두 48명으로, 연평균 약 10명, 1달에 1명꼴이었다. 교육청 통계에 드러나지 않은 학업 중도 탈락 청소년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은 매년 수 십억원의 예산을 세워 학교폭력과 자살 예방, 인성교육 등 학생생활지도와 인성교육을 위해 쓰고 있다. 또 올 4월부터 학교폭력 예방과 생활지도 업무를 전담할 학교생활안전지원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지난 몇 달 간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학교폭력과 청소년 자살문제가 이러한 교육당국의 대책들로 전보다 나아질 수 있기를 필자 역시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이처럼 학교폭력과 자살 예방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신설과 하나 더 만든다고 학교폭력이나 학생 자살이 이전보다 줄어들고, 우리의 아이들이 더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학생 자살이나 학교폭력 문제가 단지 학교와 교사들만의 책임일 수 없다. 사회 전체가 자라나는 미래세대를 건강하게 키워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필자가 위기에 처한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고 늘 안타까워하는 것은, 자살에 이르기까지 아파해 하는 청소년들과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이나 자살 문제가 터지면 그때서야 소위 ‘대책’이란 걸 서둘러 여기저기서 제시하지만 잠깐 반짝한 후 방치하기가 일쑤다. 위기의 아이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적으로 갖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 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크게 이슈화될 때만 급조된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들을 발표하고는 사안이 잠잠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슬그머니 접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게 불과 엊그제인데 벌써 잊혀지고 있다고 한다.


학교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등으로 힘들어 하는 아이들, 자살이라는 절망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아이들의 고통을 함께 하려는 진정성이 우리에게 있다면, 우리는 먼저 이 사회, 학교, 가정 속에 뿌리깊이 내재된 병폐를 먼저 돌아보고 치유해야 한다.


인성교육은 허울 좋은 껍데기일 뿐 우리는 여전히 명문대 합격과 학벌 만능주의에 목을 매고 있고, 인생의 행복은 역시 성적순이라며 무한 경쟁 속으로 아이들을 끊임없이 몰아가며 등급을 매기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하는 한, 우리 아이들이 자존감을 갖고 꿋꿋하게 설 곳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다시 돌아온 계절 4월이 잔인한 달이 될지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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