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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모(역사모임) | 2023년 5월 목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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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지회 작성일23-05-31 17:03 조회1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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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여행

김상례(역사모)
 
 역사모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저는 참 즐겁습니다. 최근에는 구례 여행에 이어서 목포 여행을 했습니다. 여행은 역사모 회원 중에 전은경씨가 세 번째 스무 살을 맞이한 것을 기념하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보자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장소는 황송하게도 숙박 제공이 가능하다는 놀라운 제안에 <목포>로 한방에 낙찰되었습니다. 전라도에서 나고 자란 저는 목포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너무나 기대되었습니다.

​당일 아침 우리 역사모 회원들이 목포로 오는 길이 가히 전국구 수준입니다. 일산에서 2명, 충주에서 1명, 평택에서 1명, 서울에서 1명, 구례에서 1명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이렇게 “목포”를 향해서 새벽부터 무궁화호, KTX, SRT, 버스 등등 온갖 탈것들을 이용해 왔습니다.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넓어요.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는 제주도 사는 병희언니와 일산에서 이순정씨가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들의 목포 집결지는 너무나 근사했습니다. 3층 잠자는 곳은 물론이고, 아래층에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를 품고 있는 숙소를 보고 저는 잠시 “이곳은 갤러리인가?…. 숙소인가?…. ㅎㅎ ”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덕분에 품격있는 작품과 함께 이날 저녁에는 우리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축하송"을 부르며 근사하고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찍어놓은 동영상을 다시 돌려보니 주인공이 너무 쑥스러워하면서 노래에 맞춰 물개박수를 2배속으로 치고 있었습니다. 계단에 붙인 축하 현수막과 주인공이 제공한 양산을 펼치고 찍은 사진도 장소와 잘 어우러져 모두 다 함께 추억하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첫날 도착 후에는 목포를 구경하기 전에 맛집부터 갔습니다. 장은정씨 시누님의 추천 음식인 “쑥꿀레”를 먹으러 가서 6명이 11가지 종류의 음식을 시켜서 먹었으나 절대 과하지 않았습니다. 음식이 모두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1인분이 아주 소박한 분량이었어요.

 ​식후경이라 했으니, 든든하게 먹은 우리는 잘 조성된 근대역사 거리를 걸어서 "목포근대역사관"으로 향했습니다. 근대역사 거리는 오거리를 중심으로 모든 길이 연결되어 있어서 몇 번 헤매며 오가니 나 같은 길치에게도 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붕 없는 박물관, 민어의 거리, 건물만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문당 한정식집...… 약간 어설픈 인공폭포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잘 정돈된 건물들이 멋과 여유가 느껴지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 온 듯했습니다. 드라마 세트장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향나무가 멋진 120년 된 적산가옥인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차 한잔을 하며 한참을 수다 떨었습니다. 역시 수다는 장소 불문하고 역사모 회원들의 특기입니다.

그리고 "유달동 사진관" !
우리 6명은 유달동 사진관에서 아주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기로 즉석에서 결정하고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부터 우리 앞에 ​젊은 사진관 사장님의 현란한 언어의 지휘가 시작됩니다.

    "자 ~~~~
    미소 지으세요, 미소요! 미소!
    크게 웃으세요, 살짝 웃어요. 거기 앞에      분...
    서로 양쪽에서 가운데 분 쳐다보세요,
    안 친해요? 안 친하신가봐요?
    이번에는 꽃받침. 아니죠. 아니죠...
    얼굴을 다가리면 안됐어요.
    자..자.. 웃어요 ~크게 ! 크게 ! "   
 
    "크크크, 깔깔깔, 호호호, 히히히, ^^"

지휘에 맞춰서 눈감고, 꽃받침하고,  또 웃고, 쳐다보고…. 다시 깔깔 웃고... 우리는 말 그대로 생쑈를 했다. 그렇게 갖은 폼을 잡으며 17장의 소중한 원판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찍은 것 중에서 한 장만 선택해서 인화해 간직하기로 했습니다.
잘 나온 것을 선택하기보다는 서로 자기 얼굴이 더 이상해서 안 된다며, 또다시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사실 모두 갖고 싶을 정도로 표정이 좋았습니다. 사장님의 지휘가 멋졌거든요.
이날 우리가 찍은 흑백사진은 이야깃거리와 함께 정말 근사합니다.
우리는 "목포근대역사관 1관"에 도착했습니다. 건물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어 있어 잠시 숙연해졌습니다.
역사관 건물은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도 쓰였다고 합니다. 안에 들어가면 전시물에 XR 시스템이 되어있어 특수 안경을 쓰면 입체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개항기 목포역 주변을 인력거 타고 설명해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밖에도 사건이나 건물 등의 소개를 디지털로 지루하지 않게 잘해놓았습니다.

2관은 방공호입니다. 전시에 무기를 숨기기 위해 조선인을 대동해서 파놓은 굴인데 착취당하는 모습이 재현되어 있고, 바닥에는 희생자들 표지석도 있었습니다. 새삼 목포가 일제 조계지로 수탈당했던 곳임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목포 오기 전 어느 블로그에서 [목포 근대문화 공간은 식민지 수탈의 아픔을 기억하는 공간이자, 부두 노동운동, 소각 쟁의, 의병, 항일운동 등 민족의 저항이 숨을 쉬는 곳]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읽었었는데….적산가옥이 즐비한 거리를 걷고, 근대역사관 1관과 2관을 돌아보면서 공감이 되었습니다.

​저녁은 목포 "만선식당"으로 갔습니다. 번호표를 받고 별도 대기 장소에서 기다려야 하는 시누님의 추천 맛집입니다. 대기 번호 2번인데도 우리를 안 부르길래 물었더니…. 
전라도 이모님의 딱 한 마디! "잊.어.버.렸.써~" 이것이 끝이었습니다.
다른 군더더기 설명이 없었습니다. 그 당당한 말투가 밉지 않고 웃겼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냥 기다렸습니다. "잊어버렸써~" 라는 말을 너무나 정감있게 느꼈던 건 나만 그랬을까요? ^^ 다행히 바로 자리가 났습니다. 음식은 아주 맛났어요. 3명씩 흩어져 앉아서 음식을 주고받으면서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현지인이 추천해주실만했고 주인공이 사주신 거라 더 맛있었습니다.

이밖에 풀어내지 못하는 첫날의 많은 에피소드는 제 추억 속에 묻어둡니다.

목포에서의 둘째 날입니다.
아침은 목포 명물인 빵을 먹었는데…. 도무지 이름이 생각이 안 납니다. 산책 겸 나가서 빵을 직접 사 왔는데도 생각이 안 납니다. 기억의 한계를 느끼며, 이제는 해안 케이블카를 타러 갑니다. 어제 거리를 걸을 때마다 어느 곳에서든 보이던 유달산과 그 위를 쉼 없이 오가던 바로 그 케이블카를 우리도 타러 갔습니다.

우리 여행에서는 9인승 카니발에 6명이 타고서 장은정씨가 운전했습니다. 여행 내내 아주 최고의 드라이버였습니다. 케이블카를 타는 북항까지 가는 길도 난코스였지만 운전을 아주 완벽하게 잘합니다. 9인승 카니발 렌터카의 여러 가지 황당한 경험은 생략합니다. 궁금해도 참으세요.

케이블카는 북항승강장에서 타면 유달산을 걸쳐 고하도 섬까지 갑니다. 왕복 중간에 유달산에 내려서 구경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길어서 케이블카를 아주 아주 오래 탑니다. 유달산을 쭉~ 올라가고 다시 바다로 뚝! 떨어지듯 내려가고, 시원하게 바다를 가로지르고….저는 무서워서 손잡이를 잡고 탔습니다. 다른 분들은 아주 편안하게 타시더군요. 남해 섬들을 육지처럼 연결해버린 1004 대교를 보면서 두런두런 얘기하며, 바다 냄새도 맡고 하다 보니 고하도 승강장에 도착했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생긴 전망대를 오르고 보니 무릎이 튼튼할 때 여행은 부지런히 다니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우리는 해상 데크길로 걸어가서 숲길로 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바다 바로 옆으로 길게 놓인 데크길을 땡볕에 걸었습니다. 어제 받은 양산을 안 가져온 걸 후회하면서 걸었습니다. 그래도 시원한 바다 옆이라 좋았습니다.

데크길 중간에 우리를 분노케 한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만났습니다.
아 글쎄…. 우리 장군님을 난쟁이 똥자루처럼 만들어 놨어욧 !! 상체와 비교해 하체를 어찌나 짱딸막하게 만들었던지. 보기가 상당히 거시기 했습니다. 즉석에서 "저런 동상을 설치하도록 허가한 목포시는 반성하라 ~반성하라~" 하며 외쳐댔습니다. ㅋㅋ 우리는 역사모 입니다.^^ ​

돌아가는 숲속길은 향기로운 꽃향기가 우리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꽃 이름 말하면서 병희 언니랑 이순정씨를 떠올리며 숲길을 걸었습니다.​

많이 걸었으니 밥을 먹어야지요. 낙지로 유명한 목포에서 낙지볶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낙지보다는 파전이 더 맛났습니다.
소쿠리를 뒤집어서 그 위에 올려서 나오는 파전은 보기에도 풍성하고 식감이 바삭했어요.

​이제는 시누님의 마지막 추천 코스 빙수집으로 갑니다. 이쯤 되면 우리 여행이 맛집 투어가 된 거 같아요. 맞지요?
"산그림에..." " 한마을 떡" 이곳은 간판이 두 개였습니다.  추천받은 빙수집은 미술관 앞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위치가 미술관 앞이라고 한 것은 엄청난 복선입니다.​

빙수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마의자에서 힘겹게 주인장인 듯한 할머니께서 내려오십니다. 6명이 3개 시켜서 둘씩 먹으면 된다고 하시며 직접 빙수를 만들어 주십니다. 우리는 다른 종업원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었습니다. 혼자 다 해주십니다. 빙수를 기다리며 잘 가꾸어진 가게를 둘러봤습니다.
가게 한편에 사장님인 듯한 분의 여고 졸업 사진이 있습니다. 우리가 "목포여고"라고 하니까 목포사람은 "목여고" 라고 한다고 장은정씨가 말해주는데, 억양이 독특합니다. 음성 지원이 안 되니 나중에 들으십시오.

팥빙수는 놋그릇에 담겨 나왔습니다. 떡이랑 팥이 잘 어울려 맛이 깔끔했습니다. 여기도 맛집 맞습니다. 빙수집을 포함해서 목포 여행 내내 시누님 추천 음식으로 입 호강을 제대로 했습니다. 우리가 빙수를 먹으며 잘 가꾼 화분을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 주인 할머니께서 슬그머니 얘기에 동참하십니다.

그리고... 미술관 앞 빙수집 역사를 풀어내십니다. 어쩌면 할머님 삶의 이야기입니다. 제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축약해 이곳에 써봅니다. (사실확인은 없는 거로 합시다.)

할머니께서는 시집와 60여 년을 이 집에서 아이들 낳고 키우며 가게를 했습니다.
담배권도 있고 해서 가게가 괜찮았는데 도시화가 되면서 목포에도 대형 할인점이 들어왔답니다. 이마트, 하이마트 등등 대형 할인점이 저쪽에 생겼지만, 할머니 표현대로라면 "마이카 시대~" 가 와서 모다 그쪽으로 가더랍니다.

가게 운영이 힘들어서 궁리 끝에 떡 만드는 걸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대충 61세쯤이라고 하신 거로 기억됩니다. 우리는 이때부터 놀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가게를 떡집으로 만들었습니다. 여쭙지는 않았지만 "한마을 떡" 간판이 이때 생겼을 거 같습니다.

떡집으로 웬만큼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 날 미술관 큐레이터가 와서 커피를 팔아 달라고 하더랍니다. 바야흐로 커피의 시대가 왔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미술관에 왔다가 근처에 커피숍이 없어 불편해하니 할머니 떡집에서 테이크아웃으로라도 커피를 팔아 달라고 여러 번 부탁하더랍니다. 미술관 큐레이터가 온 이유는 순전히 가게가 미술관 앞이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도저히 바리스타는 아닌 거 같다며 한사코 거절했으나, 따님이 함께 배운다고 하고 그 당시 손... 뭐시기가 이곳을 근대화... 거시기로 만든다고 해서 결국은 배우셨는데. 그때가 9년 전으로 81세셨다니 너무나 놀랍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연세가….

빙수를 내놓으니 젊은이들이 그냥 안 먹고 요리조리 사진을 찍어 올리더랍니다.
그래서 좀 더 신경을 써서 맛깔나게 한 것이 방금 우리가 먹은 빙수였습니다.
두 번째 간판 "산 그림에…" 가 만들어졌겠죠?

연신 어머나~ 를 하며 듣는 우리를 보면서 신명 나게 얘기를 풀어내십니다. 올라갈 차 시간이 있어 일어나는 우리를 뒤따라 나오십니다. 가게 앞에 미술관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못 들렸지만, 다음에는 들려봐야겠습니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입니다.
구례로 떠나는 현숙 언니를 버스정류장에 내려주는 것을 시작으로 일산, 충주, 평택, 서울 이렇게 모두 <목포>를 떠납니다. 가슴에는 추억을 한 보따리 담고 선물로 받은 말린 지리산 고사리를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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