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글 나눔 | 지리산이 품어준 역사모의 구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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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지회 작성일23-02-25 20:56 조회126회 댓글0건본문
지리산이 품어 준 역사모의 구례여행
박채우(역사모)
드디어 출발이다.
그전에야 아이들과 답사도 가고 캠프도 다녔지만 우리끼리 여행을 가는 건 2012년 경주여행 이후 10여년 만이다. 아! 터키랑 오키나와를 함께한 사람도 있었겠다. 소풍 전날 마냥 설레어 잠을 설치고 평택지제역에서 SRT를 탔다. 오송에서 은정씨를 만나 다른 분들이 탄 KTX로 갈아타야한다. 몇 달 만에 만난 반가움에 대합실서 30분 폭풍수다를 떨었다. “우리 기차 언제오지?” “어어...”
아뿔사! 기차를 놓쳤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어디세요?’ 카톡이 온다. 으아~~ 그때부터 난 바보모드 발동. 2시간 뒤 표를 간신히 끊고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세분께 연락하니 이번엔 이현숙씨 차량 보험이 안되어 신청하느라 애먹고 있단다. 쏘카 예약만 신경 썼지 그건 체크 못했네... 이거이거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우리 이 여행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결국 첫날은 보험가입 실패하고 6명이 한차에 낑겨 다니기로 결정했다.
구례 핫플레이스 목월빵집에서 빵을 사서 현숙언니네로 간다. 언니가 내려주신 커피와 함께하니 꿀맛이다. 대숲을 낀 아담한 집이 정겹다. 옆집 냥이도 찾아와 기웃댄다. 동백나무는 반질반질, 상사화도 빽빽하게 푸른잎을 올리고 마늘이랑 대파도 푸릇하니 여기가 남도는 남도구나 실감이 난다.
첫날은 천은사를 갔다. ‘미스터 썬샤인’에 나왔다는 돌다리도 좋고, 일주문 앞 소나무 군락도 멋졌지만, 천은사 아래 저수지 둘레길이 가장 아름다웠다. 뚝방에서 바라본 저수지는 햇빛에 반짝거리고, 멀리 지리산 성삼재의 눈 쌓인 봉우리는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눈에 거슬리는 것이 하나 없다.
저녁으로 언니가 사주신 닭구이는 별미였다. 갓잡은 닭으로만 먹을 수 있다는 닭회도 맛보았다.
벌써 어두워진 언덕길을 조마조마 내려와 무사히 숙소에 도착. 내리니 은정씨가 가방이 없단다. 뭐지? 언니네 두고 왔나? 그 가방 희정씨가 메고 있다. 아까는 전은경씨가 가방 찾으시더니... 모두 배꼽을 잡는다.
맥주 한잔으로 오늘의 바보모드를 씻어버리자. 바닥이 뜨근뜨근하니 좋구나 했는데 밤새 더워서 잠을 설쳤다는 건 안 비밀~
둘쨋날. 오늘은 더 이상 놀랄 일은 없겠지 했다.
혼자 사우나를 다녀온 상례씨가 장미련씨를 만났다는거다. 에엥? 써프라이즈는 끝나지 않았다.
조식당에서 미련씨와 선경씨까지 만나 찐~한 아침식사를 했다. 관계라는 건 이해와 오해의 축 어디선가 그려지는 포물선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있어서 접점이 생기는 것이겠지?
이곳 구례에는 작년 여름에 내려와 있는 김수경씨도 있다. 어제 연락했어야 했는데... 부랴부랴 전화해 오전 일정부터 합류했다. 오랫동안 못만났어도 그대로다.
화엄사는 큰 사찰이다. 호젓한 산사가 아닌 압도적인 위엄이 느껴진다.
우린 수경씨가 이끄는 대로 화엄사 치유의 숲길을 걸었다. 계곡과 대숲에 안겨 오롯이 우리들만의 시간이 좋았다. 사사자 삼층석탑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은 깊고도 푸근하다.
다른 일정으로 조식후 잠시 헤어졌던 두 사람과 합류해 시원한 버섯전골로 점심을 먹고, 수경씨가 잘 안다는 근처 팥죽집에서 후식까지 챙겨 먹었다. 마당발 현지 가이드를 친구로 둔 느낌?
다음에 간 운조루는 안채가 공사 중이어서 사랑채 뒤 홍매화 향을 맡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카페를 갈까 했는데 수경씨가 자신의 집으로 우릴 청한다. 마다할 우리가 아니다. 산동의 산수유마을에 자리한 집은 현숙언니 말마따나 대궐이다. 가까이에 이리 멋진 산수유길이 있다니 부럽다. 꽃 필 때 꼭 다시 한 번 와보고 싶다.
좋은 시간은 왜 이리도 빨리 지나는지. 왁자지껄 9명이 모이니 없던 기운도 솟는 듯하다. 현숙언니와 수경씨도 썰물처럼 빠져나간 우리들 때문에 일상이 잠시 허전하셨을 테다.
가장 아쉬운 것은 이번 여행을 함께 못한 병희언니와 이순정씨. 비행기표까지 끊고 오려 하셨는데... 다음 여행이 곧 계획되어 있으니 그때는 꼭 같이가요!
여행을 다녀오니 내 곁에 이런 분들이 있다는 게 새삼 고맙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에 부족함이 없이 준비해주신 현숙언니와 방대장님께도 감사하고, 만나면 아무생각 없이 반갑기만 한 회원들도 그렇다. 어떤 작가가 책에서 여행이란 일상을 잊고(회피하거나) 낯선 곳에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고, 리셋으로 다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여행이었고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박채우(역사모)
드디어 출발이다.
그전에야 아이들과 답사도 가고 캠프도 다녔지만 우리끼리 여행을 가는 건 2012년 경주여행 이후 10여년 만이다. 아! 터키랑 오키나와를 함께한 사람도 있었겠다. 소풍 전날 마냥 설레어 잠을 설치고 평택지제역에서 SRT를 탔다. 오송에서 은정씨를 만나 다른 분들이 탄 KTX로 갈아타야한다. 몇 달 만에 만난 반가움에 대합실서 30분 폭풍수다를 떨었다. “우리 기차 언제오지?” “어어...”
아뿔사! 기차를 놓쳤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어디세요?’ 카톡이 온다. 으아~~ 그때부터 난 바보모드 발동. 2시간 뒤 표를 간신히 끊고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세분께 연락하니 이번엔 이현숙씨 차량 보험이 안되어 신청하느라 애먹고 있단다. 쏘카 예약만 신경 썼지 그건 체크 못했네... 이거이거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우리 이 여행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결국 첫날은 보험가입 실패하고 6명이 한차에 낑겨 다니기로 결정했다.
구례 핫플레이스 목월빵집에서 빵을 사서 현숙언니네로 간다. 언니가 내려주신 커피와 함께하니 꿀맛이다. 대숲을 낀 아담한 집이 정겹다. 옆집 냥이도 찾아와 기웃댄다. 동백나무는 반질반질, 상사화도 빽빽하게 푸른잎을 올리고 마늘이랑 대파도 푸릇하니 여기가 남도는 남도구나 실감이 난다.
첫날은 천은사를 갔다. ‘미스터 썬샤인’에 나왔다는 돌다리도 좋고, 일주문 앞 소나무 군락도 멋졌지만, 천은사 아래 저수지 둘레길이 가장 아름다웠다. 뚝방에서 바라본 저수지는 햇빛에 반짝거리고, 멀리 지리산 성삼재의 눈 쌓인 봉우리는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눈에 거슬리는 것이 하나 없다.
저녁으로 언니가 사주신 닭구이는 별미였다. 갓잡은 닭으로만 먹을 수 있다는 닭회도 맛보았다.
벌써 어두워진 언덕길을 조마조마 내려와 무사히 숙소에 도착. 내리니 은정씨가 가방이 없단다. 뭐지? 언니네 두고 왔나? 그 가방 희정씨가 메고 있다. 아까는 전은경씨가 가방 찾으시더니... 모두 배꼽을 잡는다.
맥주 한잔으로 오늘의 바보모드를 씻어버리자. 바닥이 뜨근뜨근하니 좋구나 했는데 밤새 더워서 잠을 설쳤다는 건 안 비밀~
둘쨋날. 오늘은 더 이상 놀랄 일은 없겠지 했다.
혼자 사우나를 다녀온 상례씨가 장미련씨를 만났다는거다. 에엥? 써프라이즈는 끝나지 않았다.
조식당에서 미련씨와 선경씨까지 만나 찐~한 아침식사를 했다. 관계라는 건 이해와 오해의 축 어디선가 그려지는 포물선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이 있어서 접점이 생기는 것이겠지?
이곳 구례에는 작년 여름에 내려와 있는 김수경씨도 있다. 어제 연락했어야 했는데... 부랴부랴 전화해 오전 일정부터 합류했다. 오랫동안 못만났어도 그대로다.
화엄사는 큰 사찰이다. 호젓한 산사가 아닌 압도적인 위엄이 느껴진다.
우린 수경씨가 이끄는 대로 화엄사 치유의 숲길을 걸었다. 계곡과 대숲에 안겨 오롯이 우리들만의 시간이 좋았다. 사사자 삼층석탑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은 깊고도 푸근하다.
다른 일정으로 조식후 잠시 헤어졌던 두 사람과 합류해 시원한 버섯전골로 점심을 먹고, 수경씨가 잘 안다는 근처 팥죽집에서 후식까지 챙겨 먹었다. 마당발 현지 가이드를 친구로 둔 느낌?
다음에 간 운조루는 안채가 공사 중이어서 사랑채 뒤 홍매화 향을 맡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카페를 갈까 했는데 수경씨가 자신의 집으로 우릴 청한다. 마다할 우리가 아니다. 산동의 산수유마을에 자리한 집은 현숙언니 말마따나 대궐이다. 가까이에 이리 멋진 산수유길이 있다니 부럽다. 꽃 필 때 꼭 다시 한 번 와보고 싶다.
좋은 시간은 왜 이리도 빨리 지나는지. 왁자지껄 9명이 모이니 없던 기운도 솟는 듯하다. 현숙언니와 수경씨도 썰물처럼 빠져나간 우리들 때문에 일상이 잠시 허전하셨을 테다.
가장 아쉬운 것은 이번 여행을 함께 못한 병희언니와 이순정씨. 비행기표까지 끊고 오려 하셨는데... 다음 여행이 곧 계획되어 있으니 그때는 꼭 같이가요!
여행을 다녀오니 내 곁에 이런 분들이 있다는 게 새삼 고맙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에 부족함이 없이 준비해주신 현숙언니와 방대장님께도 감사하고, 만나면 아무생각 없이 반갑기만 한 회원들도 그렇다. 어떤 작가가 책에서 여행이란 일상을 잊고(회피하거나) 낯선 곳에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고, 리셋으로 다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여행이었고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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