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글 나눔 | 나는 요즘 이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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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지회 작성일22-10-31 15:05 조회131회 댓글0건본문
나는 요즘 이렇게 산다
박이선(글나누리)
소식지를 만드는 입장에서 매달 원고가 없으면 채워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번 달은 면이 애매하게 모자란다. 이러면 편집하면서 면을 채워야한다.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문제이기는 하다.
남편의 은퇴와 코로나 상황이 맞물리면서 나의 활동반경은 매우 좁아졌다. 참학 부회장을 맡고 있긴 하지만 온라인으로 회의하는 것 외에는 하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는 그만두려고 한다. 학교와도 많이 멀어졌고 학부모들과 가까이할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것이 맞다. 또한 코로나는 강제로 휴식을 주었고 나의 취미생활의 폭이 넓어졌다.
나는 내 손으로 사부작 사부작 무엇을 만들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바삐살 때 하지 못했던 것을 하고 있다. 작년 겨울에 동네 퀼트 가게에서 아란무늬 스웨터 뜨기를 배워 완성했다. 아란무늬는 아일랜드 근처의 섬에서 시작된 디자인으로, 거친 겨울 바다에서 고기잡이하는 가족이 무사하기를 바라며 짠 무늬를 말한다고 한다. 꽈배기, 다이아몬드 무늬 등을 섞어 짜는 것을 통칭해서 아란무늬라 한다. 80년대 중반에 조선호텔 지하 아케이드에 있는 한림수직이라는 곳에서 흰색 아란무늬 스웨터를 주문받아 떠주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에는 비싼 값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언젠가 내가 떠봐야겠다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다.
시간나는 참에 떠보자싶어 어쩌다 뜨개질에 빠졌다. 목부분부터 떠나가는 탑다운 방식으로 45일정도 걸려 떴다. 한코 한 코 실을 걸다보면 몰입의 즐거움이 다가오고 내 손으로 완성해내는 기쁨도 있었다. 남는 실로는 조끼까지 떠서 입고 있다.
작년 한 해 쉬었다가 올해 봄부터 다시 텃밭을 가꾸고 있다. 남편 친구가 행주산성 아래에서 천년초 농장을 하고 있는데 주변 짜투리 땅을 사용하라고 해서 고마운 마음으로 매주 농장을 찾고 있다. 햇빛과 바람과 비와 더불어 흙의 힘을 새삼 느끼고 있다. 모종이나 씨을 뿌리는 것 말고 내가 한 일이 별 없는데도 바구니에는 먹을거리가 차니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달의 움직임에 맞춘 농사절기가 매우 합리적이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자연의 위대함도 일깨우는 시간이다. 지금도 김장배추와 무, 알타리, 갓, 대파와 쪽파는 날이 더 쌀쌀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7월부터 생협에서 우리밀 빵이 나오지 않게 되어 식빵을 만들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밀 강력분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아이쿱생협에 가니 있는 것이 아닌가. 유투브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가르쳐주는 온라인 선생님들이 아주 많다.
‘탕종 우유식빵’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덕분이다. 탕종이 무엇인가 했더니 밀가루 풀이다. 밀가루 40g울 물 200L에 풀어 풀을 쑨 후 냉장고에서 6시간을 두었다가 상온에서 1시간을 두어야한다. 아마도 탕종이 반죽에 들어가 발효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인가 보다. 밀가루와 이스트, 설탕, 버터, 우유를 넣고 반죽하는 것이 문제였다. 반죽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치대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예전에 사놓은 거품기와 반죽기 날이 달린 작은 핸드믹서를 사용해보았다. 기대 이상이었다.
식빵은 처음 만들어보는데 반죽과 발효가 중요했다. 반죽은 반죽기 날의 도움을 받고 1차 발효는 상온에서 반죽의 1.5배가 될 때까지 두는 것이다. 그런 후 반죽을 식빵틀에 들어가도록 나누어서 동그랗게 성형을 하고 15분을 두어야한다. 이제는 식빵틀에 들어가도록 성형된 반죽을 밀대로 밀어 접어 틀에 넣고 30분을 다시 둔다. 우유와 계란노른자를 섞어 빵위에 바르고 오븐에 구우면 된다. 고소한 빵 냄새가 좋다. 내친 김에 예전에 배운 스콘도 만들고 있다. 오늘도 식빵과 스콘을 구웠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는 우쿨렐레 앙상블 모임에 간다. 우연한 기회에 배운 우쿨렐레를 여전히 하고 있다. 11월 초에 정기공연을 하는데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작은 악기지만 여럿이 함께 하는 즐거움이 있다. 노래하고 연주하고, 나 혼자라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풍물하면서 느꼈던 기분을 다시 느끼고 있다. 악기는 연습하는 동안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지만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한다.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여유로움에서 출발한다.
어쩌다보니 앙상블 모임에서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아졌다. 멀리 이사를 가고, 손주가 생기고 사정이 생겨서다. 언젠가는 나도 모임을 그만두겠지만 그때까지는 열심히 해볼 작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하와이 음악인 ‘멜레’로 하와이언 웨딩송과 와이키키 알로하라는 곡을 부른다. 내가 언제 이런 음악을 해보겠는가
나는 요즘 이렇게 산다.
박이선(글나누리)
소식지를 만드는 입장에서 매달 원고가 없으면 채워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번 달은 면이 애매하게 모자란다. 이러면 편집하면서 면을 채워야한다.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문제이기는 하다.
남편의 은퇴와 코로나 상황이 맞물리면서 나의 활동반경은 매우 좁아졌다. 참학 부회장을 맡고 있긴 하지만 온라인으로 회의하는 것 외에는 하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는 그만두려고 한다. 학교와도 많이 멀어졌고 학부모들과 가까이할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것이 맞다. 또한 코로나는 강제로 휴식을 주었고 나의 취미생활의 폭이 넓어졌다.
나는 내 손으로 사부작 사부작 무엇을 만들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바삐살 때 하지 못했던 것을 하고 있다. 작년 겨울에 동네 퀼트 가게에서 아란무늬 스웨터 뜨기를 배워 완성했다. 아란무늬는 아일랜드 근처의 섬에서 시작된 디자인으로, 거친 겨울 바다에서 고기잡이하는 가족이 무사하기를 바라며 짠 무늬를 말한다고 한다. 꽈배기, 다이아몬드 무늬 등을 섞어 짜는 것을 통칭해서 아란무늬라 한다. 80년대 중반에 조선호텔 지하 아케이드에 있는 한림수직이라는 곳에서 흰색 아란무늬 스웨터를 주문받아 떠주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에는 비싼 값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언젠가 내가 떠봐야겠다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다.
시간나는 참에 떠보자싶어 어쩌다 뜨개질에 빠졌다. 목부분부터 떠나가는 탑다운 방식으로 45일정도 걸려 떴다. 한코 한 코 실을 걸다보면 몰입의 즐거움이 다가오고 내 손으로 완성해내는 기쁨도 있었다. 남는 실로는 조끼까지 떠서 입고 있다.
작년 한 해 쉬었다가 올해 봄부터 다시 텃밭을 가꾸고 있다. 남편 친구가 행주산성 아래에서 천년초 농장을 하고 있는데 주변 짜투리 땅을 사용하라고 해서 고마운 마음으로 매주 농장을 찾고 있다. 햇빛과 바람과 비와 더불어 흙의 힘을 새삼 느끼고 있다. 모종이나 씨을 뿌리는 것 말고 내가 한 일이 별 없는데도 바구니에는 먹을거리가 차니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달의 움직임에 맞춘 농사절기가 매우 합리적이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자연의 위대함도 일깨우는 시간이다. 지금도 김장배추와 무, 알타리, 갓, 대파와 쪽파는 날이 더 쌀쌀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7월부터 생협에서 우리밀 빵이 나오지 않게 되어 식빵을 만들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밀 강력분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아이쿱생협에 가니 있는 것이 아닌가. 유투브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가르쳐주는 온라인 선생님들이 아주 많다.
‘탕종 우유식빵’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덕분이다. 탕종이 무엇인가 했더니 밀가루 풀이다. 밀가루 40g울 물 200L에 풀어 풀을 쑨 후 냉장고에서 6시간을 두었다가 상온에서 1시간을 두어야한다. 아마도 탕종이 반죽에 들어가 발효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인가 보다. 밀가루와 이스트, 설탕, 버터, 우유를 넣고 반죽하는 것이 문제였다. 반죽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치대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예전에 사놓은 거품기와 반죽기 날이 달린 작은 핸드믹서를 사용해보았다. 기대 이상이었다.
식빵은 처음 만들어보는데 반죽과 발효가 중요했다. 반죽은 반죽기 날의 도움을 받고 1차 발효는 상온에서 반죽의 1.5배가 될 때까지 두는 것이다. 그런 후 반죽을 식빵틀에 들어가도록 나누어서 동그랗게 성형을 하고 15분을 두어야한다. 이제는 식빵틀에 들어가도록 성형된 반죽을 밀대로 밀어 접어 틀에 넣고 30분을 다시 둔다. 우유와 계란노른자를 섞어 빵위에 바르고 오븐에 구우면 된다. 고소한 빵 냄새가 좋다. 내친 김에 예전에 배운 스콘도 만들고 있다. 오늘도 식빵과 스콘을 구웠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는 우쿨렐레 앙상블 모임에 간다. 우연한 기회에 배운 우쿨렐레를 여전히 하고 있다. 11월 초에 정기공연을 하는데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작은 악기지만 여럿이 함께 하는 즐거움이 있다. 노래하고 연주하고, 나 혼자라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풍물하면서 느꼈던 기분을 다시 느끼고 있다. 악기는 연습하는 동안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지만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한다.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여유로움에서 출발한다.
어쩌다보니 앙상블 모임에서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아졌다. 멀리 이사를 가고, 손주가 생기고 사정이 생겨서다. 언젠가는 나도 모임을 그만두겠지만 그때까지는 열심히 해볼 작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하와이 음악인 ‘멜레’로 하와이언 웨딩송과 와이키키 알로하라는 곡을 부른다. 내가 언제 이런 음악을 해보겠는가
나는 요즘 이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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