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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글 나눔 | 영화후기- 아버지와 이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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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지회 작성일20-06-02 15:08 조회3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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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와 이토씨”
김인숙(글나누리)

우연히 본 영화인데 마음에 들어 책까지 읽게 되다.
일본 영화의 잔잔함에 낮익은 배우 이토씨를 보는 즐거움으로 정주행하다. 영화를 보며 미진한 부분이 궁금해 책도 찾아서 읽다.
 책을 보니 영화에서 생략된 부분을 알게 되다. 야한 부분이 두 군데 나온다.ㅎ. 그만큼 영화에선 한정된 시간 안에 관객에게 보여줄 것만 고른거겠지. 한 발 더 들어간 느낌으로 책을 읽다.

'감 따위 돈 주고 사먹는 거 아니다.'
책 중에서 아버지가 늘 하는 말이지만 처음에 아야는  실감하지 못했던 말이다. 살아온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해받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 자식간 대화들...
책을 읽으며  내게 '아버지'란 화두는 앞으로도 종종  나를 붙들고 있을 거 같다.  '아버지는 아버지일 뿐' 일 이란 말로 흘려 버린 내가 보인다. 이해하기 힘들고 노년엔 의무감만 남은 존재.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이 년이 지났다. 책을 읽으며 그때 나도 좀더 이해해 보려하거나 질 좋은 관계를 만들었을 수도 있쟎았을까 ?  내가 놓친 게 뭘까를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감따위 돈주고 사먹는 거 아니란 말의 깊은 속뜻을 나중에 알게 되듯, 아버지의 깊은 속내를 나도 알려고 노력했다면 덜 고독하셨을라나? 부모와 자식 관계는 세월에 따라 달리 해석되고 있다. 지금의 나는 어떤 엄마로 자식에게, 어떤 할머니로 손녀에게 기억 될런지.. 늘 시간이 지나야 보이는 것들로 인생은 실수 연발이다.

89쪽
나는 얼마나 아버지가 편협하고 완고하며 입이 험한데다 거만하고,그런데도 얼마나 소심한지를 이야기 했다...지독한 구두쇠에다 허세남이며 세상에 대한 체면에 사로잡혀 있고, 그럼에도 또 얼마나 그 세상을 두려워 하고 있는지, 이야기 했다.

'아버지가 아끼는  보물단지'
영화 보며 궁금증이 생긴 부분이 있어서 책을 보게 되다. 미스테리한 물건들. 훔쳐서 모아 놓은 상자곽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읽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자기식으로 밖엔 할 수 없다. 그래도 그 간격이 조금쯤 좁혀졌다면  그게 얼마나 다행이일까. 재밌게도 아버지와 동거인 이토씨와  아야는 각각 스무살의 차이가 난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그들의 기묘한 동거가 위태롭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걸 풀어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아버지가 그 보물 단지를 소중이 여기는 이유를 찾다. 

'기묘한 동거'
설정이 흥미롭다. 인물간 나이 차이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세 사람의 위태로운 동거에 대해 친구의 조언은

208쪽
"아야는 중농, 아버지는 우스터 , 한 집에 두 개의 다른 소스가 놓여 있어도 좋지 않을까? 어느 쪽이 어느 쪽에 맞추는 게 아니라, 어느 쪽이 한 쪽이 옳다고 단정해 버리지 말고 , 제각각 자신이 좋아 하는 것을 사용하면, 그걸로."

이런 식은 말이 쉽지 감정이 섞인 관계는 어려울 듯하다. 그래서 아야의 동거남 이토가 스무살 나이 차이인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 객관적 시각을  가진 인물로 극의 갈등을 조용히 풀어나간다.

294쪽
"그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와 함께 살 수 있어? 앞으로도." 계속, 이라고 말하려다 참았다. 우리 관계에 '계속'이란 단어도 붙여도 되는 걸까. 그래, 우리 두 사람의 관계는 그렇지 않아도 위태롭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아버지 같은 '폭탄'을 껴안고 살아갈 수 있을까.'  아버지 때문에 이토씨와 헤어질 가능성 또한 충분히 있을 수 있지 않은가. 아버지냐 이토 씨냐. 어쩌면 앞으로 그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 생각은 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나는 도망가지 않으니까'
초지일관 이토씨가 하는 말이다. 불안한 관계에 힘을 실어주는 말이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서두르지 않고 일을 진행하는 이토란 인물을 닮고 싶다. 그 이면의 내 마음은 늘 충동적이고 조급하기에.
영화보고 책 읽으며 좀 더 생각이 깊어졌다면 좋겠다. 책을 읽으며 주어진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에  관심을 기울이다보면 생기겠거니...

작가 나카자와 하나코는 극작가로 시작해 소설로 입문한 사람이다. 글이 간결하고 대사가 훅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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