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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글 나눔 | 최명은 전시회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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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지회 작성일20-12-28 18:34 조회3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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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은의 세 번째 전시회를 마치고

 조난주(흙마음)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시행 첫날인 10월 12일, 아람누리 대관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언제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전시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시기간 중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이 되면 전시는 당연 취소되며 전시기간 중 건물 내에서 음식물 섭취는 물론 마스크를 내리는 어떠한 행위도 안 되며 40인 이상 집합도 안 된다는 철저한 지침이 있었다.
 명은이 전시회 준비는 일 년 전에 전시관을 예약한 것으로 시작되었지만  상황이 안정적이지 못해 일주일은 할지말지를 망설이다 시간을 보냈다. 만약 취소가 된다면 예산낭비이고 또 이 위험한 시기에 전시를 한다는 것이 여럿에게 민폐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명은인 3년을 준비해왔던 전시회라 기대가 컸고 벌써 여기저기 소문도 내놓고 초대도 해놓았단다. 전시회를 미루자는 말은 차마 꺼낼 수가 없었다. 부랴부랴 2주간 준비를 하고 11월 3일 전시회를 시작했다.    첫날 첫 손님으로 민들레, 선물, 푸르미가 왔다. 그리고 명은이와 한걸음학교 친구들, 선생님이 오셨다. 이 후 생각도 못 했던 많은 분들이 오셔서 전시회는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었다.
 명은이의 세 번의 전시회를 쭉 지켜 봐주셨던 여러 분들의 말씀은 소중했다. 지난 전시회와 이번 전시회의 그림이 명은이의 성장과 더불어 어떻게 발전했는지, 또 명은이의 관심사와 그림 표현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무심하고 둔감한 엄마인 나와는 다르게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찾아내 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웠다. 명은이의 그림을 꼼꼼히 봐주시고 웃어주시고 기뻐해 주시는 분들 덕에 전시회장을 지켰던 나는 아들 덕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지인들의 응원이 이리 든든한데 난 명은이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지 못 했던 것 같다.
 이번 전시회를 하며 놀라운 것이 또 있었는데 명은아빠의 sns친구들의 방문이었다. 명은아빠를 실제로 만난 적이 없는 분들이다. 그러니 명은이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 리 없는 sns상의 친구들이 멀리서 그것도 많이 왔다는 거다. sns와 거리가 멀고 나이 들수록 인간관계가 점점 좁아지는 나는 이런 방식으로 친구가 되는 것이 낯설다.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찾아와 기꺼이 축하를 전하고 함께 기뻐하며 공동의 무엇을 만들어 가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전시회를 끝내고나니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꾸릴지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명은인 현재 고등학교 졸업반이다. 명은이가 다니는 한걸음학교는 발달장애 친구들의 성인기를 준비하고 있다. 교육과 직업, 자립생활을 준비하는 ‘꿈이 있는 청년센터(꿈청센터)’로의 전환 과정이다.
 하지만 명은인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 꿈청센터도 미술학교로도 진학을 하지 않고 집에서 그림만 그리겠단다. 그림을 팔아서 엄마아빠한테 돈을 가져다주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다. 음... 엄마인 내가 듣기엔 그냥 백수로 살겠다는 뜻으로 들린다.ㅋ 고집 센 부모의 유전자가 합쳐졌으니 쉽사리 설득은 어려울 것 같다.
 이제는 성인기를 맞는 명은이에게 좀 더 체계적인 그림교육과 작품 활동을 위한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새로운 시도를 할 때면 명은이가 뭘 원하는지 생각해 보도록 했다. 명은이의 생각을 듣고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명은이가 선택을 하면 그 선택이 엄마인 내 마음에 안 들어도 명은이의 생각을 존중해 주려했다. 부족한 아이라는 이유로 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뜻대로 이끌려 살길 바라지 않았다. 항상 뭘 하고 싶은지를,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찾길 바랐다.
 이번 전시회를 하며 비장애인과의 협업이나 다른 장르와의 결합 등 새로운 제안을 주신 분들이 있다. 귀가 솔깃하고 가슴이 떨렸다. 더디 가는 아이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편치 않은 명은이라 생각이 많아진다. 부모나 동료, 선생님 등 함께 하는 사람들의 앞선 비전과 제안은 아이를 그들의 뜻대로 끌고 가는 결과를 초래할까 염려가 된다. 그것이 두려워 새로운 시도, 발전을 꾀하지 않을 수도 없다. 항상 여기서 주저하게 된다. 조금만 균형이 깨지면 수동적인 명은이로 바뀌는 것을 종종 봐왔다. 그러면서 껍데기 속으로 들어가 버리려고 한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밖으로 나왔는데, 웃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림 그리는 것이 즐겁지 않게 될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염려보다 좋은 결과도 있지 않을까...
 또 나는 그림 그리는 아이의 진로를 결정하기엔 이 분야에 전문성이 없기에 그것 또한 어려움이다.
 전시회를 준비하다보면 미술 분야의 여러분들을 만나게 된다. 명은이가 학령기를 마칠 때쯤이 되니 그 분들도 이 후의 삶에 대한 조언을 주신다.
 장애인 미술가들의 모임(대부분 지체 장애)도 있고 또 그들을 지지, 지원하는 부모들의 모임(주로 발달장애)도 있다고 알려 주신다. 비장애인의 눈엔 모두가 같은 장애인으로 보이지만 이 두 부류는 전혀 다르게 활동한다.
 발달장애를 가진 예술가와 그 부모들은 대부분 정규학교 특수교육 과정을 유아 시절부터 함께 지내와 연대가 두터운 분들이다. 대안학교를 나온 우리와는 또 다른 그룹이기도 하다. 여기도 명문대 입시만큼이나 비집고 들어가기 힘든 곳이다. 아마도 현재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의 수보다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나 일자리가 적어서 인 것 같다.
 이 이유가 전부는 아니지만 난 아직 이 곳에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다. 적어도 예술은 장애, 비장애를 떠나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은 장애인 예술가과 부모, 관계자들이 모여 행사를 치르고 그들만의 리그를 공고히 해 나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종종 있다. 이 분들 또한 대중적인 활동을 목표로 매진할 터이다. 하지만 대중적이라거나 함께 한다는 것이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그래서 점점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자니 안타깝다.
 명은이가 어린 나이에 활동을 시작해서인지 방송사나 전시 큐레이터 등 몇 번의 출연 제안이 있었지만 정중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명은이의 그림을 좋아해서 작가에 대해 궁금해 하고 그러다 명은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 시작부터 장애인 미술가라는 이름표로 명은이의 그림보다 명은이의 장애에 포커스가 맞춰지길 바라진 않는다. 장애에 포커스가 맞춰지면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시혜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뭔가 불공정한 게임을 시작하는 것 같고 그것으로 인해 결국엔 배제 당하게 된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 이런 생각은 명은일 한 사람(존재)으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커서 일터이다. 하지만 이미 그리 되어가고 있고 내 바람이 지극히 현실적이지 못 할 수도 있다.
 난 명은이가 명은이의 바람대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명은인 여러 사람이 자신의 그림을 보러 와주길 기대하며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이것은 명은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일 거다.
 오늘도 명은인 ‘작가님’(명은이 표현)이 되기 위해 매일, 자신이 정한 시간에 그림을 그린다. 또 학생이 아닌 일하는 사람 ‘작가님’이 되기 위해 매일 새로운 스케치를 한 장씩 하고 있다. 앉아서 그림만 그리면 ‘약자’(‘노약자’에서 앞에 ‘노’를 뺌-명은이 표현)가 될까봐 매일 줄넘기를 하러 나간다.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은 게으른 엄마의 엄지를 척~! 끌어올릴 만큼 대단하다. 바람을 현실로 바꾸어 가는 멋진 명은이다.
 이유를 알 수 없고 참을 수도 없고 생각이란 거 보다 앞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기억이 두 번 있다. 수술로 첫 아이를 낳고 아이의 얼굴을 처음 봤을 때와 명은이 첫 전시회 준비를 하며 그림을 걸었던 때이다. 한마디로 표현하기엔 참 비곤함을 느끼지만 ‘감동’이랄까,,, 많이 고맙다.
 명은이의 세 번째 전시회를 마치며 드는 생각을 두서없이, 깊이도 없이 늘어놓았습니다. 이야기가 좀 무거웠나요?^^ 하지만 보셔서 아시겠지만 제 사는 모양은 깃털처럼 가벼워 탈이랍니다.ㅎㅎㅎ
그리고 구구절절 사연 많은 저와 늘 함께 해주시는 여러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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