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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지회 작성일21-10-01 15:35 조회1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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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추석, 올 추석

박병희(흙마음)

 너무 아득하게 느껴져서 전생에 있었던 일인가 싶다. 추석날 저녁이면 친정식구들이 모두 상암동 평화의 공원에 모여서 놀던 일이. 언젠가부터 추석이면 추석 음식 싸 들고 모여서 달밤에 놀곤 했다. 추석이 늦게 드는 해에는 서늘한 가을밤바람에 오슬오슬 춥기도 했었지. 분당에 살던 작은언니와 막내 남동생이 오기에는 멀었지만 바로 옆에 있는 목동에는 막내 여동생, 큰 남동생, 부모님, 세 집이나 있었고 큰언니와 나도 멀지 않아서 모여 놀기 딱 좋은 곳이었다. 내가 두 팀으로 나누어 재밌는 놀이를 시키면 마지못한 몸짓으로 줄 서있던 형부들이 궁금해서 목을 빼고 내다보던 모습이 생각난다. 나는 강화 시댁에 갔다가 눈치 봐가며 나온 터라 우리 식구는 입만 가지고 참석했었다. 한 시간이라도 일찍, 아니 30분이라도 먼저 나왔으면 덜 밀릴 텐데, 초지진 큰집 바로 앞에서부터 밀리는 찻길에서 얼마나 속이 타던지.... 짧은 가을 해는 뉘엿뉘엿하는데 강변북로는 여전히 막히고.... 친정식구들에게는 미안하고, 빨리 일어나지 않고 미적대던 남편이 어찌나 원망스럽던지....

 그랬다. 언젠가부터 명절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며느리 넷이 각자가 분담해서 준비한 제수를 가지고 모이게 되면서부터는. 큰집에서는 밥, 탕, 물김치 정도만 준비해도 되니 다들 마음이 가벼웠다. 어느 해인가는 우리가 가도록 형님은 샤워 중이었다. 준비할 것이 별로 없으니 추석 전날도 골프 치고 늦잠을 잤다고 했다. 결혼 후 10년쯤 되었을 때, 둘째인 내가 제안해서(큰집에서 모이는데 맏이가 그 전날 자기들 집에 자러 오지 말라는 제안을 할 수가 없으니) 제수를 나누어 준비해서 당일 아침에 모이기로 한 후부터 명절 스트레스는 사라졌다. 명절 전날부터 다 모여서 그 많은 식구들이 1박 2일을 먹고 자고 재밌게 노는 자체가 힘들었으니까. 그때부터 명절은 그냥 형제들 만나서 재밌게 먹고 노는 날이 되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내가 맡은 제수와 가끔씩은 간단한 선물도 준비해서 명절 아침에 시댁에 가는 일이 부담이 없었다. 형님의 손자, 손녀들과 놀 거리들, 또 가끔은 시집 형제들과 놀 거리를 준비해 가곤 했다. 낮에는 시댁 식구들과, 추석날 저녁에는 친정식구들과 노는 날이었다. 엄마가 건강하실 때까지는.

 올 추석에는 한살림 송편 먹으면서 우리끼리 조용히 보냈다 평일처럼. 명절 기분 내려고 몇 가지하던 부침개조차 하지 않았다. 추석이면 늘 먹던 토란국도 못 먹었다. 제주시에 있는 한살림 담을매장에서 미리 한우 국거리도 준비했건만 시기가 너무 일러서 아래 밭에 있는 토란 알이 자라지 않아서 불발로 끝났다. 나는 볼일이 있어 추석 연휴 바로 전까지 서울에 있으면서 친정 자매들은 만나 보았다. 추석 며칠 전에는 큰아이네 부부와 우리 세 식구가 줌으로 모처럼 한자리에서(?) 얼굴 보며 얘기를 나누었다. 시어머니와 시댁 형제들과는 전화로 안부를 나누고, 카톡으로도 안부를 전했다. 명절 연휴라 턱없이 비싼 항공료 물면서 시댁에 갈 것은 생각도 안 했다. 그래도 하나도 미안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친척 방문을 자제하라는 권고의 영향도 있었을까? 이렇게 코로나 때문에 변한 세상에 우리 식구는 바다 건너 제주도로 이사까지 왔으니... 내년 추석은 별다를까? 그보다 더 먼저 올 설에는 어떻게 될까? 그건 그때 가봐서.... 되는 대로, 물 흐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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