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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지회 작성일20-12-28 18:35 조회408회 댓글0건본문
플라스틱 수프
해양 오염의 현 주소 (미힐 로스캄 아빙.김연곡 옮김)
박병희(역사모)
아주 오래 전 언젠가 강가(해변이었나?) 잔 자갈밭을 거닐다 투명한 에메랄드 빛 돌을 발견하고는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정체는 놀랍게도 바로 버려진 병조각이었다. 깨진 병조각이 자갈에 부딪치고 물결과 모래에 쓸려서 투명한 녹색 보석으로 내 눈 앞에 나타났음을 깨닫고 새삼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니 여러 가지 색의 유리 보석이 잔자갈과 모래 틈에 섞여 있었다. 시간이 더 흐르면 그 유리 보석들은 점점 더 잘게 부서져서 마침내 모래가 될 것이고 그 유리조각 모래도 진짜 모래들과 섞여서 콘크리트 재료로 실려 가거나 어린이 놀이터에 깔리거나 바다까지 떠내려가면 가자미가 숨을 수 있는 해저 모래바닥에도 스며들 터이다. 어쨌거나 규소 등 자연물을 재료로 만들어진 유리 같은 것은 재사용, 재활용이 될뿐더러 깨져서 다시 쓰이지 못하더라도 결국은 자연으로 되돌아가서 우리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어떤 해변은 산호가 부서져서 생긴 산호모래로 하얗고 깨끗해서 유명한 해변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해변은 조개껍질이 부서져서 모래가 된 해변도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모래 속에는 플라스틱 조각이 모래만큼이나 많이 섞여있는 곳이 발견되었다.
(2008년 하와이 카밀로 해변) 조류에 의해서 전 세계에서 온 플라스틱 조각은 단지 여기에 쌓여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더 잘게 부서진다. 플라스틱은 화학적으로 분해되지는 않지만 물리적으로 분해된다. 햇빛, 산소, 파도에 의해 부서진다. 작은 조각이 미세플라스틱이 되고 계속 부서져서 나노플라스틱이 된다. 그래서 이미 플라스틱 수프라고 하기보다는 플라스틱 죽이라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플라스틱 수프 42쪽)
이 책은 읽기에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는 몇 십 년 만에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살기가 거의 불가능한 세상에 살게 되었다. 손톱깍기 하나, 생협에서 호박 하나를 사도 플라스틱 포장이 되어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생활용품들.... 부분적으로라도 플라스틱이 들어있지 않은 물건이 드물 정도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집 안을 둘러봐도 목재가구(필름 붙이지 않은), 도자기나 토기 화분, 탁자 유리 정도? 옷은 또 어떤가? 천연소재의 옷이 아닌 것은 세탁기에서 빠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하수로 배출이 된다고 한다. 손빨래를 하지 않고 세탁기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플라스틱 수프를 만들고 있다. 세탁기에서 배출된 미세플라스틱은 정수과정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고 한다.
이미 그동안 만들어지고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인해서 생태계가 교란되고 독성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서 전 세계적으로 더욱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겼다. 우리나라만 해도 대선 때 전 국민이 사용한 일회용 비닐장갑들, 의료진이 사용하는 1회용 플라스틱 물품들, 또 가정에서는 외식을 못하는 대신에 배달음식을 얼마나 많이 시켜먹었는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시켜서 먹고 난 그릇을 문 앞에 두면 수거해 갔다는 사실을 요즘 어린 아이들은 아예 모른다. 배달음식을 먹고 나면 수북이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들!
생각할수록 골치가 아파서 외면하고 싶어진다. 나 하나가 고민하고 분리수거 잘 하고 안 쓰려고 노력해봐야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다. 이 책의 원제목은 Plastic Soup: An Atlas of Ocean Pollution이다. 플라스틱 수프와 씨름하는 것은 타이탄(아틀라스)이 견디고 있는 형벌과도 같다는 메시지다.
외면한다고 이 고민거리가 사라지지 않는데 나 몰라라 할 수가 없다. 우리가 만들어놓은 이 쓰레기들로 더욱 고통받을 이들은 우리들 자식을 포함한 미래세대가 아닌가.
생과일에 스티커를 붙이지 않고 레이져로 라벨을 바로 새겨 넣는 등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개인, 단체들의 활동을 보며 희망을 잃지 않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며 힘을 보태는 것이 쓰레기를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는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와 분투하며 살아가야 할 우리의 2세들이야말로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들도 자신들의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일(가 될) 터이니.
해양 오염의 현 주소 (미힐 로스캄 아빙.김연곡 옮김)
박병희(역사모)
아주 오래 전 언젠가 강가(해변이었나?) 잔 자갈밭을 거닐다 투명한 에메랄드 빛 돌을 발견하고는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정체는 놀랍게도 바로 버려진 병조각이었다. 깨진 병조각이 자갈에 부딪치고 물결과 모래에 쓸려서 투명한 녹색 보석으로 내 눈 앞에 나타났음을 깨닫고 새삼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니 여러 가지 색의 유리 보석이 잔자갈과 모래 틈에 섞여 있었다. 시간이 더 흐르면 그 유리 보석들은 점점 더 잘게 부서져서 마침내 모래가 될 것이고 그 유리조각 모래도 진짜 모래들과 섞여서 콘크리트 재료로 실려 가거나 어린이 놀이터에 깔리거나 바다까지 떠내려가면 가자미가 숨을 수 있는 해저 모래바닥에도 스며들 터이다. 어쨌거나 규소 등 자연물을 재료로 만들어진 유리 같은 것은 재사용, 재활용이 될뿐더러 깨져서 다시 쓰이지 못하더라도 결국은 자연으로 되돌아가서 우리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어떤 해변은 산호가 부서져서 생긴 산호모래로 하얗고 깨끗해서 유명한 해변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해변은 조개껍질이 부서져서 모래가 된 해변도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모래 속에는 플라스틱 조각이 모래만큼이나 많이 섞여있는 곳이 발견되었다.
(2008년 하와이 카밀로 해변) 조류에 의해서 전 세계에서 온 플라스틱 조각은 단지 여기에 쌓여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더 잘게 부서진다. 플라스틱은 화학적으로 분해되지는 않지만 물리적으로 분해된다. 햇빛, 산소, 파도에 의해 부서진다. 작은 조각이 미세플라스틱이 되고 계속 부서져서 나노플라스틱이 된다. 그래서 이미 플라스틱 수프라고 하기보다는 플라스틱 죽이라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플라스틱 수프 42쪽)
이 책은 읽기에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는 몇 십 년 만에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살기가 거의 불가능한 세상에 살게 되었다. 손톱깍기 하나, 생협에서 호박 하나를 사도 플라스틱 포장이 되어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생활용품들.... 부분적으로라도 플라스틱이 들어있지 않은 물건이 드물 정도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집 안을 둘러봐도 목재가구(필름 붙이지 않은), 도자기나 토기 화분, 탁자 유리 정도? 옷은 또 어떤가? 천연소재의 옷이 아닌 것은 세탁기에서 빠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하수로 배출이 된다고 한다. 손빨래를 하지 않고 세탁기를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플라스틱 수프를 만들고 있다. 세탁기에서 배출된 미세플라스틱은 정수과정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고 한다.
이미 그동안 만들어지고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인해서 생태계가 교란되고 독성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서 전 세계적으로 더욱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겼다. 우리나라만 해도 대선 때 전 국민이 사용한 일회용 비닐장갑들, 의료진이 사용하는 1회용 플라스틱 물품들, 또 가정에서는 외식을 못하는 대신에 배달음식을 얼마나 많이 시켜먹었는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시켜서 먹고 난 그릇을 문 앞에 두면 수거해 갔다는 사실을 요즘 어린 아이들은 아예 모른다. 배달음식을 먹고 나면 수북이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들!
생각할수록 골치가 아파서 외면하고 싶어진다. 나 하나가 고민하고 분리수거 잘 하고 안 쓰려고 노력해봐야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다. 이 책의 원제목은 Plastic Soup: An Atlas of Ocean Pollution이다. 플라스틱 수프와 씨름하는 것은 타이탄(아틀라스)이 견디고 있는 형벌과도 같다는 메시지다.
외면한다고 이 고민거리가 사라지지 않는데 나 몰라라 할 수가 없다. 우리가 만들어놓은 이 쓰레기들로 더욱 고통받을 이들은 우리들 자식을 포함한 미래세대가 아닌가.
생과일에 스티커를 붙이지 않고 레이져로 라벨을 바로 새겨 넣는 등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개인, 단체들의 활동을 보며 희망을 잃지 않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며 힘을 보태는 것이 쓰레기를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는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와 분투하며 살아가야 할 우리의 2세들이야말로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들도 자신들의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일(가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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