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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글 나눔 | 함께누리 가을 굿 찬조 공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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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지회 작성일19-10-01 20:56 조회4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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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누리 가을 가족 굿 찬조 공연
 
        -장단을 배우자 마자 공연을 하는건 흙마음의 운명인가...
김양완(흙마음)

 지난 9월 28일 토요일, 고양파주여성민우회 풍물패인 함께누리가 진행하는 가을 가족굿 행사가 열렸습니다. 매년 진행하는 행사인데,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저희 흙마음이 참가했지요. 작년에도 후배들이 설장구 완판 장단을 겨우 다 배우자마자 공연을 하는 바람에 막판 한 달 동안 엄청 땀을 흘리며 연습했던 기억이 납니다. 연습하면서도 많이 긴장하고, 순서도 잘 외우지 못해서 녹음해 둔 영상을 틈틈이 확인해 가면서 연습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는 공연을 하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올해도 함께누리에서 공연 섭외가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흙마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인원이 5명 밖에 없는 터라 어떻게 공연을 하나 걱정이 앞섰습니다. 사실 그것보다 더 걱정인 건 저를 비롯한 후배들이었지요. 여때까지 조각조각 배우던 장단들을 레고 블록처럼 이어붙여 전체 완판을 완성한 것이 겨우 지난달인데, 공연을 하다니요.. 작품을 완성하자마자 공연을 하는 게 운명인가 봅니다. 

 게다가 문제가 또 하나 있었지요. 사물을 구성할 인원이 모자랐던 겁니다. 병희언니는 탭댄스 공연일정과 맞물려서 저희와 공연을 못할 상황이 되셔서 인원이 4명으로 줄어서 걱정을 하던 차에, 명숙언니랑 은정언니가 감사하게도 함께 해 주셨습니다. 얼마나 안심이 되고 든든하던지..
언니들은 언제 풍물을 쉬었냐는 듯이 한 두 번의 연습으로 완벽하게 작품을 소화하시더군요. 이런게 공력이라는 건가 봅니다. 저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요. 그런데 이번에 합주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아주 멋진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른분들은 어땠는 지 모르겠지만 사물놀이 합주는 10여년 전 장구를 처음 배우던 해에, 아무것도 모르고 쳤을 때를 제외하고는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여태껏 장구 장단을 배웠으니 장구소리만 듣다가 공연연습을 하면서 처음으로 합주를 하는데 온 몸에 전율이 오른다는 느낌을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온 몸의 피가 탄산수로 변한 것처럼 보글거리며 혈관을 타고 도는 느낌이 나더군요. 왜 사람들이 짜릿하다, 피가 끓어오른다 라는 표현을 쓰는 건지 알겠더라구요.

 어쨌든 공연 날이 되었습니다. 효영씨도 멀리 서울에서 오시고, 가족들도 오시고, 가을 날씨 답지 않게 조금 덥기는 했지만, 날씨도 화창하고.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장쌤도, 은정언니도 사전 일정이 있어서 리허설 시간에 맞춰 오실 수가 없어서 공연 전에 다 같이 맞춰보지도 못하고 무대에 올랐네요. 10분의 삼도사물 공연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습니다. 저는 중간에 엄청 틀리긴 했지만, 틀려도 아닌 척하고 치면 되다는 장쌤 말씀대로 그냥 잘 넘어가긴 했지요. 나중에 공연 동영상 보니, 여러 번 멈칫거리긴 하더군요. 잘 넘어갔다고 생각한 건 제 상상속에서 일어난 건가 봐요.

 장단을 너무 많이 틀려서 어쩌나, 내가 공연을 망친 건 아닐까 걱정을 했는데, 장쌤이 의외로 저희 팀이 잘했다고 하시는거에요. 맨 처음에는 그냥 하시는 말씀이려니 했지요. 그런데 나중에 영상을 보니 정말 소리가 잘 맞았더군요. 각 악기들이 소리가 잘 맞아 떨어지니 제가 틀린 부분도 소리로는 그렇게 티가 안 나더라구요. 다행이었죠.
 저희 공연이 끝나고 나니 비로소 다른 팀의 공연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행탈 팀의 고성오광대 원양반춤, 말뚝이 춤에 이어서, 불어라 풍물바람과 함께누리 팀이 함께 한 설장구, 최승집씨의 마당춤, 터울림 팀의 날뫼북, 그리고 판굿 놀이에 이어서 마지막 대동놀이까지. 항상 느끼는 거지만 마지막 대동놀이는 제가 항상 좋아하는 순서입니다. 처음 풍물을 접했을 때는 그냥 밖에서 그냥 구경만 했었는데 무리에 들어가서 한 번 놀고 나니 그 맛에 쏙 빠져버렸답니다. 악기들 사이에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난장으로 춤 추고 놀다 보면 타악이라는 것이 우리의 영혼을 두드리는 음악이라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집니다.

공연 후, 빠질 수 없는게 뒷풀이 시간이죠. 근처 횟집에서 공연의 회포를 풀었습니다. 연주 속도가 빨라서 힘들었다고 계속 징징거리는 저에게 장쌤은 저희 팀이 정말 잘 했다고 칭찬해 주셨고,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면, 또 칭찬해 주시고... 그래서 칭찬 많이 받았습니다. 하하..
매주 보는 사람들인데도 만나면 반갑고, 서로 이야기가 통하니 즐겁고, 참 귀한 모임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다 보니 더 애틋하고 감사하네요.멀리 서울에서 와서 사진 열심히 찍어 준 효영씨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저녁만 먹고 집에 가게 되어 얼마나 속상해 하던지. 병희 언니 탭댄스 공연도 응원하러 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못 갔네요. 참석은 못 하셨지만 응원해 주셨을 흙마음 선배언니들에게도 감사 인사 올립니다. 희정언니가 응원 차 보내주신 보리빵이랑 멜론도 정말 잘 먹었어요. 덕분에 저희가 공연을 잘한 것 같아요.

이렇게 물심으로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더 힘이 납니다. 올해가 흙마음 20주년인데, 앞으로도 쭈욱 이 소중한 인연들이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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