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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글 나눔 | 영화 한 편 - 댄서 (황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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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지회 작성일17-04-28 14:43 조회4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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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Dancer,2016/ 다큐멘터리)
황명숙(흙마음)

 오래 간만에 영화를 본 것 같다. 일요일 아침 아들이 일찍 나간다고 해서 밥을 차려주고 다시 잠을 잘까 고민을 하다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주말마다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숨돌릴 새없이 몰아치다가 좀 한가해지니 쉬고 싶은데 영화가 안성맞춤일 것 같았다.

 아침 8시 5분 조조 <댄서>,  그  시간 말고는 없다. 85분 간의 <발레계의 배드보이>, <문신 왕자> 세르게이 폴루닌의 다큐멘터리다. 
 암튼 난 보기로 마음을 정하고 남편한테 혹시 같이 갈거냐고 자는 사람을 깨우면서 물었더니 혼자 보라고 한다. 어쩔 수 없지 그럼 나 혼자라도 봐야지. 그럼 영화는 혼자 봐야 제 맛이지.
 전날 딸한테도 영화 같이 보자고 했더니 자기는 그 시간이면 자는 것이 더 좋다고 안보겠다고 단칼에 거절을 했다.

 영화라 졸지는 않을 것 같은데 토요일에 늦게 자서 살짝 걱정이 되긴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첫 장면부터 범상치 않게 시작하더니 곧장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세르게이 폴루닌은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가난해서 폴루닌의 천재적인 재능을 살려주기 위해 아빠는 포르투갈로, 할머니는 그리스로 뿔뿔이 흩어져 돈을 번다. 영화는 어린 시절 발레 학원 다니던 모습, 연습 장면들의 영상이 삽입되어 사실감을 더한다. 
 드디어 영국 로열 발레단에 입단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최연소 수석 무용수 자리에 오르는데, 그 때 나이가 19세라고 한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흩어져 고생스러운 삶을 살다가 결국 이혼하고 마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발레는 즐거움이 아닌 족쇄가 되고 의미를 잃게 된다. 성공하면 가족들이 함께 살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자신 때문에 가족이 없어져버린 것이다.
 일찍 핀 천재들의 운명이 그렇듯 다 뻔한 결말을 갖고 있다. 급격한 몰락이다. 그리고 방황이 시작된다. 그렇지만 그는 현재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뻔한 이야기인데도 마음이 쓰이는 건 그가 너무 춤을 잘 추는 천재여서 그럴까?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자신 만의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하는 폴루닌이 “Take Me To Church“라는 곡에 맞추어 그동안의 방황과 고뇌를 담아낸다. 몸으로 하는 동작들이 그렇게도 아름다울 수가 없고 슬퍼보였다. 발레는 잘 모르지만 볼레로에 맞추어 춤을 추던 누레예프의 모습이 떠올랐다. 누레예프는 정제된 강인한 모습이었다면, 폴루닌은 슬픔이 느껴지는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암튼 그렇게 느꼈다. 
 집에 돌아와서 폴루닌의 “Take Me To Church“ 동영상을  몇 번이나 보고 또 보았다.
그날은 댄서를 본 날이어서, 폴루닌을 알게 돼서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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