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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글 나눔 | 제주 한달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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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지회 작성일23-04-03 19:54 조회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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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 달 살이

박이선(글나누리)
 
 나는 지금 제주에 있다. 한 달 머물 예정이다. 제주는 한번 살아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남편이 봄에 제주에서 한 달 살아보자고 했다. 어디서 살아야 하나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전원주택이나 제주 살림집은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펜션이나 원룸에서 한 달을 살 수 있을까 싶었는데 남편이 친구를 통해 대정 영어교육도시에 있는 30평대 아파트를 빌릴 수 있다고 했다. 망설임 없이 그러자고 했다.
 한 달을 살려면 자동차를 가지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하니 배편을 이용해야하는데 인천에서 떠나는 밤배는 13시간이 넘게 걸린다. 목포에 가서 하루를 자고 아침 배를 타자고 했는데 아뿔싸! 3월 1일 올라온 배 일정표에 아침 배는 없고 새벽 1시에 떠나는 배 밖에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예매를 했다. 
 한 달 사는건데 이것저것 챙길 것이 꽤 많다. 옷가지와 반찬. 취미생활 관련 악기와 매트, 세면도구, 등산화 등등... 자동차에 실으면 되니 별 고민이 필요없었다. 필요한 것은 다 챙겼다. 

 3월 23일 목포에 도착해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근대문화역사거리를 돌아보았다. 새벽 1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기를 기다려 다음날 새벽 6시에 제주항에 닿았다.
 아파트는 영어교육도시에 있었다. 아파트에는 국제학교와 외국 분교에 아이를 보내는 가족들과 직원들이 살고 우리처럼 잠시 빌려쓰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듯하다. 곶자왈이었던 곳을 택지로 조성해 5층이하로 지었다. 절반정도 사람이 살고 비어있는 집이 많아 사람구경하기 어렵고 저녁이면 어둡고 조용해 괴괴하기까지 하다. 영어만이 살 길이라는 분위기로 온통 외국 분교와 영어교육센터만 있어  마치 LA 어느 한 곳에 와 있는 느낌이다. 곶자왈이 섬이 된 느낌이었다.
 
 제주에 온지 1주일쯤 되어간다. 여행하듯 무리하게 돌아다닐 수는 없다.  오전에는 아파트 바로 옆 제주 도립 곶자왈 공원을 산책하고 오후에는 한 곳만 정해 다니고 있다. 제주대 앞 벚꽃 길은 꼭 한번 제대로 보고 싶었기에 다녀왔다. 유홍준선생님이 꼭 봐야한다고 했는데 가보니 이유를 알겠다. 제주대 초대총장이 40년전에 제주산 벚나무를  심어 만든 길이란다. 장관이다. 간김에 제주대학도 구경하니 청춘의 활기가 넘쳤다.

이맘때 제주하면 유채꽃 아닌가
노란색이 주는 산뜻함은 마음을 잡아끈다. 집에서 가까운 신화월드에 유채꽃축제를 한다고 해서 갔다. 제주도 곳곳은 이미 인공적으로 만든 봄꽃축제가 많았다. 리조트와 호텔이 만들어지고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꽃단지까지...아쉬운 마음이었지만 꽃을 보니 좋다.
 서남쪽에 살고 있으니 서남쪽 오름도 몇 군데 가보았다. 군산오름은 송악산의 위용에 가려져있어서 그렇지 주변을 조망하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오르는 길에 유채꽃이 넓게 퍼져있어서 꽃과 바다와 바람이 어우러졌다. 정상에 오르니 한라산과 남쪽 바다까지 360도 파노라마로 시선을 잡았다. 쾌청한 날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날 좋은 날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어제는 송악산 주변으로 바다산책을 나갔다. 간 김에 4.3사건 관련한 해안 동굴 진지와 섯알오름 학살지, 알뜨르 비행장에도 갔다. 전남대 지리교육과 학생들이 답사를 왔다. 기특하기도 하지. 다크투어 일환으로 왔나보다. 

 제주는 여유를 주는 곳임에 분명하다. 제주도심이 아니면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에 시선이 편안하기도 하고 공기도 좋은 편이다. 이제 빌려쓰는 집에 익숙해지고 발걸음도 가볍다. 4월 22일이면 한달살이가 끝날텐데 그동안 천천히 걷고 보고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싶다.
 아이들도 각자 생활의 근거지를 찾아 떠나고 나니 60이 넘어 이런 여유를 찾나보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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