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임방

Home > 소모임방

회원글 나눔 | 도쿄 현대미술 탐방 여행기

페이지 정보

고양지회 작성일17-02-27 21:11 조회641회 댓글0건

본문

도쿄 현대 미술 탐방

                                                      이효영(흙마음)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월 30일(월)부터 2월 4일(토)까지 5박6일 동안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어찌된 일인지 1년 넘게 부어온 2개의 여행계 목적지가 모두 일본이 되었고 기간도 1월과 2월. 어차피 가족없이 혼자 가려고 잡아논 계획이었으나 기간이 너무 가까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쬐~금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갈 방법을 고민하다 나만 가는 걸로 가뿐하게 정리하고 일본으로 출발했다. 결론적으론 혼자 잘 다녀왔다.
 화요일 오전 함께 책읽는 모임에서 1년 넘게 “HOW TO READ A MODERN PAINTING”이란 책을 읽고 현대미술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했다. 유럽은 갈 수 없고 일본의 많은 미술관들에 현대미술품이 많다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여행계가 갑자기 꾸려졌다. 9개월 전부터 항공권을 예약해두고 추진하다가 집안 사정으로 몇 분이 빠지고 11명이 함께 했다. 설 연휴에 여행가기 위해 공항에 모인 아줌마들은 으례 나올법한 시댁얘기나 명절휴유증에 대한 얘기는 없고 가족들을 두고 스릴 넘치게 탈출한 얘기로 넘 즐거웠다.

첫째날 1월 30일 〈도쿄신마술관, 2121 디자인사이트, 미드타운, 산토리뮤지움, 롯본기 힐즈 전망대〉
 일행들보다 1시간 늦게 닛포리 렁우드호텔에 도착한 나는 롯본기로 이동하려는 일행들과 만났다.여행은 시종일관 강행군이었다. 나.의. 여행. 스타일이 아니야..
철골과 유리로 지어진 시원한 도쿄신미술관의 건축이 맘에 들었다. 사진으로 탑인줄만 알았던 원뿔의 모형은 루브르의 피라미드처럼 미술관을 들어가는 입구였다. 물결같은 곡선의 벽이 천장까지 뻗어가는 시원함. 전시보다도 건축이 주는 매력이 더 했다. 그리고 잘 정리된 미드타운을 따라 이미 깜깜해진 도시의 바람을 맞으며 모리미술관 앞에 도착했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모리 미술관 앞에 두둥 떠있는 마망 밑에서 을씨년스러운 한 컷이 나왔다. 괴기스럽게 또 멋지게....  그리고 전망대에서의 도쿄야경 !!!  대도시가 주는 즐거움을 첫날부터 맘껏 누렸다.

둘째날 1월 31일 <우에노쪽-옛 이와자키 저택정원, 우에노 온시공원 걷기, 도쿄도미술관 (티치아노 전시) , 도쿄국립박물관 >
 첫날에 이어 강행군이다. 미쓰비씨 창설자인 이와자키 저택정원은 가족주거공긴인 일본관과 외국손님 초청이나 행사가 있을 때 사용하는 서양관 그리고 당구장, 정원 등 메이지 시대 상류계급의 제국주의적 자본의 부를 느끼게 한다. 처음 관람코스는 전형적인 서양건축으로 당시 유행한 신고전주의 양식인 것 같다. 김영삼정부에서 철거한 조선 총독부 건축양식의 개인집 버전이라고 할까? 개인집이 이 정도라니 뭐 이런 감정을 느끼며 출입문 오른쪽으로 돌아보니 전통 일본식 다다미가 나오는데 격이 다른 다다미와 정원을 바라보는 풍경이 모든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참 이들은 정원을 바라보는 풍광을 그림처럼 그리는구나싶고 일본인들의 미감인 것 같기도 하다.
 도쿄박물관의 규모에 놀랐다.부럽기도하고. 순서대로 관람하면 시대순으로 미술사를 공부할 수 있게 동선이 이루어져있다. 특별전도 있었으나 미술은 충분히 본 것 같아 나머지 일정은 접어버렸다. 나와 비슷한 분들이 많은 걸까? 몇몇 열정적인 분들 빼고는 저녁 먹으러 아사쿠사 맛집 오코노미야키 소메타로 본점을 찾아갔는데 맥주와 오코노미야키도 정말 맛있었다.몇년 전 다녀갔다는 분의 감각만 믿고서 찾아간 맛집이었는데 알고보니 유명한 집이었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돈키호테를 발견하고 쇼핑을 했다. 정말 양손에 가득 노란봉지를 들고서 닛포리역까지 정말 웃지 못할 광경을 연출하며 낑낑대며 왔다. 우리가 곤약젤리를 싹 쓸었다는.... 그렇지만 우리는 일본 마지막날에 기염을 토했다는. 그 뒤로 돈키호테를 발견할 수도, 갈 시간도 없었다는 것. 오늘의 창피는 며칠 뒤 보상을 받았다.
오늘 돈키호테에서 산 파스는 집에 오기전에 저녁마다 붙이고 자서 다 써버렸다. 등반하는 것보다 더 힘든 미술관 투어. 도시를 헤메는 것은 더 지친다.

셋째날 2월 1일 <미타카 쪽-에도 건축박물관, 지브리로 이동>
 오늘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 에도 건축박물관 가는 길의 고가네 공원, 큰 나무들, 넓은 잔디밭과 벤치들....이미 한번 와봤던 분이 아주 부자 동네란다. 에도시대부터 야마노테 지역에는 무사의 저택이, 시타마치 지역에는 서민 생활의 공간이 있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당시의 목조건축집을 그대로 가져와서 이곳에  복원했다는 것이다. 건축가들의 개인집과 옛날 점포들,목욕탕,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전차 등 쉬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서 좋았다.
 오후4시에 지브리에 갔는데 지브리 먼저보고 건축박물관을 나중에 보는 것이 더 여유로운 여행이 될 것 같다. 지브리는 만화 캐릭터를 알고 좋아하는 사람이 가면 재미있을 곳, 아이들과 함께 하면 즐거운 곳이다. 사고 싶은 캐릭터 상품이 넘 비싸다. (아이들 줄 선물은 담에 같이 왔을 때 원하는 거 사주는 걸로 맘을 달랬다.)

넷째날 2월 2일 〈개별여행-에도박물관, 루오전〉
 오늘은 혼자도 좋고 둘도 좋고 각자 가고 싶은 곳을 가기로 한다. 나는 첫 날부터의 어리둥절함을 정리하기 위해 1시간 정도 늦은 아침을 먹고 어디를 갈까 생각 중이었다. 그보다는 갑자기 집에서 온 톡 때문에 정신이 혼미했다. (갑자기 집문서가 어디있느냐는 남편 때문에, 나중에 돌아보니 보고도 까막눈이었던 거다)
 나는 에도 박물관과 시오도메 파나소닉공전의 루오전만 보기로 맘 먹었다.느긋하게 아침 먹고 환전하기 위해 은행이 있는 정문으로 나갔다. 작은 포목점(천 가게)이 눈에 들어왔다.세일이라 가격도 좋고 디자인도 좋아서 사고 싶었으나 돈이 없었다. 일찍 돌아와 저녁에 사기로 했지만 오는 날까지 사지 못했다. 아쉬웠다. 이제 혼자 다녀야하니 길도 미리 검색하고 역도 기억해두고 지나치지 않고 내리려고 안내방송과 전자 안내판을 열심히 들여다본다. 참 외워지는 않는 일본 지명들..... 비로소 홀로 여행 시작.
 너무 바삐 이동하고 보고 지나가는 속도가 나에게는 반 박자씩 빨랐던 것일까? 걷거나 먹는 속도가 느리지 않은 편이데 보고 인지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나 보다. 셋째날에도 제대로 본 것 같았는데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못보고 지나 온 것이 많았다. 나중에 올려준 사진을 보면서 내가 지나쳐온 것들이 꽤 많은 것을 알았다. 사물과 예술을 보는 눈들이 섬세하고 독특하다.
 혼자 물어물어 온 에도 박물관. 교복을 입은 단체 학생들이 많다. 외국인인지 알아보려는 장난꾸러기들의 스침. 마침 잘됐다싶어 어눌한 일본어로 몇 마디 물어보면 바로 친절해지는 녀석들. 큰애 또래의 아이들. 강한 척 어설픈 아이들의 몸짓이 귀엽다.
 에도 박물관은 에도시대부터 근·현대까지의 사회상을 사진과 모형, 실재 물건들을 전시해 두고 있어 아이들도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다. 일본사 전공 중인 분과 함께 왔던 분들은 시대배경과 물건들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근데 혼자여도 시간만 들이면 한국어 설명이 있어서 대략의 배경은 알 수 있다. 나는 아주 느긋하게 다 눌러보고 읽어보고 했다.
 그리고 정말 바람이 많이 부는 일본. 날이 한국보다 따뜻한데도 그늘에서 바람이 불면 습한 기운과 함께 얼마나 추운지. 패딩을 입기에는 덥고 바바리를 입기에는 추운 곳. 이왕 일본에 왔으니 맛잇는 일본식 백반을 먹으려고 찾다 지쳐서 들어간 마쿠도나르도. 맥도널드 햄버거와 커피 한잔을 시키고 고가 위로 지나가는 철도를 보며 2층에 앉아서 한참을 쉬었다.심심하지만 여유~. 천성이 게으른 게 맞다.
 어렵게 환승하고 길가는 샐러리맨에게 물어보고, 파나소닉 건물 앞에 두고 또 물어서 루오박물관에 갔다. < 피카소대 루오전>을 봤는데 사진을 못찍어서 기억이 없다. 숙소로 이동하려는데 이미 2~3 군데를 둘러보고 온 팀과 마주쳤다. 하물며 나보다 늦게 도착해 루오전을 나보다 빨리 보고 기다리는 이도 있었다. 나는 숙소로 못가고 긴자거리의 멋진 빌딩들을 감탄하고 쳐다보다 돌아왔다.

다섯째날 2월 3일〈건축투어-요요기경기장(단게겐조 건축),디올 오모테산도(SANAA),오모테산도 힐즈(안도 다다오),크레용하우스, 프라다 아오야마점(헤르초크&드 뫼롱),네즈미술관〉
 도시만 보고 다녔는데도 아직도 못 본 거리며 건물들이 많고 더 커지는 도시의 규모가 엄청나다. 도쿄시가 아니고 도쿄도인 이유를 알겠다. 네즈 미술관이 젤 좋았다. 전시보다도 도심 속의 정원. 그 곳에서 커피한잔 마시지 못하고 온 것이 무척 아쉽다.스카프도 하나 사고 싶었는데....네즈미술관에서 일행들과 헤어진 후 긴자거리의 유니클로에서 롱패딩을 샀다. 기념품보다는 아이들이 원하는 옷으로....

여섯째날 2월 4일
 오전 비행기로 돌아와야해서 일행들과 헤어지고 천천히 하네다 공항으로 이동했다. 돌아온 후기를 보니 하루 한나절만 일찍 온 것뿐인데 왜 이리 못보고 온 게 많을까 싶다. 그러나  나로서는 무척 많이보고 왔다. 그리고 일본에 뭐가 그리 볼게 많을까 싶었는데 관심사가 달라 같이 가지 않았던 곳, 거리가 너무 멀어 다음으로 기약했던 곳들까지 따져보면 아직도 여행할 곳이 많다. 다음엔 아이들과 함께 와야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