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임방

Home > 소모임방

회원글 나눔 | 강릉 가는 길

페이지 정보

고양지회 작성일19-07-01 14:28 조회441회 댓글0건

본문

강릉 가는 길
                박병희(흙마음)

두두웅-실 두리둥시일- 배 떠-나가아안다--
물마아알근 봄바다에- 배 떠나아간다--

 여행이 일상이 아니던 나의 어린 시절에 강릉은 고교음악시간에 배운 가곡 가사에나 나오는 곳이었다. 그리고 동해바다를 직접 본 것도 두 번 다 학교 수학여행 덕분이다. 첫 번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수학여행을 경주로 갔는데 경주로 가기 전에 먼저 포항으로 가서 방파제를 향해 줄지어 걸어가서 바다라는 것을 처음으로 봤다. 그러니까 내륙도시 대구에 사는 아이들에게 바다를 보여주는 것이 수학여행의 큰 목적 중의 하나인 셈이다. 방파제 아래쪽에 어떤 할머니인지 아주머니인지 한 분이 비탈진 바윗돌에서 얕게 물에 잠겨있는 부분에 붙어 하늘거리고 있는 얇은 해초를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서 뜯어서는 바구니에 넣는데 손끝을 뿌려서 손에서 떨어트려서 넣고 있었다. 저것이 김인가? 하면서 신기하게 보다가 저렇게 한없이 넓은 바다에 가득 찬 바닷물이 정말 짤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살금살금 내려가서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보았다. 설마... 가 놀라움으로 바뀌던 기억!
 그로부터 5년 후 고2때 수학여행 가서 소나무 사이로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흑백사진을 찍은 것이 두 번째 동해바다를 본 경험이고 강릉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아래에는 흰색 체육복 바지에다 위에는 동복교복을 입고 머리는 두 갈래로 묶은 모습으로 대여섯 명이 옆으로 비스듬히 서 있는 사진.

 결혼 후 이런 저런 모임에서, 아님 가족과 여러 차례 강릉 부근의 바다를 갔지만 그 바다는 어린 시절 내 마음속에 있는 강릉과는 별개의 곳이었다.

 내게 강릉은... 강릉 앞바다에, 경포대 호수에, 술잔 속에, 하늘에 떠 있는 달에, 내 앞에 있는 임의 얼굴까지, 달이 다섯 개가 있는 곳이다. 순풍에 미끄러지듯이 봄바다에 배가 떠나가는 곳이고 서산에 해 지며는 달 떠오는 곳이다. 그리고 언제나 물 맑은 봄바다이다.

 그랬는데 이제 당일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서울에서 두 시간이 안 되어서 도착하다니! 서울 시내에서도 대각선으로 먼 곳에 가려면 버스, 전철 갈아타면서 두 시간 걸리기가 예사인데...

2019년 6월 10일에 참학 고양지회의 소모임 중에서 글나누리모임 회원이 5명, 역사모에서 두 명, 모두 7명이 강릉에 갔다. 기차로 두 시간이 안 걸려서.

 기차에서 내려 검색해둔 식당에서 섭과 물망치라나? 이상한 이름의 맛난 생선탕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고래책방에 들러서 책구경, 건물 내부 구경을 했다. 택시를 타고 안목해변 도착하니 비가 오락가락 했다. 비도 피할겸 전망 좋은 카페 3층(4층이었나?)에서 커피 마시며 비오는 바다 바라보았다. 비가 그친 듯해서 다시 바닷가로 나와 우산 쓰고 사진을 찍었다.(황촬영감독의 지시대로 우향우 일렬횡대로 서서)

 그리고 해변 따라 솔숲길 걷기... 이게 제일 마음에 들었는데 좀 아쉬웠다. 걷기 끝나는 곳에서 비 갠 하늘의 구름을 보며 쉬었다. 흰구름 사이로 파란하늘이 드러나고 높은 파도가 있는 풍경은 일품이었다. 경포대 해변에서 걸어서 식당까지 이동하는 길도 한적하고 좋았다. 푹푹 삶아서 부드러워진 강원도 옥수수가 나온 불고기로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며칠씩 설레며 기다리지도 않고 아무 준비도 짐도 없이 가볍게 당일로 다녀왔지만, 아침에 기차에서 만나 밤에 청량리역에서 내릴 때까지 7명이 두 끼니를 같이 먹으며 강릉의 바다와 바람과 모래 깔린 솔숲길과 커피와 서해와 달리 향긋하던 갯내음까지 함께 누린 행복한 하루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