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초등교사입니다.(201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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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5-12-16 12:49 조회2,581회 댓글0건본문
이전부터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서로 비판하고 물어뜯는 싸움판에 끼어드는 것 같아 참고 있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평소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것과 함께 오늘 아침 다시 한 번 불법 찬조금에 대한 뉴스 기사가 또 나온 것을 보고 이 글을 찾아와 씁니다. (그 기사에 여기 관계자분의 의견도 나와있고 이런 종류의 기사가 날 때 마다 이 단체 이름이 많이 보이더군요.) 촌지문제... 네, 있다고 들었습니다. ( 말씀은 저는 받지 않고 있고 제 주변에서 직접 본 적은 없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촌지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저까지 싸잡아 도매급 취급 당하는 것 같고 기운도 쑥 빠져버려 요즘은 그렇지 않다라고 여기저기 항변(?)하고 다니지만 교사가 아닌 일반인 친구들을 만나보면 아직도 그런 문제로 많이 고민하는 일이 있다는 소리도 듣습니다. 다들 아는 얘기는 다시 길게 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아침 그 기사에도 다 나왔더군요. 교사의 윤리의식도 문제고 어떻게 해서든 제 자식에게 유리하거나 잘 해주도록 해 주고 싶어하는 학부모의 의식도 문제고 기타 등등...... 저는 조금 다른 의미로 접근해 보고 싶습니다. 교사들이 학부모로부터 받는 금품에 크게 부담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에 내가 선생입네~~하고 당연히 대접받아야 한다는 의식 등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그 여러 원인들 중 나도 주는 만큼 받으려는 심리가 있다고 봅니다. 촌지를 받으면서 그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심리이기도 하겠지요. 먼저 학부형에게는 내가 이걸 받으면 자기 아이에게 상장 하나라도 더 주거나 이익을 줄 수 있으니 된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게 옳다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있는 것이....(이 점이 제가 중점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나도 윗 사람한테 일마다 때마다 '인사'를 하느라 돈 많이 쓰니 나도 받아도 된다'라는 생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무슨 다단계도 아니고 촌지 문제가 그렇게 얽혀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학부모-평교사-관리직 교사(교감, 교장)-교육청 관계자들 - 또 그 윗선들.... 이렇게 이어지는 듯 합니다. 모 교무 선생님께 반농담 삼아 "교무 선생님도 많이 뿌리셨으니 교감 되시면 거둬들이셔야죠?" 했더니 "그렇지? 나도 뿌린 게 있으니 받아도 되겠지?" 했다는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셀 수도 없습니다. 이런 풍토가 자기도 당한 게 있으니 나도 후배한테 하겠다는 심리로 이루어지는 폭행, 누드, 난장판 졸업식과 뭐가 다르다 하겠습니까... 학부모분들께 교사는 가만있었는데 괜히 눈치를 준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면 발끈하시겠지요. 그게 아니라고... 여러 사례를 들어 정말 다르다고 하시겠지요. 교사도 마찬가지 입니다. 일마다 때마다 '인사'를 하지 않는 교사와 하는 교사를 향한 관리직 교사(교감, 교장)의 태도와 인사 결정이 확연히 다릅니다. 똑같은 업무, 비슷한 결재서류를 들고 가도 질타와 함께 다시 되돌아 오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원하는 학년과 업무에 배정 받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 점수가 되는 업무를 맡거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경우와 일은 많지만 교사 개인의 승진과 관련성이 전혀 없는 업무만 몇 년째 맡는 경우, 타당한 휴가(병가, 연가, 특별휴가 등)를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용해도 너 때문에 내가 일이 많아져서 골치가 아프다는 둥 서류를 왜 똑바로 빨리 안해내냐는 둥 여러 싫은 소리를 해서 인사를 하기를 요구하고 그래도 하지 않으면 휴가 뒤 복귀할 때 중심라인에서 소외시켜버리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일일이 말하기도 입 아플 일들입니다. 얼마 전 경남 김해 여 교사 자살 사건을 두고 또 설왕설래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여교사 분도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는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열정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교사요? 그렇게 한다고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닌 현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 관련 기사에서 내용이 비교적 현실적으로 잘 흘러간다 싶다가 결국 끝부분에서 부적격 교사를 가려내기 위해 교원 평가를 더 강화하고 걸려내야 한다로 결론지어지는 걸 보고 교육학 교수님들이나 행정가들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습니다. 교원평가의 취지는 많이 공감합니다만 모든 일이 그렇듯 취지가 좋다고 그 현실까지 다 핑크빛은 아닙니다. 평가의 실질적인 모든 권한이 관리직 교사에게 있는 상황입니다. 다면 평가를 한다지만 결국 점수 차이가 많이 나도록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관리자의 영역이고 이것이 더욱 강화되어 가는 것이 교원평가 입니다. 그러니 음주 운전 한 번 걸리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현실에서도 회식자리에서 교장이 전체에게 술을 먹으려 들면 먹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술을 마신 모든 분들이 대리를 부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설, 명절 때 관리직 금품 받는 거 단속한다고 근무시간 체크하고 그 분들 승용차 트렁크 조사하기도 한다던데 그것도 무용지물입니다. 누가 트렁크에다 과일 넣어줍니까... 집으로 배달시키거나 가벼운 봉투로 드리지요. 혹시 봉투를 건낼 때 원했던 것들이 더 많이 건넨 사람에게 밀려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도 돈을 준 사람까지 함께 처벌되는 시스템 때문에 누구하나 끽~ 소리 내는 사람 없습니다. 이럴 바에야 아예 액수를 정해서 말해주지? 하는 자조 섞인 생각마저 듭니다. 기업에서 담합하면 그 정보를 먼저 고발한 사람은 처벌을 면해준다고 하지요. 그 제도를 이용해 삼성이 먼저 찔러 경쟁사들에게 타격만 주고 자기는 쏙 빠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그런 제도를 도입하면 돈을 주고도 물먹은 사람이 찌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이 바닥이 다 인맥이라 그 조차도 쉽지 않으리라 예상됩니다. 대신 저는 이 모든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정보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모두에게 기회를 줄 수 없다면 최소한 정보만이라도 모두에게 제공된다면, 그래서 평가자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면 조금이라도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대에서 수업에 관한 지식은 가르칩니다만 어떤 길이, 어떤 업무가 승진하는데 이익이 되는지는 안가르칩니다. 대개 윗 분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가죠. 그러면 나를 끌어줄 윗줄을 잘 잡아 그 줄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길도 보이고 기회도 주어지고 요령도 알 수 있습니다. 승진은 고사하고서라도 시내에서 학교를 한 번 옮기려 해도 어느 학교에 몇 명 정도 자리가 생기리라 예상되는지, 근무 점수가 있는 연구학교는 어디가 될지 등의 정보가 전무 합니다. 그 쪽 학교에 아는 선생님 안계시면 도박삼아 해 보기도 하지만 내 점수로 될지 안될지 몰라 불안해 하지요. 하지만 인맥을 동원하면 그 정보를 남들보다 더 빨리 얻을 수 있습니다. 연구학교 발표나기도 전에 미리 알고 학교를 옮기는 선생님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상황에서 윗분들에게 밉보이면 1년, 아니 평생이 힘들수도 있습니다. 학교 내부 업무나 학년 배정에서도 내규가 있지만 있으나마나한 규정들입니다.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지요. 선생님들이 업무, 담임 희망서를 냅니다만 임신을 해서 출산예정이어도 6학년을 받는 사람이 있으면 아이를 가질 예정이라고만 써도 6학년을 피해 5학년을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 학교에 5년 근무하면서 점수 하나 없는 고학년만 4년 근무하다 가는 선생님도 있지만 비교적 시간 여유가 많은 학년으로 가서 개인 신상에 이익이 될만한 업무나 상장을 차근차근히 모으는 선생님도 있습니다. (다른 조건이 다 비슷할 때 입니다.) 성과급 등급 책정하는 것도 학교별 기준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그 기준도 특정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도록 바꾸면 그만입니다. 자기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그 기회를 통해 성과를 내면 그 사람은 자기 점수도 가지고 그 성과를 근거로 성과급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네, 물론 그 사람들이 일을 더 많이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하도록 기회를 잡고 자기 점수를 쌓고 성과금도 더 받는 것은 분명 이익입니다. 그럼 그 라인에서, 그 기회에서, 그 정보에서 배재된 사람들은 수업만 하고 놉니까? 그건 아닙니다. 성과로 남는 것 없고 상 받을 것 없지만 일은 많은 그런 일들을 하지요. 그러고서 나중에 교원평가 기간이 되면 또 눈에 보여지는 성과로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면 그런 교사들은 과연 '걸러내야 할' 부적격 교사일까요? 성과위주 평가에선 평가자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교사로서의 자질은 차지하고서 어떻게든 나쁜 평가 받는 것을 피해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평가 잘 받는 선생님 모두가 아부만 잘 한 선생님이란 뜻은 아닙니다.) 초등의 경우 3,6학년 국가수준 학력평가를 제외하면 좀 덜 심하지만 중등의 경우는 참 심한것이 교사의 성과라는 것이 결국 아이들의 성적이기 때문에 학원에 가라고 해서든 남겨서 잡든 때려서든 성적에 목매달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교사의 능력이고 교장의 능력이고 학교의 수준이고 지원받을 수 있는 돈의 크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촌지문제를 비롯한 세부적이고 현실적인 부조리들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마치 순환고리처럼 얽히고 얽혀 돌고 도는 이 악순환을 어디서부터 끊어야할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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