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 [공동 성명] 학생인권 사냥을 멈춰라! - 초등 교사 사망 사건 악용해 학생인권조례 후퇴를 기도하는 정부·여당을 규탄한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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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부 작성일23-07-27 13:24 조회219회 댓글0건본문
[공동 성명]
학생인권 사냥을 멈춰라!
- 초등 교사 사망 사건 악용해 학생인권조례 후퇴를 기도하는 정부·여당을 규탄한다
지난주 서울에서 초등 교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안타까운 죽음에 고인과 그 유족에게 조의를 표한다.언론 및 관련 단체의 입장문 등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고인은 올해 학교 업무에 힘들어했으며 특히 일부 학생 보호자들의 과도한 연락과 무리한 요구 등이 있었다고 한다. 교사단체들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고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이기도 하다. 고인의 죽음에 대해 그 일터인 학교 및 교육당국의 책임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사건이 알려진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우려스러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교권이 땅에 떨어진 탓’이라며, 학생인권조례와 진보 교육감을 공격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도 학생인권조례를 훼손할 것을 예고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국민의힘) 등도 학생인권조례 개악 또는 폐지에 힘을 싣는 발언을 꺼냈다. 대통령실은 언론에 대고 학생인권조례를 가리켜 ‘종북주사파의 대한민국 붕괴 시나리오’라는 음모론을 펴기까지 했다. 그 비합리적 태도와 극단적 진영논리에 우려를 넘어 황당함마저 느껴진다.
이른바 ‘학교붕괴’ 현상과 현장 교사들의 고충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는 주장은 기본적 사실관계와 인과관계도 틀린, 견강부회이다. ‘학교붕괴’와 ‘교육불가능’의 문제가 불거진 것은 1990년대부터이며, 학생인권조례 등의 정책이 나오기 훨씬 전이었고 계속 악화되어왔다. 지역별로 학생인권조례 존재 여부에 따라 ‘학교붕괴’ 관련 문제나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역시 학생인권 신장과의 인과관계가 없음을 방증한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우리 사회에서 학교와 교육의 의미가 퇴색하였고 신뢰가 사라진 것이다. 교육을 일방적·단편적 ‘서비스’로 이해하는 정책과 문화도 문제를 심화시켰다. 점점 심각해진 경제·사회적 불평등의 확대와 사회적 불신으로 인한 관계의 해체 역시 불안정하고 공격적인 상태의 학생·보호자를 증가시키고 학교의 부담을 가일층시켰다. 이번 비극적 사건의 가장 직접적 원인은, 겹겹이 쌓이고 꼬인 모든 모순과 부담을 ‘독박 교실’에서 교사 개인이 감당하도록 전가하고 체계적 지원은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학교와 교육당국의 무책임일 것이다.
이와 같은 우리 교육의 문제들을, 그런 학교를 지탱하고자 교사들이 겪는 고충을 단순히 ‘교사가 학생의 인권을 재량껏 짓밟지 못해서’라 요약하는 것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교권 강화’를 외치며 학생인권을 후퇴시키려는 것은 교사를 인권을 침해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교사가 체벌과 폭언을 하고, 차별하고, 학생 용모를 단속하고, 소지품을 압수하면 교육주체 간 갈등이 줄어들고 교사의 고충이 해결된단 말인가? 오히려 더욱더 갈등과 분쟁의 소지가 되지 않겠는가? 교사에게 학생인권을 제한할 권력이 법적으로 주어진다 해서 학생들이 교육에 적극 참여하게 되거나 보호자들이 협력적으로 바뀌진 않는다. 과중한 업무나 교육 제도의 모순과 사회적 불평등 등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부는 교사에게 재량권을 줬다는 명분으로 교육활동과 갈등 대처 등의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돌리며 방관할 공산이 크다.
정부·여당, 일부 교육감 등이 학생인권조례 폐지·축소가 해법인 양 꺼내든 모습은, 비극적·충격적 사건을 도구 삼아 반대 측을 공격하며 자신들의 입맛대로 보수적·억압적 교육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교사 충원,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의 요구를 외면해온 정부가 학생인권 후퇴를 대책으로 삼는 것은 결국 교사 개인에게 학생을 억누르고 통제하라고 주문하는 셈이기에 더욱 우려스럽다. 인권을 침해할 권력, 학생을 함부로 대하거나 폭력을 써도 된다는 의미의 교권 개념은 더 이상 쓰이지 않아야 한다.
심지어 그들의 주장과 달리 학생인권은 전혀 과도한 상태가 아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명시된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표현의 자유,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가장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 존엄이 침해돼선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강제성도 그리 강하지 않아 실제 조사 결과나 사례들을 보면 조례 시행 중인 지역에서도 체벌이나 두발·복장규제, 휴대전화규제 등이 근절되지 않았다.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도 전국 시·도 중 과반으로 학생인권 침해가 일어나도 도움을 청할 구제절차도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반복해서 보편적 가치로 ‘자유’를 강조해왔다. 그런데 정부는 어째서 초·중·고 학생들에게도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자유를 보장하고자 하는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하는가.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는 가짜 자유, 강자만의 자유, ‘내로남불’ 자유였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초등 교사의 자살이라는 비통하고 충격적인 사건을 두고서, 그 원인과 문제점을 면밀히 진단하지도 않은 채 섣불리 학생들의 인권을 표적 삼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이는 수십 년간 누적된 교육 제도와 정책 등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책임져야 할 정부가 정작 자신들은 쏙 빠진 채, 소수자의 인권을 제물 삼아 사실과 문제를 호도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우선 필요한 조치는 교사들이 부당하거나 무리한 민원에 외롭게 대처하지 않도록 학교가 지원하는 것이다. 수사나 쟁송 등 사법적 절차에서 부당하게 괴롭힘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고 공정하게 처우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성평등, 기후위기 등을 주제로 민주주의 교육을 실천한 교사들이 부당한 민원과 신고, 정치세력의 외압 등에 시달리는 일도 빈번하다. 학교 시험문제나 도서관 책까지 검열하려 드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이나,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외치는 단체들이 그 주요 주체이기도 하다. 정부는 학생인권 사냥을 멈추고, 학교와 교육당국이 교사의 교육활동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지, 교사가 부당한 위험과 압력에 홀로 노출되지 않도록 지원할지부터 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정부와 제 정당들, 교육감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교사의 노동조건은 학생의 교육조건이기도 하다. 교육활동의 보장과 문제 대응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교원인력 충원,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교육 환경과 교사 노동조건을 개선하라!
1. 학생인권은 교육의 기준이자 출발점이지, 마음대로 침해하거나 빼앗아도 될 부록이 아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개악·축소 시도 즉각 중단하고, 정당한 교육활동의 기준이 될 ‘학생인권법’을 제정하여 학생들에게도 보편적 자유와 민주주의를 보장하라!
1.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주체들의 책임 있는 참여와 건강한 갈등 조정이 필수적이다.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과 학교공동체 강화를 위해, 정부는 책임지고 교육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
2023년 7월 27일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외 189개 인권·시민사회단체
189개 인권·시민사회단체
가족구성권연구소, 강동청소년노동인권교육활동가모임 폴짝, 강북구 수유1동 주민자치회 청소년분과, 강서양천민중의집, 강서양천청소년노동인권활동가모임 다움, 경기장애인부모연대부천지부, 고양자유학교, 고양자유학교 교사회, 공연예술창작터 수다, 관광레져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광양들샘, 광양민주시민교육센터, 광주인권지기 활짝, 교육공동체 나다, 교육노동자 현장실천,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극단 고래, 기후위기 에너지전환 보령행동,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 노동당, 노동당 부산광역시당, 노동당 서울시당, 노동당 서울시당 강북도봉지역위원회, 노동당 서울시당 강서양천지역위원회, 노동당 서울시당 성북지역위원회, 노동도시연대, 노동안전과현장실습정상화를위한제주네트워크, 노동인권연대, 녹색당 서울시당,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다산인권센터, 다시서점, 다양성을향한지속가능한움직임 다움, 대구여성노동자회, 대안교육기관 삼각산재미난학교, 대안교육기관 열음학교, 대안교육연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더불어숲작은도서관, 동작마을넷 마음껏, 동작역사문화연구소, 멸종반란카톨릭, 무지개교육마을 인권동아리 플레인, 무지개학교,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민주야놀자,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 반지하bnb,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부산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부산퀴어문화축제, 부산평화센터, 부천청소년인권공동체 세움, 부평구청소년성문화센터, 북부노동연대,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빨래골청소년공간 '모락', 사)김용균재단, 사)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사)마포희망나눔, 사)아름다운청소년이여는세상, 사)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사)함께크는여성울림, 사단법인 강동노동인권센터, 사단법인 희망씨, 사람중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사회복지연구소 물결,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상상행동 장애여성 마실, 새날교회, 서울 꽃피는학교, 서울교육희망네트워크,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서울미래교육 지역사회네트워크 운영위, 서울인권영화제,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송파지회,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서울학생인권위원회,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 성대골어린이도서관,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성평등국어교사모임, 소나기 읽기모임, 시민기획단 나침반, 시시한연구소, 식생활교육양천네트워크, 아래로부터 전북노동연대, 아주 작은 페미니즘학교 탱자, 어린보라:대구청소년페미니스트모임, 어린이책 시민연대,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여성시민문화연구소, 연대하는교사잡것들, 영등포구로청소년노동인권모임 꿈틀, 우리동네 지역아동센터,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울림, 울산인권운동연대, 이윤보다인간을, 이화여대 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교육온다,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샘, 인권동아리 플레인, 인권아카이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천녹색당, 인천여성민우회, 장애여성공감, 장애영유아학부모회,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장애해방열사_단, 재미누리 협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 삼척시지부, 전국민주우체국본부 김포우체국지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환 청소년위원회, 정의당 경기도당 청소년위원회, 정의당 성북구위원회, 정의당 양천구지역위원회, 정의당 청소년위원회, 정의당 충남도당,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제주청소년기후평화행동,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조선일보 폐간 시민실천단, 좋은세상을만드는사람들, 주)책글사람, 진보네트워크센터, 진보당 경기도당 청소년위원회, 진보당 인권위원회, 진보당 청소년특별위원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청년정의당 광주광역시당,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청소년녹색당,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청소년인권복지센터내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문학도서관두잉,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초등무지개학교, 초록상상, 충남선강과생명을 지키는사람들(충남건생지사),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충남청소년인권더하기,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 투명가방끈,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페미니즘교육플랫폼Be.Do
.,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 대전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전북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 충북학부모회, 평화민주인권교육 인, 푸른영상, 피스모모,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청소년정책연대,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 함께크는여성울림, 행동연대, 행동하는교사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혐오문화대응네트워크 416기억행동by강서시민
학생인권 사냥을 멈춰라!
- 초등 교사 사망 사건 악용해 학생인권조례 후퇴를 기도하는 정부·여당을 규탄한다
지난주 서울에서 초등 교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안타까운 죽음에 고인과 그 유족에게 조의를 표한다.언론 및 관련 단체의 입장문 등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고인은 올해 학교 업무에 힘들어했으며 특히 일부 학생 보호자들의 과도한 연락과 무리한 요구 등이 있었다고 한다. 교사단체들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고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이기도 하다. 고인의 죽음에 대해 그 일터인 학교 및 교육당국의 책임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사건이 알려진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우려스러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교권이 땅에 떨어진 탓’이라며, 학생인권조례와 진보 교육감을 공격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도 학생인권조례를 훼손할 것을 예고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국민의힘) 등도 학생인권조례 개악 또는 폐지에 힘을 싣는 발언을 꺼냈다. 대통령실은 언론에 대고 학생인권조례를 가리켜 ‘종북주사파의 대한민국 붕괴 시나리오’라는 음모론을 펴기까지 했다. 그 비합리적 태도와 극단적 진영논리에 우려를 넘어 황당함마저 느껴진다.
이른바 ‘학교붕괴’ 현상과 현장 교사들의 고충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는 주장은 기본적 사실관계와 인과관계도 틀린, 견강부회이다. ‘학교붕괴’와 ‘교육불가능’의 문제가 불거진 것은 1990년대부터이며, 학생인권조례 등의 정책이 나오기 훨씬 전이었고 계속 악화되어왔다. 지역별로 학생인권조례 존재 여부에 따라 ‘학교붕괴’ 관련 문제나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역시 학생인권 신장과의 인과관계가 없음을 방증한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우리 사회에서 학교와 교육의 의미가 퇴색하였고 신뢰가 사라진 것이다. 교육을 일방적·단편적 ‘서비스’로 이해하는 정책과 문화도 문제를 심화시켰다. 점점 심각해진 경제·사회적 불평등의 확대와 사회적 불신으로 인한 관계의 해체 역시 불안정하고 공격적인 상태의 학생·보호자를 증가시키고 학교의 부담을 가일층시켰다. 이번 비극적 사건의 가장 직접적 원인은, 겹겹이 쌓이고 꼬인 모든 모순과 부담을 ‘독박 교실’에서 교사 개인이 감당하도록 전가하고 체계적 지원은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학교와 교육당국의 무책임일 것이다.
이와 같은 우리 교육의 문제들을, 그런 학교를 지탱하고자 교사들이 겪는 고충을 단순히 ‘교사가 학생의 인권을 재량껏 짓밟지 못해서’라 요약하는 것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교권 강화’를 외치며 학생인권을 후퇴시키려는 것은 교사를 인권을 침해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교사가 체벌과 폭언을 하고, 차별하고, 학생 용모를 단속하고, 소지품을 압수하면 교육주체 간 갈등이 줄어들고 교사의 고충이 해결된단 말인가? 오히려 더욱더 갈등과 분쟁의 소지가 되지 않겠는가? 교사에게 학생인권을 제한할 권력이 법적으로 주어진다 해서 학생들이 교육에 적극 참여하게 되거나 보호자들이 협력적으로 바뀌진 않는다. 과중한 업무나 교육 제도의 모순과 사회적 불평등 등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부는 교사에게 재량권을 줬다는 명분으로 교육활동과 갈등 대처 등의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돌리며 방관할 공산이 크다.
정부·여당, 일부 교육감 등이 학생인권조례 폐지·축소가 해법인 양 꺼내든 모습은, 비극적·충격적 사건을 도구 삼아 반대 측을 공격하며 자신들의 입맛대로 보수적·억압적 교육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교사 충원,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의 요구를 외면해온 정부가 학생인권 후퇴를 대책으로 삼는 것은 결국 교사 개인에게 학생을 억누르고 통제하라고 주문하는 셈이기에 더욱 우려스럽다. 인권을 침해할 권력, 학생을 함부로 대하거나 폭력을 써도 된다는 의미의 교권 개념은 더 이상 쓰이지 않아야 한다.
심지어 그들의 주장과 달리 학생인권은 전혀 과도한 상태가 아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명시된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표현의 자유,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 가장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 존엄이 침해돼선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강제성도 그리 강하지 않아 실제 조사 결과나 사례들을 보면 조례 시행 중인 지역에서도 체벌이나 두발·복장규제, 휴대전화규제 등이 근절되지 않았다.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도 전국 시·도 중 과반으로 학생인권 침해가 일어나도 도움을 청할 구제절차도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반복해서 보편적 가치로 ‘자유’를 강조해왔다. 그런데 정부는 어째서 초·중·고 학생들에게도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자유를 보장하고자 하는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하는가.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는 가짜 자유, 강자만의 자유, ‘내로남불’ 자유였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초등 교사의 자살이라는 비통하고 충격적인 사건을 두고서, 그 원인과 문제점을 면밀히 진단하지도 않은 채 섣불리 학생들의 인권을 표적 삼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이는 수십 년간 누적된 교육 제도와 정책 등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책임져야 할 정부가 정작 자신들은 쏙 빠진 채, 소수자의 인권을 제물 삼아 사실과 문제를 호도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우선 필요한 조치는 교사들이 부당하거나 무리한 민원에 외롭게 대처하지 않도록 학교가 지원하는 것이다. 수사나 쟁송 등 사법적 절차에서 부당하게 괴롭힘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고 공정하게 처우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성평등, 기후위기 등을 주제로 민주주의 교육을 실천한 교사들이 부당한 민원과 신고, 정치세력의 외압 등에 시달리는 일도 빈번하다. 학교 시험문제나 도서관 책까지 검열하려 드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이나,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외치는 단체들이 그 주요 주체이기도 하다. 정부는 학생인권 사냥을 멈추고, 학교와 교육당국이 교사의 교육활동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지, 교사가 부당한 위험과 압력에 홀로 노출되지 않도록 지원할지부터 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정부와 제 정당들, 교육감들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교사의 노동조건은 학생의 교육조건이기도 하다. 교육활동의 보장과 문제 대응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교원인력 충원,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교육 환경과 교사 노동조건을 개선하라!
1. 학생인권은 교육의 기준이자 출발점이지, 마음대로 침해하거나 빼앗아도 될 부록이 아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개악·축소 시도 즉각 중단하고, 정당한 교육활동의 기준이 될 ‘학생인권법’을 제정하여 학생들에게도 보편적 자유와 민주주의를 보장하라!
1.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주체들의 책임 있는 참여와 건강한 갈등 조정이 필수적이다.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과 학교공동체 강화를 위해, 정부는 책임지고 교육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
2023년 7월 27일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외 189개 인권·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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