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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동지들에게(200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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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5-12-22 14:23 조회1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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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동지들에게

박유희(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운영위원장)

오늘 2000년 9월, 창립 11주년을 맞이하여 이렇게 성대한 행사를 치루어 내시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원님들께 먼저 축하를 드립니다.
이러한 축하가 결코 가벼운 것일 수 없는 지난 10년여의 시간을 ''참교육학부모회''와 함께 통과해 온 우리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도 지난 6월 창립 10주년 행사를 조촐하게 치루었습니다.
참교육학부모회 김정금부회장님의 발제를 들으면서 지난 10년 동안 연대하여 여러 가지 교육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풀어보고자 고심했던 일들이 새삼 고맙다는 마음과, 지금도 변함없는 든든한 동지로서 남아 있는 우리의 관계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1989년, 같은 시기에 우리 두 단체가 학부모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우선 시대적인 상황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우리사회에 입시위주의 경쟁교육 스트레스로 인한 청소년의 성적비관자살이 급증하고 대학에 낙방하여 비진학자 미취업자로 머물 수밖에 없는 3/4의 문제가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되었습니다. 1987년 우리사회에 민주화 선언이 있은 후 비로소 각 분야에서 비정부 비영리 기구의 시민운동 성격을 지닌 단체들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이와 때를 같이하여 교육문제에 대한 뜻 있는 사람들의 위기의식이 ''학부모운동단체'' 출범 시켰고 시민운동 조직으로서의 학부모운동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특히 이때 개혁 지향적인 현장 선생님들이 교육개혁을 주장하며 강력하게 나선 것이 학부모 운동의 출현에 큰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민운동으로서의 학부모운동은 90년대 초까지는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사회가 많이 민주화 되어가고 있긴 했지만 시민운동을 재야운동권들의 활동쯤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짖게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문민정부에 들어서서 차츰 시민운동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학부모 운동도 차츰 인정을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도 개별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교육운동을 하는 것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지만, 사회일반에서는 학부모 교육 운동단체의 존재가 인정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학부모운동은 우리의 교육문제를 풀어 가는 데 학부모도 주인으로서 참여하려는 운동입니다. 우리교육의 개혁과 발전이 교육전문가와 교육정책결정자의 손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의 손에도 달려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 학부모운동 입니다. 지난 10년여를 우리 두 단체가 함께 교육운동을 해오면서, 우리는 교육의 수요자로서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하여 그리고 학교의 교육운용에 관하여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했지만 학부모운동을 학부모의 영역이기주의에 머무르게 하려고 고수하지는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학부모의 관점에서 교육문제를 보고 보다 포괄적인 과제인 교육민주화와 교육개혁을 위해서 힘을 모으고 연대하는 일을 우리는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내 아이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을 수 없지만 그것을 우리는 확대 해석하여 내 아이와 더불어 살아갈 모든 아이들에 대한 관심으로 풀어 낼 줄 알았던 것입니다. 두 단체 모두 ''사회적인 학부모''노릇을 위해서 우리가 지향해야할 길을 목표로 삼아 지금까지 왔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늘 김정금부회장님의 발제에 모두 말씀해 주신 내용들이 너무 솔직하고 진솔해서, 사실은 원고를 미리 받아 읽어보았을 때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아, 이 씩씩한 사람들에게도 우리와 꼭 같은 고민이 있고, 그것을 힘들어하는구나"

집에 돌아가면 지금 이 시대의 교육현장에 놓여져 있는 우리의 자녀들을 보게됩니다. 오늘 이 순간도 아이들은 무럭무럭 커 가는데, 운동현장에서 논의되는 일 들은 언제 결말을 보게될지 모르는 일 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교육구조와 삶의 방식을 바꾸어내야 한다는 교육운동가로서의 역할과 지금의 교육구조 속에서 아이들을 자라게 해야하는 부모로서의 역할에서의 갈등. 그것을 극복해 내는 문제를 학부모회의 과제로 드러내 주셨지만 그것은 오늘 교육운동을 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아픔을 드러내서 서로 공유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구해야할 ''옳은 길과 방법''을 놓고 함께 고민하며, 서로 힘을 주고 얻는 우리의 관계가 아름답게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신자유주의 국면에서 교육수요자로서 보다는 자녀 학습권의 대리자 혹은 교육권자로서의 학부모운동의 좌표설정''에 대한 고민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자유주의를 무조건 거부하는 논의에 파묻혀 있는 복선이나 의도를 읽어낼 수 있는 지혜가 실로 필요한 때라고 여깁니다.
심성보 교수님의 ''국가가 신자유주의적인 교육개혁을 밀고 갈수록 일반적 교사의 목소리보다 학부모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는, ''학부모정치가 시민세력으로 합리성과 공정성을 잃고 정부의 교원배제의 전략에 이용되면 학부모통치주의의 자만을 불러올 수 있다''로 이어집니다.

사실 최근에 들어서 정부가 많은 교육운동단체들의 견해를 들어보는 통로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학부모 운동단체들도 끼워주는 차원에서 학부모단체의 주장을 듣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이제 겨우 우리의 목소리를 인식했다는 표시이며 이것도 이제 시작이라고 봅니다. 정부 뿐 만 아니라 국회, 사법부 모두 더욱 눈과 귀를 열어 학부모들의 아픔과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학부모 단체들은 올바른 목소리와 주장을 위해 토론하고 연대하며 역량을 키워가야 합니다.

학부모들은 교원단체처럼 단체교섭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그래서 언론이나 집회를 통해서 대중적 호소를 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발제가 우리 학부모교육운동단체를 고무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단위학교의 학부모회와 학생회가 법제화되도록 노력해야하는 이유도 보다 분명해집니다.

전국민이 학부모이지만 교육의 주체들이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힘과 뜻을 아우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심교수님의 발제에서 학부모운동단체의 위상은 교육운동의 주체라고 하는 단위 안에서도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집단''이라서 ''가르쳐주면서 데리고 가야하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발견하게됩니다. 그것은 우리 학부모들이 해방이후부터 지금까지 교육현장에서 받아온 대접과 흡사하기에 난감함을 느낍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모두가 교육 전문가''였다가 어느 순간 ''학부모교육운동단체''는 교육의 문외한인 순진무구한 집단이 되어버린 기분입니다.

학부모단체의 정치적 위상을 속물적인 소비자보다는 공공성과 공적책임을 지닌 ''민주적 시민권'' 을 위한 단체로 재정립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데야 이의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즈음에는 학부모들의 견해가 공급자의 입장과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음을 봅니다.

그리하여 이제는 우리의 교육운동이 ''교육권력의 민주화를 위한 대장정의 초발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대원칙에로의 회귀보다는 ''그러면 이제부터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기술적인 논의를 할 때라고 봅니다. ''왜 운동을 하는지'' 근본적인 성찰은 우리가 함께 늘 고민해야하는 당연한 화두입니다.

우리는 20세기의 마지막 10년을 교육시민운동현장에서 어려웠지만 보람있게 보내고 21세기를 맞이하였습니다. 10년 전을 돌이켜보면 앞으로 펼쳐질 10년 후에는 무엇이 어떻게 되어 있을지 알지를 못합니다. 그러나 10년 전에 우리의 선배들이 계셔서 지금의 우리들이 이 자리에 함께 있듯이, 우리를 선배라고 바라보는 신세대 학부모들이 우리들의 활동을 보고 건전한 시민운동으로서의 교육운동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아름다운 운동마당을 가꾸어 나가는데 마음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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