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 | 한국복지국가 미래를 논하다 (201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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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1-06 14:36 조회22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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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학회-한겨레 사회정책연 공동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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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24일 충북 오송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열린 ‘2011년 사회정책 연합 공동학술대회’다. 주제는 ‘한국 복지국가, 미래를 논하다’. 건강보험·노동시장·사회서비스를 비롯해 복지재정·복지정치 등에 이르기까지 이틀에 걸쳐 총 80여개의 세션이 열렸다. 참가한 연구자만도 거의 400명에 이른다. 대회 첫날엔 이혜경 연세대 교수와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기조강연이 있었고, 마지막날의 종합토론 세션에서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전문가 7명이 복지개혁과 재정전략을 놓고 토의를 벌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학술대회는 사회정책 관련 6개 학회가 처음으로 공동학술대회를 연 것이다. 한국사회정책학회, 한국사회보장학회,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 비판과 대안을 위한 건강정책학회 등 6개 학회가 참여했고,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도 함께했다. 정무권 한국사회정책학회장 등 학회장들은 이번 행사를 ‘소통과 네트워크 형성의 장’이자 ‘한국 사회복지사에 획을 긋는 행사’라고 말했다.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goni@hani.co.kr
◎ 쟁점1-노동시장 유연화
노동 유연안정성 모델
기업 위한 선물로 전락
고용보호·사회복지를
동시에 높여나가야
왜 한국의 노동조합은 복지국가 논쟁에서 적극적 주체로 참여하지 못하는 걸까?
노동조합의 힘과 기반이 취약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대기업·정규직 노조들이 기업복지의 혜택에 안주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의 이런 안주는 궁극적으로 어디서 오는가? 이런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복지국가의 미래를 열기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 복지국가 논쟁이나 연구 영역에서, 현실 노동시장과의 연계 속에서 복지국가의 모습을 제시하는 노력은 매우 취약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합학술대회의 쟁점토론 세션에 배치된 ‘복지와 고용: 유연안정성 모델’ 논쟁은 특히 이목을 끌었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15년간 정리해고 일상화, 비정규직 급증으로 상징되는 노동유연화 속에서 이에 대한 사회정책적 대응으로 흔히 제시돼온 것이 이른바 ‘유연안정성’이었다. 쉬운 정리해고(유연성)와 사회적 보호망 확충(안정성)이라는 얼핏 상충하는 두 가치를 동시에 결합한 이 모델은 “취업능력 제고 등 노동시장 적응력을 키워 해고가 되더라도 쉽게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호를 내세웠다.
발표자로 나선 전병유 한신대 교수(교양학부)는 첫날 열린 해당 세션에서 “유연안정성 모델은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과 근로빈곤을 완화하는 안전망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해 (이제는) 그 유효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현실 노동시장에서 유연안정성은 유연성과 안정성을 평등하게 교환하는 모델이 결코 아니었다는 판단에서다. 전 교수는 “비정규직과 불평등을 양산한 유연성이 현금이었다면 안정성은 지켜지지 못한 약속어음이었다”며 “지난 15년간 유연안정성을 ‘안정성’ 확대를 위한 개념으로 활용했음에도 실제로는 유연성만 과도하게 진행돼 유연안정성이 기업에 대한 보조와 선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사실 유연안정성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노동시장정책의 기조로 제시된 용어나 다름없었다. 참여정부 노동정책에 관여했던 전 교수가 이날 제출한 비판은 그래서 자못 흥미롭다.
특히 비정규직법과 관련해 유연안정성 모델은 고용을 보호하는 법·제도의 수준을 낮추고 대신 실업급여를 높이자는 ‘교환’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유연안정성의 이러한 교환모델은 작동하지 않았으며, 고용을 창출하는 능력도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는 것이 전 교수의 진단이다. 전략적으로 한국에서는 유연안정성을 추구할 필요성이 거의 없고 실현가능성도 높지 않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전 교수는 “이제 노동시장에서의 적절한 고용보호와 사회적 복지를 동시에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유연안정성 신화는 이미 파탄났다”고 선고했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생애고용이 높아지고 정규직 보호를 완화해야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유연안정성론자들의 선전은 ‘비현실적인 꿈’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그는 “유연안정성 개념은 애초부터 (더 많은 유연성을 추구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였다”며 “그동안 고용률이 높아지지도 않았고 정규직이 유연화되면서 비정규직 일자리만 더 늘어났다. 이제 이 개념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kyewan@hani.co.kr
◎ 쟁점2-건강보험 재정
보험료 대상 확대하고 세목 신설을
금융·연금소득도 포함을
국고지원 늘릴 조세 필요
건강보험 재정은 지난해에만 약 1조3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직면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이날 연합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 재정방안 세션’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재원 확충과 급여지출 통제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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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발표자로 나선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약 34조원에 이른 건강보험 급여비가 2020년에는 약 87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건강보험료 지출액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2%까지 증가한다는 것이다. 수지불균형이 고착화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2003년 이래 지출(보험급여비)은 연평균 12.3% 증가한 반면, 수입(보험료 및 국고부담 포함)은 연평균 8.4% 증가에 그쳤다. 이런 요인들은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나타나고 있다.
대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토론자로 나선 김창보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실장은 “현행 보험료율의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며 “다만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정치적 기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연구위원과 권순만 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는 보험료 인상 이전에 보험료 부과 기준부터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 외에 금융·연금소득 등 모든 형태의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형평성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현재 근로소득뿐 아니라 금융·임대소득 등까지 포함한 총소득액 중 45% 이상이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누락돼 있다.
국가의 건강보험재정 기여액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존의 건강보험 국고지원액 이외에 건강보험 재정 용도의 세목을 별도로 신설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조세기반의 재정확충 방안과 관련해 신 연구위원과 권 교수는 “직접세보다는 간접세(소비세)에 건강보험 재정용 목적세를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김준현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jhkim@hani.co.kr
◎ 쟁점3-사회서비스 체계
노인요양·아동보육 공적 책임 높여야
민간의존 심하고 질낮아
맞춤형 정책대안 시급
복지는 대략 세가지 방식으로 공급된다. 보험료를 내고 보장을 받는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이 하나이며, 빈곤층의 생계보장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공공부조가 또다른 하나다. 한국의 복지제도는 주로 이 두 방식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많았다. 더욱이 저출산 고령화와 여성 경제활동인구의 증가 등 새로운 상황이 나타나면서 돌봄이 필요한 치매노인이나 장애인, 아동들을 위한 복지제공의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이에 2000년대 중반부터 강조돼온 것은 바로 사회(복지)서비스다. 대표적인 것을 꼽아보면 장애인복지서비스, 치매노인 등을 위한 노인요양서비스, 아동을 위한 보육서비스, 흔히 바우처라고 말하는 이용권 서비스 등이다. 문제는 이런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치게 민간 시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쟁점 토론세션 ‘사회서비스 공급체계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의 발표자로 나선 김용득 성공회대 교수는 “보육서비스 경우 전체 어린이집 가운데 국공립 시설은 고작 5.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가운데 열에 아홉(89.7%)이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필연적으로 공적 책임 및 서비스 질 논란 등 다양한 문제를 낳는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일자리 질도 또다른 문제점이자 쟁점으로 제기됐다. 노인요양서비스의 경우 정부의 수급조절 실패로 서울 등 전역에서 요양보호시설 충족률(2008년말 기준)이 이미 100%를 넘었다. 요양이 필요한 노인에 견줘 시설이 지나치게 많다는 뜻이다. 이런 서비스 공급 과잉은 요양보호사의 낮은 처우와 서비스 질 논란을 낳고 있다.
발제를 맡은 김용득·남찬섭(동아대)·홍경준(성균관대) 교수와 양난주(대구대) 교수 등이 참가한 이 토론은 이용자 선택 및 서비스 공급의 시장화 등을 놓고 쟁점이 형성되기도 했으나, 주로 사회서비스를 둘러싼 현실과 문제점을 재확인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용득 교수는 “(대안 모색은) 각 서비스별 상황의 차이가 커 획일적이기보다 차별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면서도 “이용자 선택, 공적 책임, 일자리 질이란 세 기준을 동시에 만족하는 방향에서 논의되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남찬섭 교수는 복지부와 노동부의 통합과 함께 국민연금·건강보험·근로복지공단 등 3대 공단을 재편해, 그 안에 요양보장기구와 소득보장기구를 설치하는 방안 등 행정체계 개편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창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 goni@hani.co.kr
◎ 쟁점4-복지재정 마련
복지 떠받칠 증세·재정지출 개혁 둘다 필요
토목지출·감세 줄이고
소득·법인세 과표 높여야
‘부자증세’ 방식 검토를
자발적 시민납세 주장도
복지는 돈(재정)을 필요로 한다. 방법은 대략 두가지다. 세금과 보험료를 통해서다. 모두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하지만 국민이 더 부담하지 않고 기존의 씀씀이를 고치는 제3의 방법도 있다. 도로 포장에 쓸 돈을 아이들 급식비로 돌리는 식이다. 재정지출 개혁(세출구조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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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논쟁은 결국에는 이들 방법 중 무엇을 통해, 어떤 식으로 비중을 나눠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 등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곧 재정지출 개혁을 통해서냐, 증세를 통해서냐, 또 증세를 한다면 세금과 보험료는 각각 얼마나 인상해야 하나 등이 복지재정 논쟁의 핵심인 것이다. 이런 재정 논의는 지난해나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국민들의 조세저항을 고려해 증세는 가급적 삼가야 한다는 ‘신중론’이 많았으나,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재정 논의가 ‘어떤 증세인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증세 없이는 좋은 복지국가로 갈 재원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거의 없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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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재정 세션’은 토론장이 꽉 찬 가운데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 세션에서 증세론에 불을 붙인 이는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었다. 홍 위원은 ‘보편적 복지 확대를 위한 복지재원 조달방안’이란 글에서,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중이 7.5%(2007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 평균(19.3%)보다 11.8%포인트 낮다고 지적했다. 돈으로 따지면 선진국 평균에 비해 연간 138조원이 모자란다는 얘기다. 경제수준이 비슷한 10개국(평균 15.6%)과 비교해도 한국이 8.1%포인트 적다. 국민부담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경제수준이 비슷한 오이시디 10개국과 비교해 49조원의 세금을 덜 내고 95조원의 복지혜택을 덜 누리고 있다는 게 이어진 홍 위원의 설명이다.
홍 위원은 따라서 보편적 복지 확대를 위해 연간 52조~58조원의 복지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한 재원조달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부자감세 철회 연간 14조원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1000억원) 신설 연간 5.8조원 △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1억원) 신설 연간 2.6조원 △건설·토목지출 통제 연간 10조원 △건강보험료 인상 연간 2.7조원 등이다. 홍 위원의 안은 재정지출개혁과 증세를 모두 포함한 것이되, 소득세와 법인세의 과표구간을 높이는 ‘부자증세’에 가까운 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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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또다른 증세론은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실장의 참여재정 방식 증세론이었다. 오 실장은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복지재정전략과 참여재정 운동’이란 발제문에서 “본격적인 증세와 참여재정운동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홍 위원이 신중한 증세론을 펼친다면, 오 실장은 적극적인 증세론에 가깝다. 오 실장은 향후 5년간 매년 65조원의 복지재정 마련을 뼈대로 한 ‘제1차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5개 년 계획’을 내놓았다. 그가 제시한 재정 목표는 향후 10년 뒤 오이시디 국가의 평균치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필요한 추가 재정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로, 금액으로 치면 연간 130조원에 이른다. 오 실장은 향후 5년간 우선 이 금액의 절반을 달성하자며, 연간 65조원의 재원방안을 제시했다.
세목을 보면 우선 △토목지출 절감으로 10조원 △국방비 절감 3조원 등 재정지출 영역에서 연간 20조원을 마련하고 △비과세 감면 폐지 5조원 △보유세 등 자산세제 개혁 5조원 등 10조원 등 모두 30조원을 마련한다. 여기서 부족한 35조원의 재원이 바로 증세다. △사회복지세 20조원 △건강보험료 인상 15조원이다. 오 실장은 “지출개혁이 급선무이지만 애초 재정규모가 빈약하므로 증세가 불가피하다”며 “국민들의 동원을 이끌어낼 지혜로운 증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오 실장은 ‘참여재정 증세운동’을 제시했다. 부자들에게만 세금을 내라고 요구하지 말고 다수의 시민들이 복지재정 확충에 참여하도록 하는 이른바 ‘내자(낼테니 내라)’ 운동을 벌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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